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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멋진 신세계 ㅣ 서문문고 4
헉슬리 지음 / 서문당 / 2014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0. 스압주의,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드신 분은 굵은 글씨만 읽으셔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아, 친절하다...)
#1.
세대를 넘어서는 인간문명의 탐구자 올더스 헉슬리
자꾸 "멋진 신세경"으로 읽어지려는
소설 "멋진 신세계"는 독자로 하여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최근에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번역에 대해 말이
많았었죠. 마침 블로그 이웃 한분이 한번 직접 확인해보라며 보내준 특정 부분의 번역이 너무 터무니 없고 말이 안되서 다른 버전을 찾다가
서문당이라는 곳에서 오래전에 출간된 버전이 이북이 있길래 표지가 심히 구리지만 한번 읽어보자꾸나 했습니다. 이 버전도 여러모로 불안하기는 했는데
결과적으로 발번역이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내용이 좀 어려워서 번역이 까다로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당신은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까?" 뭐
이런 식의 초등학교 교과서 영어에서나 나올 법한 번역이니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헤깔려 가면서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과는 틀리는 그
어떤 표준을 취한다면," 이런 표현 보세요.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도 모르는 번역자를 채용한 출판사도 문제고 말입니다. 번역을 시켰으면
감수를 해야지 이거야 원...
그나저나 이 작품을
읽고나니 도대체 이런 소설을 써낸 올더스 헉슬리라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건데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저자에 대해서 조금 알 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살림지식총서 247 -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추가로 읽었습니다. 소책자이니 읽은 김에 약간 소개를 드리자면 올더스 헉슬리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와 일생, 주변인물,
전반적인 여러 작품에 대한 줄거리 등을 간략히 수록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할아버지부터 온 가족이 지식으로 똘똘 뭉친 식자
가족들이었습니다.
"헉슬리 가문의
전통은 진리와 선의 궁극적 가치를 최고로 인식하여, 고차원적인 사유 속에서 검소하지만 정열을 가지고 살면서 넓은 지적 관심,
끊임없는
절차탁마, 격물치지의 정신으로 지적인 업적을 쌓고 솔직하면서 도덕적 용기를 가지고 살자는 것이었다."
이런 뭔가 어마무시한 집안에서 학자적
삶을 온몸으로 배우며 자라난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도 과학분야에 깊은 조예가 있었고, 특히 진화론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어머니쪽도 만만치 않아서 인문학적인 전통을 어머니쪽을 통해서 물려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둘째형이 자살을 했으며, 본인은 몸이 좋지 않았는데다가 눈은 거의 멀지경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저런 불운한 경험들의 충격으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살림지식총서에 따르면 올더스 헉슬리의
기본적인 입장과 태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과 우주에 대한 끊임 없는 구도자적 자세로 어마어마한 지식을 동원, 삶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규명하려는 작가적 임무에 평생 동안 충실하였다.
현대문명이 지나친 과학기술의 발달로 균형을 잃어버릴 때 어떤 비인간적인 세계가 벌어지는지 천재적 예언가의 눈을 가지고 진단하였고 서양의 사상과
기계 문명중심사상은 결국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간다는 엄중한 경고를 하면서 동양의 사상과 전통적 지혜에서 대칭적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읽어 대안을 제공하는 그의 예언자적 혜안과 통찰력은 제학문과 인간사에 대한 절차탁마의 탐구정신과 실험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2.
멋진 신세계에 나타나는 디스토피아적 과학문명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더스
헉슬리는 아버지쪽으로부터 받은 과학적 소양과 어머님 쪽에서 받은 인문학적 소양이 잘 융합되어 과학문명의 파괴적인 본질을 인문학적
고찰로 해결해보려는 기본적인 태도가 이 작품에 잘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디스토피아적 과학문명을 이루는 근간이 되는 기술적 기반이 바로 포드 자동차의 대량생산체제에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10대
시절부터 등장한 포드사의 자동차 생산 체계는 혁신적이라 할만한 생산기술이었고 이에 대해 헉슬리는 깊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이로부터 성장한
포드사의 대량생산체계와 이 회사에서 마치 부품처럼 일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런 방식의 과학기술의 발달이 미래의 인류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견 했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작품의 초반에 설명되는 인간의
등급에 따른 세부적인 분류체계와 각 등급에 맞게
대량생산해 내는
시스템이 초기 포드 자동차의 자동생산 시스템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부분이 한편으로는 지금에 와서 이 소설을 읽는 현대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허술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같으면 그저 프로그래밍된 자동제어시스템으로 관리자외 인공이 거의 투입이 안되는 체계로
갈 터인데 당시에 그런 것을 상상하기에는 너무도 오래전이라 각 제작 공정마다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모든 재료와 공정을 진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 단순작업이기 때문에 이 작업에 투입되는 사람은 멍청하고 딴 생각안하고 단순작업만 하는 등급이 매우 낮은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처음부터 습성훈련을 시켜서 딱 계획된 일만 하고 딴생각은 아예 안하도록 만드는 세상이 포드님이 만드신 미래상입니다.
인간마저도 정해진 TO에 따라 정해진
수량만큼 각 등급별 스펙에 딱딱맞는 외모조차 똑같은 형태로 찍어내는 거죠. 이게 또 읽다보면 혀를 차게 됩니다. 과거에 등장한 SF소설들의 가장
큰 한계가 그러하듯이 이 소설에서도 각 공정에 종사하는 수많은 등급낮은 인간들을 생산해 내기 위해 이들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인력이 엄청나다는
문제가 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랄까? 일일이 사람손이 가야 공정단계가 진행되는 자동같은 수동시스템이다보니 그런거죠. 한명 만드려고
한명을 투입하는 시스템. 그냥 안키우고 말지 싶은 상황말입니다. 잘 읽어보면 멍청이 하나 키우려고 들어가는 노력과 인력과 시간이 엄청나 보인단
말입니다. 게다가 각 단계마다 투입되는 자재, 원재료, 에너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과거의 SF들은 그들이 생각해낸 기술과
문명을 이루기 위해 지구의 자원을 어떻게 짜내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부분을 상당부분 외면합니다. 그냥 어디서 공짜로 퍼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여튼 이런 포드님이 만드신 세상에서
한우 등급 같은 최 상위 알파 플러스 등급들이나 철학적인 고민을 하고 그러지 대부분은 그냥 주어진 시간 8시간 노동하고 끝나면 또 아무생각없이
"소마"라는 일종의 최음제를 매일 지급받고 멍때립니다. 한달에 한번 충분히 자극을 주고, 자유롭게 성관계를 막 갖기도 하도록 해서 욕구불만을
해결합니다.
이런 사회에요. 위대하신 포드님이
만드신 사회가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성 말살 사회같은 디스토피아가 나쁘다고 경고를 해야하는데
저자는 이부분을 지적하기 위해 자연인으로 태어난 "야만인" 존을 등장시킵니다. 존은 포드님의 문명사회에서 벗어난 인디언 문명
사회에서 자라면서 세익스피어 소설을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간적인 유일한 존재입니다.
저자의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존은
여러가지 지지부진한
여러가지 사건을 보내고 소설의 말미에 포드님의 대변인이라 할 수 있는 총제
몬드와의 대화를 통해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성의 말살 사회와 인간답게 사는 인문학적 철학을 가진 삶을 사는 세상에 대해 비교하고 있습니다.
포드님이 만드신 과학문명에서의 인간들은 사실, 진리, 미, 종교적
신념등을 포기하는 대신 오로지 "행복"만을 담보하는 세상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보니
고민하지 않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욕구를 풀고, 스스로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죠. 태어날 때부터 딱 정해진 것 외에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도록
세뇌되었으니 오히려 각자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인간다움을 가진 "야만인" 존은 불행해도 좋으니
고통도 느끼고 사랑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며, 신을 의지하기도 하는 자유의지적인 인간이 되기를 원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혼자만 외따로 떨어져서 외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사실은 마지막 결말에서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저자의 생각이 완성되기를 바랬는데 약간 애매하게 끝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나타나는 저자의 과학적 고찰과 이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극복하려는 태도는 그 옛날 근 80~90년이나 이전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3. 국내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든 한계
이 소설은 어마어마한 주제의식과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국내 독자들이 아주 재미지게 읽어재끼기 힘든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시작부터
야심차게 설명하고 포드적 인간 등급분류 체계에 입각한 대량 자동화 생산과 그 시스템의 부분 자체가 지금의 독자들에게 그다지 신선하지 않고 너무
복잡하기만 하고 흥미를 끌기 어렵습니다. 그다지 오~~ 하는 감탄을 자아낼 만한 시스템도 아니고요. '오~ 포드님 맙소사..'
그나마 저처럼 SF 자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이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이 설정을 잘 이해해야 다음 전개를 이해할 수 있어!' 라며
의지적으로 읽어지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중간부분에
계속 나오는 포드적 세계에서의 생활상 역시도 그다지 흥미진진하거나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가독성 좋은 요소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어찌 어찌 초반을 잘 넘긴 사람이라도 중반에 가서 나가떨어지고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 포드님 맙소사.' 저도 이
중반의 지지부진함을 참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다행히 기본적으로 취향에 잘 맞는 분이 아닌 이상에야
후반까지 계속 읽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책인 듯 합니다.
후반에 이 책의
정수가 집약적으로
녹아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과연 그저 편안히 재미로 읽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녹녹치 않습니다. 저만
인문학적 소양이
없어서 그랬다면 다행이지만 후반에 세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대사들을 계속 인용하는 전개가 그리 읽기에 좋지는 않아요. 양측에서 주장하는 첨예한 내용의 대립 자체는 무척 훌륭하지만 그
방식자체는 매우 고전적이거든요. 이 작품이 고전이니까 당연하지만 말입니다. '오~ 포드님 맙소사..'
초반과 중반과 후반의 약간의 지루함과 생경함만 잘 참아내면 정말 사회 인문학적
SF의 레퍼런스라고 할 만한 훌륭한 작품입니다. 단지 초중후반의 지루함만 잘 참으면 말입니다. 쉽사리 추천하기 만만치 않은 작품이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