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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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자 → 기자 출신 작가 → 본격 장르 소설가

   그동안 장강명 작가의 작품을 꽤나 읽은 편인데 항상 기본 이상 해주는 작품들을 써 왔던 기억이 납니다. 장강명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똑똑한 작가"라는 표현입니다. 단순히 머리가 똑똑하다는 의미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현실, 자기가 뛰어들 전장(문학판)의 형편을 잘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 선점을 매우 영민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준비한 첫 작품 "표백"은 주목받기 좋은 독특한 구성은 물론 장강명 기자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극적인 주제로 관심을 모았고, 그 이후에는 늘 트렌디 하거나 독특한 제목과 소재로 독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적합한 길이와 내용으로 작가적인 입지를 잘 다져왔습니다.

   대체로 제가 읽어본 작품들은 기자 출신 특유의 사회고발적인 르포리즘 같은 스탠스를 취하는 소설들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과연 기자 출신일세?'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았지요. 그게 장강명 작가 작품을 특징짓는 주요한 차별점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으니 드디어 "기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땐 작품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문학상을 돌아가며 수상하고, 수필도 출간한 이후로 이제야 정말 자기가 쓰고 싶은 장르적 특성이 넘치는 소설을 하나 완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자극적인 제목과 화제성

   장강명 작가 작품의 또 한 가지 큰 특징은 제목부터 내용, 주제의식까지 상당히 자극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에 좋습니다. 이번 작품도 사람들이 쉽사리 얘기하지 않는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어 많은 관심을 받을 만합니다. 

   장강명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고 고민하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인 통일문제와 통일 이후 우리의 미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치밀한 사전조사를 한 것 같습니다. 읽어보다 보면 상당히 디테일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는 꼭 시사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소설에 현실감을 부여하여 독자가 몰입하기 상당히 용이하게 해 줍니다.

   한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그전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완연한 장르적 특성 때문에 무책임한 기자의 르포 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전 작품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사회부조리나 현실을 꼬집는 것'까지는 좋으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독자가 읽기에 위험한 그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을 꽤나 받았었습니다. 그리하여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고 이후에 사실 여부에 대해서 무책임한 '아님 말고'식의 태도와 일견 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여 불편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아직 도래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통일 이후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일을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고 오히려 정말 그럴법하다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디스토피아 액션 스릴러 뭐 이 정도가 되려나 싶은데 이런 표현은 우습지만 '소설'이 '소설다워' 좋았습니다.


#3. 대한민국에서 장르소설을 쓴다는 것...

   아마도 이번 책은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성 있게 썼다고 인터뷰를 했던 거 같은데, 딱 그 말대로 이기는 합니다. 정말 문학상 수상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쓴 장르소설입니다. 그러니까 분명 통일 이후 과도정부 시기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 소설의 목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작가만이 잘 쓸 수 있는 남북문제에 대한 설정하에서 벌어지는 일단의 사건과 그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주인공들의 액션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읽힙니다. 작가도 밝히고 있지만 몇 가지 설정에 차이에도 불구하고 리 차일드의 '잭 리쳐' 시리즈를 읽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어쩌면 약간은 오마주인 것도 같고 말이죠.

   이름조차 잭 리쳐를 닮은 소설 속 주인공 "장리철"은 그야말로 살인기계입니다. 그러나 잭 리쳐와 달리 "한국식 능력치 조정"을 거칩니다. 신체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두뇌가 그리 명석하지 않고,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죠. 게다가 식탐도 좀 있고, 그런 캐릭터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독자들은 완벽한 슈퍼히어로보다는 장단점을 모두 지닌 현실적인 캐릭터를 더 선호하는 면이 있다고 파악한 모양이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하여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살인기계 "장리철"은 앞으로도 보고 싶은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어려운 모험을 나서는 장리철의 모습을 끝으로 소설이 마무리되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앞으로 이 캐릭터를 잘 활용해서 재미있는 속편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구축된 작가적 세계가 이 한편으로 끝나는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여러모로 잭 리처 시리즈 같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시리즈 장르 소설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작가가 정말 본인이 쓰고 싶은 장르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찬물을 끼 얻는 것 같지만 과연 그동안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얻었던 작가적 인기가 없었다면 이 소설이 이 정도 주목을 받았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본격적인 장르소설을 대하는 대한민국 독자들의 태도는 어떤가를 생각하면 과연 판매고를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온라인 게임 광고에 국내 톱스타가 총동원되는 현실을 보면 화려하고 자극적인 온라인 게임이나 영상으로 장르적 특성 가득한 재미난 것들이 널려있는 대한민국에서 읽는데 오래 걸리고 힘들기까지 한 장르 소설이 얼마나 대중적인 힘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그리 즐거운 마음이 아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고,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던 우려는 말끔히 씻어내는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앞으로 더 대중적이고 가독성 좋은 작품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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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천국일까?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14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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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이들이 보는 만화 형식의 책입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와 함께 엄청 유명한 책이기도 한데, 뭔 내용일지 궁금해서 펼쳐봤습니다. 일본인들은 정말 해맑해맑하는 것 같습니다. 무척 즐거워 보이는 상상이 가득한 책입니다. 짧은 시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군요.

   내용은 단순합니다. 손자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방을 정리하다가 할아버지가 써놓은 노트를 발견하는데 그 노트의 내용이 바로 이 책이라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시종 밝은 어투로 죽으면 어떻게 될지? 천국은 어떨지, 지옥은 또 어떨지 상상해서 글과 그림을 남겨 둔 것입니다. 이 노트를 통해 손자는 할아버지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알아보게 되고, 할아버지는 긍정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훈훈함과 교훈을 얻습니다.

   죽은 사람이 우선 영혼이 돼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천국으로 들어가고 가끔 사과 같은 엉뚱한 사물로 지상으로 내려가 가족들을 지켜본다는 상상은 재미있네요. 그리고 천국이 지겨워지면 환생 센터에서 다른 동물 같은 것으로 환생해서 다시 지상으로 돌아갑니다. 참으로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지옥에 대한 상상도 재밌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옥 섬에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을 거란 상상에선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들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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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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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드 SF가 무엇인고 하니..

   제가 상당히 싫어하는 표현이 "공상과학"입니다만 여튼 SF를 그렇게 번역을 하니 "공상과학"은 아무래도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픽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이언스지에 논문으로 실릴 테지요. 과학이라는 요소 외에도 "공상"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을 하다 보니 과학은 무늬만 있고 "공상"만 가득한 SF 소설도 무척 많습니다. 심지어 무척 재미지지요.

   원래 과학은 파고들수록 전문분야라 우리 일반 독자가 완전히 이해해가며 읽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SF 소설 팬들은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적극 사용합니다. 이런 방식의 책 읽기는 독서의 재미는 물론 독자의 정신건강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무척 유용합니다. 게다가 작가의 심신의 안정까지 지켜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통상 우리는 이런 유의 유도리가 넘치는 SF 소설을 말랑말랑하다 하여 소프트 SF라고 분류합니다.

   이런 형태의 SF 소설에서 조금 벗어난 계열의 SF 소설이 있다면 바로 할옹의 "중력의 임무"같은 하드 SF 소설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하드SF 소설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어 가능하면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법칙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기본적인 태도를 견지합니다. 그 와중에 스토리의 재미까지 있어야 하니 과연 하드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의외로 재미 터지는 하드 SF의 매력.

   미리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활용하면 그 어떤 하드 SF를 가져다 놔도 즐겁게 읽을 수 있기는 합니다. 물론 이 작품에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과학적 지식들을 이해하고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증해보기까지 한다면 하드 SF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후기에서 자신과 독자와의 승부인 것처럼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글을 완성한 시점부터 오류가 있어도 전혀 수정을 할 수 없지만 시간은 독자 편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의 소설에 언급된 과학적 기반에서 오류를 발견해 낼 것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시합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에 어떤 과학적 오류가 있는지에는 전혀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이 소설이 재미있게 읽어지는가 아닌가가 중요할 따름이지요. 하드 SF 소설을 읽는 진정한 자세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소를 가지고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이론적 가설과 설정에 대해 장황하게 과학적 설명을 늘어놓는 저자 후기는 완전히 스킵 하시라고 강력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참, 이 소설은 메스클린 이라는 행성에 도달한 인간과 그곳 생명체 간의 협력을 통한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외계인과 인류가 인격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작가의 설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꽤 있는데 극 초반만 잘 넘기면 갈수록 흥미가 배가되는 상당히 좋은 구조의 소설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오래전에 발간된 소설임에도 당시 출간된 여타 SF 소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훨씬 이론적으로 탄탄하고 정교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읽는 재미까지 충분하니 과연 감탄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학 이론에 경기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그렇다 치고 읽기 신공"을 초반부터 들이대셔야 더욱 부담 없이 재미지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매력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무척 만족스러워하실 소설이군요.


#3. 할옹은 또 누구신고...

   이 작품이 저자 할 클레멘트는 년식이 무시무시합니다. 무려 1922년 생이십니다. 이 양반 작품을 찾아보니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SF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특히 국내에 소개된 경우) 주류인 소프트 SF보다는 하드 SF가 주전공이고 거의 대부처럼 여겨지고 있는 양반입니다. 

   저자가 천문학을 전공하였고, 화학까지 공부한 데다가 그 유명한 SF 그랜드 마스터 "아이작 아시모프"와 무척이나 절친했던 배경을 생각해보면 SF를 잘 쓰는 것은 물론이고 년식으로도 SF계의 화석 수준임을 대충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에..또.. 저자의 이 작품 "중력의 임무"는 외계 행성에 인류가 도달해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야기인데, 이와 비슷한 설정의 소설을 여러 편 쓰셨던 모양입니다. 이 "중력의 임무"를 시작으로 "사절단?" 시리즈가 여러 편 있더군요. 완전 초창기 작품 "바늘"과 "아이스월드"등이 유명한 모양인데 국내에서는 아시모프나 아서 클라크, 너의 사랑 나의 사랑 하인라인 형님 등에 비해서는 완전 듣보잡수준인거 같습니다. 한글로 제대로 된 설명 페이지도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갑자기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의 필립 호세 팔머옹을 설명하던 그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영문 페이지를 더듬거리며 읽던 기억 말입니다. 팔머옹은 여전히 듣보잡이시지만서도..

   국내에서 듣보잡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SF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국내 환경에서 SF 중에서도 덕후들만 좋아하는 하드 SF만 전문적으로 쓰는 분이니 말입니다. 물론 읽어본 게 없어서 그런지 아닌지 검증도 못했지만서도.. 여튼 이 분 작품이 좀 많이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무척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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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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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게 뭐지?' 싶은 중년 아저씨들의 지랄 발랄한 이야기

   천명관 작가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는 건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나름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그에 걸맞은 요상한 결말로 마무리가 되는군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순간순간 발휘되는 위트와 엉뚱한 유머입니다. 소재나 서정은 꽤나 잔혹할 수도 있는데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게 되는군요. 마치 예전에 유행하는 조폭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사실은 설정이나 스토리가 무척이나 진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캐릭터의 파상공격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짧은 스토리인데도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이 계속 나타나요.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 엉뚱합니다. 기똥차게 엉뚱하고 황당하고 바보 같기도 하고 그렇죠. 적잖이 찌질하기도 하구요.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입니다.
  

#2. 소재와 설정에서 오는 한계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천명관 작가님을 잘 모르지만 왜 이런 소설을 쓰셨지? 왜 이런 글을 출간하셨지? 하는 건데요. 아무리 좋게 봐도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나 사건들이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식상하기도 하고, 한계가 명확한 소설이었거든요. 킬링타임 용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감이 있지만, 딱히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현대사회를 크게 풍자하고 있다고 하기도 애매한 작품으로 지금 시점에 책을 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냥 이런저런 소설을 쓰는데 '이번엔 조폭 유머 소설을 써 볼까?' 하고 생각하셨던 걸까요?

   그동안 소설의 최대 미덕은 읽는 재미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이 작품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자기모순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순문학 쪽에 계신 작가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든 것이 아닐까 싶긴 해요.

   재미는 있었으나 신선함은 떨어지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K팝스타 같은 데서 "노래는 진짜 잘하는데 올드하고 새로운게 없다"라는 평가를 할 때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제 나름의 판단은 좀 더 유보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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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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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렌스 블록이 창조해낸 훌륭한 탐정 캐릭터 매튜 스커더

   오랜만에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한 권을 읽었습니다. 유명한 시리즈가 대체로 그러하듯이 이 시리즈도 처음 접할 때보단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익숙하고 반가운 느낌입니다. 그마만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로렌스 블록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뿐 아니라 크게 4가지 정도의 시리즈를 병행해서 써 온 모양인데, 번역된 게 있어야 그 차이를 알지요. 겨우 켈러? 시리즈 중 한 권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된 정도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알코올 중독자 매튜 스커더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이 시리즈만 한 권 한 권 읽어도 만족할 듯합니다.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총 18권이나 출간되었네요. 이 중에 황금가지에서 6권을 출간해 주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출간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시리즈를 손을 댔으면 빠짐없이 출간을 해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독자가 출판사의 경제논리까지 따질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제가 참고하기 위해 시리즈 목록을 써둡니다.

1. The Sins of the Fathers (1976) : 아버지들의 죄(황금가지, 20128)
2. Time to Murder and Create (1976) : 살인과 창조의 시간(황금가지 20149)
3. In the Midst of Death (1976) : 죽음의 한가운데(황금가지 20139)
4. A Stab in the Dark (1981) : 어둠 속의 일격(황금가지 20149)
5. Eight Million Ways to Die (1982) : 800만 가지 죽는 방법(황금가지 20052)
6.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1986)
7. Out on the Cutting Edge (1989)
8. A Ticket to the Boneyard (1990)
9. 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1991)
10. A Walk Among the Tombstones (1992) : 무덤으로 향하다(황금가지 20091)
11. The Devil Knows You're Dead (1993)
12. A Long Line of Dead Men (1994)
13. Even the Wicked (1997)
14. Everybody Dies (1998)
15. Hope to Die (2001)
16. All the Flowers Are Dying (2005)
17. A Drop of the Hard Stuff (2011)
18. The Night and the Music (2013) (A collection of Matthew Scudder short stories and novelettes, 11 in total)

#2. 하드보일드?

   하드보일드라는 용어는 자주 접했는데 하드보일드가 정확히 뭔지, 늘 헷갈립니다. 하드보일드니 스릴러니 서스펜스니 미스터리니 용어가 너무 많고 근래에는 무척이나 혼용을 하는 양상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양한 부분이 혼합된 장르가 출간되니 더욱 그래 보이는군요.

   원래 하드보일드는 문학에서 완숙된 달걀의 딱딱함(?)처럼 건조하고 비정한 문체를 말한다고 합니다. 사실 끓는 물속의 계란이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뭔가 좀 안 어울리는 용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추리소설 분야로 옮아오면서 셜록 홈스 같은 머리형(?) 탐정의 "계획된 것"과 달리 좌충우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써 하드보일드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드보일드는 추리, 탐정, 서스펜스, 스릴러 등과도 잘 결합하는 특징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하야 납치와 토막살인, 복수극 중에 선혈이 낭자하는 이 작품은 하드보일드 스릴러 정도로 분류하면 적절할 듯합니다.


#3. 매튜 스커더가 하드보일드 하게 살아가는 방식

   이 작품을 여성 독자가 읽으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지만 저로서는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과거 사건이 포함된 스토리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비번 날 강도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자아이를 희생시키는 사고를 계기로 경찰을 그만둔 과거가 있는 주인공은 이혼남에 뚜렷한 거처도 없이 살아갑니다. 게다가 알코올 중독자라 금주를 위해 여러 가지 모임에 자발적으로 나가죠. 여기까지는 그다지 좋아 보일 일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비공인 사설탐정으로 그가 하는 일을 보면 의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을 수락하는 조건도 남다릅니다. 사례금 정도도 아니고, 오로지 본인이 내키는지, 자기 마음을 움직이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피해자가 뭔가 억울해 보이거나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은 마음 정도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공인이라 꼭 법대로 마무리하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해서 옳은 대로 악인을 처분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정의와 인류애를 발동하는데 이 부분이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일처리에 있어서 흥분하지도 않고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도 차분하기만 합니다. 이미 충분히 끓어버린 완숙처럼 단단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면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사건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베테랑이기도 합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이기도 한 이 작품을 읽다 보니 아무래도 리암 니슨의 모습이 오버랩되고, 이 영화 자체는 원작에 충실한 훌륭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테이큰의 리암 니슨을 내세워 홍보해서 역풍을 맞았던 안타까운 기억만 납니다.

   저야 뭐 이번 생에서 매튜처럼 하드보일드 하게 살아볼 기회는 없을 듯하지만 소설의 대리만족이라는 관점에서는 무척 훌륭하게 작동했던 작품입니다. 가끔씩 매튜 스커더를 만나면서 소심한 저의 삶에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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