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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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꾸 찾아 읽게 되는 87분서의 매력


   확실히 87분서 시리즈는 어떤 이유에서건 하나씩 계속 읽게 됩니다. 저에게는 분량이 적당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제는 무척 친근하고 익숙해진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책 "킹의 몸값"을 마지막으로 일단 피니스아프리카에의 87분서 시리즈는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작품을 무척 아껴둔 이유는 아무래도 "킹이 몸값"이 가장 평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입니다만 개인적으론 베스트라고 하긴 힘드네요.


   그런데 자꾸 찾게 되는 이유가 뭔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시리즈는 읽으면 읽을수록 읽기 편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첨에는 무척 생소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뭔가 가족들 같은 친근함이 있어요. 가상의 도시 아이솔라시티도 익숙하고, 등장인물 87분서 형사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한명 한명 특징적인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다수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애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87분서 형사들 중 에이스는 뭐니 뭐니 해도 스티브 카렐라 형사죠. 강직하고 우직한 형사 고유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한 활약을 합니다. 늘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한다는 마이어 마이어 형사도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약쟁이 아들 때문에 홍역을 겪었던 번스 경위도 남다른 애정을 갖게 합니다. 이런 장점은 이 작품을 계속 찾아읽게 만들고 특정 작품 속에 카렐라가 등장하면 '역시, 카렐라가 나와야 맛이지!. 이번에도 카렐라 아내가 활약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대하고 읽게 만들죠.



#2. 이제 와서 읽고 감탄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내용 구성


   이게 경찰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사건이 졸라 단순해요. 이건 뭐 치명적이죠. 완전 단무지예요. 단순 무식합니다. 복잡하고 뒤통수 탁 때리는 맛은 해운대 백사장에서 땅콩 찾기예요. 만약 추리소설의 두뇌싸움을 생각하고 반전의 쾌감을 생각하신다면 정중히 사양합니다. 이 작품을 읽으셨다간 완전 안드로메다로 가실 수가 있어요. 이게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겠지만 반전이 눈곱만큼도 없는 게 반전입니다. 대단하죠? 추리소설인데 반전이 없어... 헐..


   서술도 굉장히 정석입니다. 사건이 일어날 피해자 가족 주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생기죠. 87분서 형사들이 들이닥쳐 사건을 접수합니다. 그러다 범인들에게 시선이 옮겨갑니다. 이렇게 한 바퀴 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범인들이 잡힙니다. 따단~~~ 이런 식이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그러면 마냥 지루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87분서 시리즈의 매력은 사실 조금 다른 곳에 있는데, 사건 자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형사들의 대화나 심리묘사 등을 읽는 맛이 있습니다. 은근히 재미있고, 단서나 증거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맛도 쪼끔 있습니다. 엄청나지는 않지만요.


   작가 특유의 뜬금포 순문학적 문장 날리기도 재미지죠. 항상 장면이 전환되거나 뭔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냥 가기 걸쩍지근할 때 이 작가는 한 페이지에서 많게는 두 페이지 정도를 계절이라거나 주변 환경 등을 묘사하는 문학적 문장들을 욱여넣습니다. 뭔가 문학적인 느낌을 일부러 삽입하는 듯한 문장들이 안 어울리게 끼우는 거죠. 마치 작가가 '사실 나 이런 수준 높은 문학적인 문장을 잘 쓰는데 재미가 없으니까 장르소설 쓰는겨...'라고 항의라도 하듯이 잊을만하면 몇 문단씩 끼워팔기를 합니다. 너무 뜬금포라 읽어주는 맛이 있어요.


   한편 이번 작품은 가해자와 피해자 측의 심리적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일종의 사회파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 자식도 아닌 운전수의 아이 때문에 졸지에 거금을 내야 하는 전형적인 사업가 "킹"의 갈등을 비롯해서 그 아내 "다이앤"의 갈등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웃기고 불쌍한 사람이 바로 "킹"입니다. "킹"은 원래 가난했다가 악착같이 성공한 캐릭터고 마지막 성공을 향해 모아둔 거금을 남의 자식 유괴범에게 줘야 할 것만 같은 드러운 상황에 놓입니다. 한 발짝만 더 가면 완전 성공인데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걸 헌납하고 싶겠습니까? 일단 개기죠. 그런데 주변 모두가 "킹"을 쓰레기라고 욕해요. 이런 설정도 신기합니다. 오늘날 같았으면 과연 그렇게 "킹"을 킹왕짱 쓰레귀라고 한결같이 비난할 수 있을까요? 내 아이가 유괴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유괴된 아이 아빠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나자빠져 있는 상황에서?


   아내 "다이앤"의 반응은 더 웃깁니다. 여태껏 남편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뻔히 알고 잘 살아왔던 사람이 갑자기 옆집에 유괴된 거에 과잉 반응을 하면서 정의의 투사가 되어 남편을 비난하고 짐을 싸서 나가기까지 합니다. 그전까지 정기적으로 불우한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왔는지 어땠는지는 묘사가 안되어 있어서 모르겠습니다만 갑자기 이거 뭐에 홀린 건가 싶을 정도로 강경합니다. 이런 게 참 캐릭터가 매력 없어 보이는 부분입니다. 당시 작가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랄까? 뭐 이런 것이 강하게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피해자 측은 더욱 가관입니다. 원래 도둑질하고 범죄자였던 남자를 사랑해서 은행을 터는 계획이라고 한 걸 응원까지 하던 여자가 말입니다. 갑자기 유괴라고 하자 남편이 쓰레기라고 또 막 몰아세워요. 이 "캐시"라는 여자는 마치 "다이앤"의 현신과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갑자기 이거 아니다 싶어선지 혼자 밑장 빼기에 들어갑니다. 이런 장면을 보니까 마치 진보세력에서 누군가 공격을 받으면 뭉치지 않고 "나는 안 그랬다. 재만 그랬다."라며 거리두기하는 모습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이 "캐시"도 똑같거든요. "나는 몰랐다. 은행털이인 줄 알고 도왔는데 뜬금없이 애를 데려왔더라. 나는 동참 못한다. 이거슨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한단 말입니다. 은행털이는 되고 유괴는 안된다는 도덕관념은 어디서 온 거란 말입니까?


   이런 희한한 등장인물들의 반응과 대립, 그리고 그 결과에서 오는 황당한 마무리까지가 한 세트가 되어서 이 작품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 실망도 꽤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미롭고 생각할 만한 것들이 제법 있는 이 작품 "킹의 몸값"은 저에게는 그냥 87분서 시리즈 중에 그냥 그랬던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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