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눈 먼 사랑 조세핀 테이 전집 3
조지핀 테이 지음 / 블루프린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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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심코 읽은 책에서 뜻하지 않은 기쁨이 올 때.


   오, 놀라운 반전의 기쁨이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역시 사람은 영화건 책이건 지나친 기대 없이 작품 접해야 더욱 큰 만족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배경지식도 없이 접한 작품인 "눈먼 사랑"이 바로 그런 작품이네요. 저자부터 작품까지 미리 알아보고 읽으려 들다간 출판사나 온라인 서점 등에 적혀있는 찬양에 가까운 설명으로 인해 선입관이 생길 수도 있다 보니 아무 정보 없이 일단 읽어보기로 하고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무작정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조세핀 테이는 대관절 누구신지?


   조세핀 테이는 미스터리 황금기 시절의 대표적인 3대 여류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하는데 국내에는 그닥 알려지지 않은 분인 듯합니다. 일본 대표적인 여류작가지만 국내에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가쿠다 미쓰요" 같은 느낌인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좀 늘 마이너스러운 작가를 좋아하는 경향이... 의식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튼 조세핀 테이 여사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이고, 의외로 체육 선생님이었던 모양인데 아버지 병간호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작가로 눌러앉은 케이스인가 봅니다. 희곡과 장르소설 쪽으로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정도만 알면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으니 이 정도만...


   블루프린트 출판사에서 조세핀 테이의 8권을 전집으로 기획해서 출간을 하실 모양인데 현재까지 세권이 출간되었고, 제가 읽은 이 작품 "눈먼 사랑"은 그중 세번째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종이책은 없고, 이북으로만 출간되었네요. 종이책을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만.



#3.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크로스오버?


   "눈먼 사랑"은 중간 분량까지 전반부는 거의 순문학 같은 느낌입니다. 영국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야기거든요. 거기에 삼각관계 같은 사랑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이거슨 로맨스인 것인가? 나는 평소 읽지 않던 연애소설을 읽고 만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하는 고민을 계속하던 차에 중반을 살짝 넘기면서 분위기가 급 반전되었습니다.


   삼각관계에 핵심에 있던 주인공이 실종되거든요. 그리고 애초에 잠시 등장했던 시리즈 주인공 그랜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나 추리소설!"하고 커밍아웃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랜트가 등장해서 여기저기 단서를 찾고 탐문을 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의문을 더하는데 이런 식의 진행에 무한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계속 로맨스로 흘러갔다면 난감했을지도 모릅니다.


   여튼 후반부는 무척 궁금해하며 읽었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네요. 마지막 결말에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보통 반전을 접했을 때 희열을 느끼기보다는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름은 설득력도 있고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엄청 흥미진진 손에 땀을 지는 그런 쫄깃함은 없었지만 충분히 제 몫은 하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스터리기는 하지만 고전, 클래식 같은 느낌입니다. 재미만을 추구하는 장르소설은 아니고 상당히 전통적이고 역사적, 지역적 특색을 기반으로 하는 의미 있는 작품 같습니다. 마치 영국 스코틀랜드 시골 마을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좋았거든요.


   전체적인 작품의 구성이나 마무리가 올드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 있었던 작품입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1권 "루시핌의 선택"과 2권 "시간의 딸"도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봐야겠습니다. 특히 2권 "시간의 딸"이 이 작가의 대표작인 모양입니다. 참, 전통적인 만큼 주인공 경찰과 도우미, 그리고 썸 타는 관계의 여성도 등장하는데 이들의 케미가 상당히 좋습니다. 매력 있는 시리즈입니다. 눈여겨볼 만한 시리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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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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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꾸 찾아 읽게 되는 87분서의 매력


   확실히 87분서 시리즈는 어떤 이유에서건 하나씩 계속 읽게 됩니다. 저에게는 분량이 적당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는 무척 친근하고 익숙해진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책 "킹의 몸값"을 마지막으로 일단 피니스아프리카에의 87분서 시리즈는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작품을 무척 아껴둔 이유는 아무래도 "킹이 몸값"이 가장 평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입니다만 개인적으론 베스트라고 하긴 힘드네요.


   그런데 자꾸 찾게 되는 이유가 뭔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시리즈는 읽으면 읽을수록 읽기 편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첨에는 무척 생소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뭔가 가족들 같은 친근함이 있어요. 가상의 도시 아이솔라시티도 익숙하고, 등장인물 87분서 형사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한명 한명 특징적인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다수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애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87분서 형사들 중 에이스는 뭐니 뭐니 해도 스티브 카렐라 형사죠. 강직하고 우직한 형사 고유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한 활약을 합니다. 늘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한다는 마이어 마이어 형사도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약쟁이 아들 때문에 홍역을 겪었던 번스 경위도 남다른 애정을 갖게 합니다. 이런 장점은 이 작품을 계속 찾아읽게 만들고 특정 작품 속에 카렐라가 등장하면 '역시, 카렐라가 나와야 맛이지!. 이번에도 카렐라 아내가 활약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대하고 읽게 만들죠.



#2. 이제 와서 읽고 감탄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내용 구성


   이게 경찰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사건이 졸라 단순해요. 이건 뭐 치명적이죠. 완전 단무지예요. 단순 무식합니다. 복잡하고 뒤통수 탁 때리는 맛은 해운대 백사장에서 땅콩 찾기예요. 만약 추리소설의 두뇌싸움을 생각하고 반전의 쾌감을 생각하신다면 정중히 사양합니다. 이 작품을 읽으셨다간 완전 안드로메다로 가실 수가 있어요. 이게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겠지만 반전이 눈곱만큼도 없는 게 반전입니다. 대단하죠? 추리소설인데 반전이 없어... 헐..


   서술도 굉장히 정석입니다. 사건이 일어날 피해자 가족 주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생기죠. 87분서 형사들이 들이닥쳐 사건을 접수합니다. 그러다 범인들에게 시선이 옮겨갑니다. 이렇게 한 바퀴 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범인들이 잡힙니다. 따단~~~ 이런 식이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그러면 마냥 지루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87분서 시리즈의 매력은 사실 조금 다른 곳에 있는데, 사건 자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형사들의 대화나 심리묘사 등을 읽는 맛이 있습니다. 은근히 재미있고, 단서나 증거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맛도 쪼끔 있습니다. 엄청나지는 않지만요.


   작가 특유의 뜬금포 순문학적 문장 날리기도 재미지죠. 항상 장면이 전환되거나 뭔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냥 가기 걸쩍지근할 때 이 작가는 한 페이지에서 많게는 두 페이지 정도를 계절이라거나 주변 환경 등을 묘사하는 문학적 문장들을 욱여넣습니다. 뭔가 문학적인 느낌을 일부러 삽입하는 듯한 문장들이 안 어울리게 끼우는 거죠. 마치 작가가 '사실 나 이런 수준 높은 문학적인 문장을 잘 쓰는데 재미가 없으니까 장르소설 쓰는겨...'라고 항의라도 하듯이 잊을만하면 몇 문단씩 끼워팔기를 합니다. 너무 뜬금포라 읽어주는 맛이 있어요.


   한편 이번 작품은 가해자와 피해자 측의 심리적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일종의 사회파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 자식도 아닌 운전수의 아이 때문에 졸지에 거금을 내야 하는 전형적인 사업가 "킹"의 갈등을 비롯해서 그 아내 "다이앤"의 갈등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웃기고 불쌍한 사람이 바로 "킹"입니다. "킹"은 원래 가난했다가 악착같이 성공한 캐릭터고 마지막 성공을 향해 모아둔 거금을 남의 자식 유괴범에게 줘야 할 것만 같은 드러운 상황에 놓입니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완전 성공인데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걸 헌납하고 싶겠습니까? 일단 개기죠. 그런데 주변 모두가 "킹"을 쓰레기라고 욕해요. 이런 설정도 신기합니다. 오늘날 같았으면 과연 그렇게 "킹"을 킹왕짱 쓰레귀라고 한결같이 비난할 수 있을까요? 내 아이가 유괴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유괴된 아이 아빠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나자빠져 있는 상황에서?


   아내 "다이앤"의 반응은 더 웃깁니다. 여태껏 남편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뻔히 알고 잘 살아왔던 사람이 갑자기 옆집에 유괴된 거에 과잉 반응을 하면서 정의의 투사가 되어 남편을 비난하고 짐을 싸서 나가기까지 합니다. 그전까지 정기적으로 불우한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왔는지 어땠는지는 묘사가 안되어 있어서 모르겠습니다만 갑자기 이거 뭐에 홀린 건가 싶을 정도로 강경합니다. 이런 게 참 캐릭터가 매력 없어 보이는 부분입니다. 당시 작가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랄까? 뭐 이런 것이 강하게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피해자 측은 더욱 가관입니다. 원래 도둑질하고 범죄자였던 남자를 사랑해서 은행을 터는 계획이라고 한 걸 응원까지 하던 여자가 말입니다. 갑자기 유괴라고 하자 남편이 쓰레기라고 또 막 몰아세워요. 이 "캐시"라는 여자는 마치 "다이앤"의 현신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갑자기 이거 아니다 싶어선지 혼자 밑장 빼기에 들어갑니다. 이런 장면을 보니까 마치 진보세력에서 누군가 공격을 받으면 뭉치지 않고 "나는 안 그랬다. 재만 그랬다."라며 거리두기하는 모습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이 "캐시"도 똑같거든요. "나는 몰랐다. 은행털이인 줄 알고 도왔는데 뜬금없이 애를 데려왔더라. 나는 동참 못한다. 이거슨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한단 말입니다. 은행털이는 되고 유괴는 안된다는 도덕관념은 어디서 온 거란 말입니까?


   이런 희한한 등장인물들의 반응과 대립, 그리고 그 결과에서 오는 황당한 마무리까지가 한 세트가 되어서 이 작품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 실망도 꽤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미롭고 생각할 만한 것들이 제법 있는 이 작품 "킹의 몸값"은 저에게는 그냥 87분서 시리즈 중에 그냥 그랬던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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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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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골치 아프게 알아야 하는 이유...


   세상을 살다 보면 알아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몰라도 적응만 잘 한다면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는있습니다만, 뭐가 되었건 '뭔가 이상하다.' 거나 '왜 이 모양이지?', 또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와 같은 의문이 있다면 고민이 좀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의문을 해결할 만한 정보는 의외로 쉽게 접근하기 힘듭니다. 사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그들은 다수가 의문을 품고, 무언가 불만을 표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마뜩지 않아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수혜를 입고 있는 몇몇은 그 님들이 원하는 것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자신들의 필요를 채웁니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 각종 기관, 기업 등일 것입니다. 우리 손으로 뽑은 일부(일지 대다수일지 모르겠지만) 국회의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가 속한 사회가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내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우선은 뭐가 뭔지 알아야 합니다.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아는 것의 구체적 행위가 듣는 행위 건, 보는 행위 건, 아니면 책을 읽는 행위 건 상관없지만, 최소한 객관적이고 어떻게든 진실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복잡하게 뒤엉켜서 파악하기 힘든 사회문제들을 일부라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딱입니다. 이 책의 서두에 진중권 씨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듣는 것이 없으면 생각하던 대로 살게 되고, 말하지 않으면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없잖아요. 듣지도 말하지도 않으면 그게 바로 눈먼 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내가 아프고 다치게 되고, 또 남을 해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어떤 문제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 지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p25


   위문장에서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것은 단지 내가 다치고 손해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 구성원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확히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마치 맹목적인 종교와 같이 옹졸한 생각으로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객관적인 정보가 주어져도 받아들이지 않아요. 이 대목에서 다시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만 여하튼 일단은 뭐가 뭔지 제대로 알아서 나도 다치지 말고, 남들에게 해를 주지도 말아야 합니다.



#2. 노. 유. 진.은 뭘 말하고자 하나?


   저는 사실 "노유진의 정치 카페"라는 팟캐스트의 존재는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 팟캐스트는 노유진이라는 진행자가 진행을 하고 유시민 씨라거나 노회찬 씨가 답변을 하는 형식의 방송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유진이 누굴까? 하는 궁금함을 잠시 가진 적이 있었는데 뭐 아나운서 거나 평론가 거나 그렇겠지 하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튼 시끄럽기로 유명한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이 세 사람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막연하게 음모론에 가까운 접근으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대체로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현상 이면에는 항상 의도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대한민국은 그만큼 음모에 가까운 "일부에게만 유리한 일들"을 서슴지 않고 벌이는 거시기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일부에 포함되었다면 조용히 입 닫고 있었겠지만 저는 손해를 입는 쪽에 속해 있기 때문에 도대체 뭐가 그리 먹고 씹고 뜯을 게 많아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니 왜 이들이 이 책에 소개된 테마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무척 공감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외면하고 모른척할 수 없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남북 안보의 문제, 땅콩 회항으로 떠들썩했던 갑과 을의 문제, 점점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의 문제, 우리의 먹거리에 이미 파고들어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 문제, 장난에서 구체적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베의 문제,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삼성의 문제, 어렴풋이 누구나 알고 있고 알수록 억울하고 빡치는 핵 원전 문제와 전기 요금 문제, 북한 인권, 교육, 최근 뜨거운 사생활 침해와 검열의 문제, 정보부재인 어르신들을 속이는 기초연금과 의료민영화 문제, 정치적 원칙이라고는 없는 정당들의 문제 등, 뭐 하나 빼놓기 어려운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3.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각 주제들마다 노.유.진 세 사람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이권을 대변하지 않고 핵심적인 문제점들을 짚어 줄 수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하고 있어 더욱 믿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실려있습니다. 그러니까 뭐가 뭔지 아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을 읽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망설였던 이유는 이 세분들이 대체로 지나치게 진보적이고 비판적이라는 선입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책의 내용에는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비판으로 일관하지 않고 오히려 숨겨진 문제점과 해결책, 바람직한 방향에 집중하는 면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아는 것에서 그치면 그냥 알고 있어서 열받고 불평만 많아지고 살기 더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겠지요. 그래서 각자가 행동할 수 있는 것은 행동해서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당장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언제 내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생각하기를 멈추면 안 됩니다. 멈추면 정말 을로 살게 되는 겁니다. 어느 시대든, 어느 사회이든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죠. 하지만 그 속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사느냐 아니냐는 다른 겁니다. 긴 시간 속에서 보면 한 개인의 삶은 짧은 시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일들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 것이 아닌 고통에 눈 감는 순간, 그 고통은 바로 우리에게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그 고통이 내 차례가 되는 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죠."p93


   사실 대담이나 방송을 녹취하듯이 글로 옮겨서 만든 책들을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표면적으로라도 잘 아는 사람들의 대화집 같은 것이다 보니 읽으면서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착각도 들고 각자 캐릭터의 특성을 생각하며 읽으니 더욱 읽는 재미도 있었고, 게다가 내용도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유익한 내용들이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정치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정치색이 짙지 않은 내용이라 좋습니다. 반드시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 이래저래 열받는 내용이 무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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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버티고 시리즈
마이클 푼케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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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카프리오 개고생의 강렬함...


   여태껏 원작 소설에 기반을 둔 영화치고 소설보다 더 훌륭했던 영화를 보지 못 했습니다. 영화의 오락성과 대중성을 염두에 둔 구성적 특징 때문에 원작 소설에서 보여주는 깊이 있고 디테일한 깨알 재미들이 거의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작 소설의 이런 디테일과 깨알 재미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런데, 저의 편견에 가까운 원작 소설 사랑이 이번만큼은 처음으로 깨졌습니다. 이제야 원작 소설보다 더 나은 영화를 만났군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소설을 접한 탓도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레버넌트"라는 소설은 미국의 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광활한 자연에 몸을 내던진 사람들과 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룬 실화 바탕 소설입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동물과 기후는 물론 토착 인디언들에게까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었습니다.(솔직히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원작 소설에서 휴 글래스는 그렇게 죽을 위기를 넘기며 복수를 꿈꾸는 인물입니다. 이런 휴 글래스라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목숨을 걸고 아카데미를 향한 처절한 고개생의 발걸음을 디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장정은 원작 속 실존 인물 휴 글래스를 가볍게 압도하는 형국입니다. 그리하여 영화와 소설을 모두 접하고 나면 뭐니 뭐니 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애잔한 마음만 넘쳐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 수상으로 생애 숙원을 풀지 않았을까 생각되어 다행입니다.



#2. 소설 레버넌트의 장점


   이 원작 소설 "레버넌트"와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소재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가 극명해서 한편으로 장점이 다른 한편으로는 단점이 되는 묘한 대비를 보입니다. 소설 레버넌트만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차분하고 질서 정연한 서사가 있어요. 이게 의외의 장점이어서 별 대단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흡입력이 있습니다. 내용 자체가 아주 길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독자를 계속 끌고 밀고 갑니다.


   서부 개척 시대 미국 중부에서 일어났던 일을 매우 실감 나게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세계사 책에서 읽어서 배우는 지식을 접하는 느낌과는 전혀 다릅니다. 당시 주요 강들을 사이에 두고 일어났던 미국사에 대해 피부에 와 닿는 생생한 정보를 간접 체험하게 해줍니다. 마치 누군가가 직접 겪은 일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우리와는 전혀 결이 다른 미국의 과거사와 함께 당시 살았던 개척 정신 충만 했... 다기보다는 돈벌이가 되니까 목숨 걸고 했던 모피 교역의 모습 등과 당시 원주민과의 사정이랄까? 이런 소소하고도 깨알 같은 디테일이 잘 살아있어요. 심지어 미국 중부의 지리까지 알게 되는 덤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맨 앞에 제공되는 미국 중부 지도를 계속 살펴보게 되거든요.



#3. 소설 레버넌트의 아쉬움 점


   영화가 없었고, 미리 보지 않았다면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상대적인 아쉬움이 꽤나 있었습니다. 이 중 원작소설 "레버넌트"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의 행동에 심리적 동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휴 글래스가 악착같이 살아나서 복수를 하려는 동기는 "자신이 사경을 헤맬 때, 버려두고 가면서 나의 개인 물품이자 생존 필수품을 모두 가져가버린 사실"입니다. 물론 드럽게 열불 터지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차피 누가 봐도 살아날 가망성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척박하고 자기 목숨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의 개인 소장품을 그냥 두고 갈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지간한 물건은 가져가는 게 맞지 않을까요? 휴 글래스가 안 죽고 살아나서 보니 열받는 거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드럽게 개고생을 하니까요.


   이게 자기 물건 가져간 두 사람을 쫓아서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주인공을 정서적으로 지지하지 못하겠어요. 어디서 맞고 어디다 화풀이입니까? 곰한테 죽도록 맞고 동료한테 화풀이하는 형국이란 말입니다. 모양새가 안 좋아요. 비록 배신한 동료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원래 주인공의 심리에 동화돼서 완전히 몰입하고 마치 내가 거기 서 있는 것만 같은 마음으로 읽어야 화악 빠져드는 거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아.. 이거 너무 찌질한거 아닐까? 정말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책임을 돌려도 되는 걸까?' 이런 마음이 스믈스믈 든단 말입니다.


   한편 영화에서는 어떤가 하면 휴 글래스가 원주민이던가? 여튼 인종이 좀 다른 존재로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리더에게 인정받고 있어서 무시를 안 당하는데 소중한 아들과 함께 다닙니다. 곰에게 당한 건 동일한데 주인공이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들이 살해당해요. 아, 내가 다쳐서 꼼작도 못하는데 내 눈앞에서 죽일 놈이 내 아들을 해쳐요. 이 상황은 완전 눈 돌아가는 상황이죠. 이후 주인공은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수를 하고 싶어 하겠죠. 이런 조건은 완전 공감이 가는 상황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글래스가 그 개고생을 하면서 악착같이 두 사람을 쫓아가는 과정이 이해가 간단 말입니다.


   소설에서는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이 제안하는 좋은 조건도 다 마다하고 악착같이 쫓아가는데 마지막에도 찌질한 짓을 해서 그나마 복수도 제대로 못하고 바보가 됩니다. 이거 뭡니까? 아무리 실화 속 역사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드럽게 재미없는 결말입니다. 딱히 아름답게 인간적 성숙미를 뽐내면서 용서한 것도 아니고 멍청하게 행동해서 오히려 어이가 없게 만든단 말입니다. 그러더니 얼렁뚱땅 이야기가 끝나요. 완전 헐... 영화도 마무리가 좀 어색했는데 이건 뭐 훨씬 심하구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읽는 재미만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이야기인데다 전체적인 흐름이 영화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디카프리오와 자연 설경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부분이 너무 컸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는 원작 소설부터 읽는 것으로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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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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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파적 특성과 가독성이 돋보이는 작품


   또 오랜만에 취향을 저격하는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더블"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정해연 작가님의 신작 "악의"는 우리 사회의 오랜 문제를 잘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게다가 마치 단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독성이 탁월하군요. 가독성이 그냥 좋은 게 아니라 탁월한 수준입니다. 흐름이 좋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작품을 정통 추리소설로 받아들이면 반전이 약하다거나 긴장감이 부족하다거나 이런 식의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다분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저의 경우는 애초에 '누가 범인인지? 어떤 반전이 있는지? 얼마나 충격적인 결말인지?'의 문제는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잘 끌고 가던 이야기를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을 주겠다고 갑자기 이야기를 꼬아버리면 맥이 탁 풀리는 쪽이다 보니 오히려 반전을 싫어하는 쪽입니다. 물론 이 작품도 반전이 나름 있지만 혀를 찰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국내 독자들은 국내 작가 장르소설에 대해서 상당히 인색한 면이 있어요. 저는 이런 대목을 대하면 조금 불편한 지점이 있습니다. 뭐 책 읽고 평가하는 거야 각자의 자유니 따질 일은 아니지만 단순히 책을 대할 때뿐이 아니라 문화, 정서적인 측면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튼 장르소설의 최대 미덕인 읽는 재미만큼은 어느 책에 뒤지지 않을 작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내용이 너무 짧다, 이야기가 급히 마무리된 거 같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이야기의 발단과 전개가 전체 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좀 많기는 합니다.



#2. 권력자의 추악함, 비틀린 모성애, 자본의 노예가 된 언론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하모니


   이 작품에 담긴 권력자의 추악함은 무척 익숙합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가능하게 하는 이 사회의 구조도 견고합니다. 너무 현실 같은 이야기다 보니 오히려 "영인시"라는 가상의 도시가 어색할 지경입니다. 그냥 "서울시"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이는 이야기죠. 오히려 가상의 도시를 설정함으로써 픽션임을 애써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전작 "더블"에서는 개인의 욕망이 타인의 권리를 어떻게 침범하는지,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의 권리를 무시한 만큼 본인도 똑같이 당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잘 드러내 주었습니다. 즉, 사회 속에서 개인과 개인 간의 작용과 반작용을 깊이 다루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개인에서 가족, 그리고 한 도시에 이르는 사회에까지 그 범위를 넓혀 주고 있습니다.


   권력을 향해서만 달려가며 치밀하게 이미지 마케팅을 하는 시장 후보가 있는가 하면, 아들의 성공을 위해 그 어떤 악한 일도 허용하고 오히려 권장하는 비틀린 모성애의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심지어 아들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헌납하는 엄청난 헌신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읽는 독자는 섬득하기만 합니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내 자식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손해가 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를 우리는 흔히 만날 수 있다 보니 그저 재미로 바라보기가 어려운 탓입니다.


   재력과 권력을 갖춘 자 주변에 밥그릇을 위해 서식하는 부류들도 못지않게 문제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아들을 이용하는 권력자와 보호시설 관리자는 한통속입니다. 권력자의 이미지를 한껏 포장해주는 언론은 이러한 1%의 세상을 공고하게 하는 일등 공신들입니다. 언론의 타락은 현실에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이런 우리 사회의 병폐를 통쾌하게 밝힌다거나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지만, 장르소설의 틀 안에서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잘 다루고 있고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사회파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저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고 말았습니다.



#3. 소설보다 더 지독한 현실이 주는 소설의 한계


   "악의"에서 드러나는 이런 사회파적 특징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가지는 한계는 오히려 외부에 있습니다. 독자들이 이 작품의 내용을 신선하게 보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일 지경이라는 점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이미 우리 머릿속에는 "공공의 적"이라거나 "베테랑", 또는 "내부자들" 등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이미 이런 이야기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악하다"라고 여기기보다 "익숙하다"라고 여겨지는 것이죠.


   잘 쓰인 소설임에도 너무 익숙하다 보니 식상하게 느껴질 소지가 다분합니다. 왠지 읽어본 것만 같은 이야기로 여겨지면서 평가절하 될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현실이 너무 지독하다 보니 어지간히 독한 이야기도 흔한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사회파 추리소설이 주로 그렇듯 애초에 범인을 까고 시작하는 부분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누가 범인이건 여튼 긴장감 있게 조금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고 후루룩 읽었습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애초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관심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혹은 고발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무척 지루해질 수도 있겠지요. 저는 드럽게 재미졌습니다. 근래 이렇게 집중해서 빨리 읽은 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입니다.

  

   공고한 사회구조 속에서 권력자의 속 사정이 어떠하건 그들만의 게이트는 법으로도 정의로도 구축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자격으로라도 징벌을 시도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어떤 방법이 되었건 녹녹치 않습니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너무도 오래 굴러 왔으니까 말입니다. 이제 와서 쉽사리 바뀔 리가 없지요. 특정인을 징벌한다고 한들 선수만 교체될 뿐입니다. 이런 답답함이 이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악의"를 읽을 때는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더욱 재미지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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