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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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렌스 블록이 창조해낸 훌륭한 탐정 캐릭터 매튜 스커더

   오랜만에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한 권을 읽었습니다. 유명한 시리즈가 대체로 그러하듯이 이 시리즈도 처음 접할 때보단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익숙하고 반가운 느낌입니다. 그마만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로렌스 블록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뿐 아니라 크게 4가지 정도의 시리즈를 병행해서 써 온 모양인데, 번역된 게 있어야 그 차이를 알지요. 겨우 켈러? 시리즈 중 한 권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된 정도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알코올 중독자 매튜 스커더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에 이 시리즈만 한 권 한 권 읽어도 만족할 듯합니다.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총 18권이나 출간되었네요. 이 중에 황금가지에서 6권을 출간해 주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출간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시리즈를 손을 댔으면 빠짐없이 출간을 해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독자가 출판사의 경제논리까지 따질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제가 참고하기 위해 시리즈 목록을 써둡니다.

1. The Sins of the Fathers (1976) : 아버지들의 죄(황금가지, 20128)
2. Time to Murder and Create (1976) : 살인과 창조의 시간(황금가지 20149)
3. In the Midst of Death (1976) : 죽음의 한가운데(황금가지 20139)
4. A Stab in the Dark (1981) : 어둠 속의 일격(황금가지 20149)
5. Eight Million Ways to Die (1982) : 800만 가지 죽는 방법(황금가지 20052)
6.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1986)
7. Out on the Cutting Edge (1989)
8. A Ticket to the Boneyard (1990)
9. 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1991)
10. A Walk Among the Tombstones (1992) : 무덤으로 향하다(황금가지 20091)
11. The Devil Knows You're Dead (1993)
12. A Long Line of Dead Men (1994)
13. Even the Wicked (1997)
14. Everybody Dies (1998)
15. Hope to Die (2001)
16. All the Flowers Are Dying (2005)
17. A Drop of the Hard Stuff (2011)
18. The Night and the Music (2013) (A collection of Matthew Scudder short stories and novelettes, 11 in total)

#2. 하드보일드?

   하드보일드라는 용어는 자주 접했는데 하드보일드가 정확히 뭔지, 늘 헷갈립니다. 하드보일드니 스릴러니 서스펜스니 미스터리니 용어가 너무 많고 근래에는 무척이나 혼용을 하는 양상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양한 부분이 혼합된 장르가 출간되니 더욱 그래 보이는군요.

   원래 하드보일드는 문학에서 완숙된 달걀의 딱딱함(?)처럼 건조하고 비정한 문체를 말한다고 합니다. 사실 끓는 물속의 계란이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뭔가 좀 안 어울리는 용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추리소설 분야로 옮아오면서 셜록 홈스 같은 머리형(?) 탐정의 "계획된 것"과 달리 좌충우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로써 하드보일드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드보일드는 추리, 탐정, 서스펜스, 스릴러 등과도 잘 결합하는 특징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하야 납치와 토막살인, 복수극 중에 선혈이 낭자하는 이 작품은 하드보일드 스릴러 정도로 분류하면 적절할 듯합니다.


#3. 매튜 스커더가 하드보일드 하게 살아가는 방식

   이 작품을 여성 독자가 읽으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지만 저로서는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과거 사건이 포함된 스토리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비번 날 강도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자아이를 희생시키는 사고를 계기로 경찰을 그만둔 과거가 있는 주인공은 이혼남에 뚜렷한 거처도 없이 살아갑니다. 게다가 알코올 중독자라 금주를 위해 여러 가지 모임에 자발적으로 나가죠. 여기까지는 그다지 좋아 보일 일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비공인 사설탐정으로 그가 하는 일을 보면 의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을 수락하는 조건도 남다릅니다. 사례금 정도도 아니고, 오로지 본인이 내키는지, 자기 마음을 움직이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피해자가 뭔가 억울해 보이거나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은 마음 정도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공인이라 꼭 법대로 마무리하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해서 옳은 대로 악인을 처분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정의와 인류애를 발동하는데 이 부분이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일처리에 있어서 흥분하지도 않고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도 차분하기만 합니다. 이미 충분히 끓어버린 완숙처럼 단단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면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사건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베테랑이기도 합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이기도 한 이 작품을 읽다 보니 아무래도 리암 니슨의 모습이 오버랩되고, 이 영화 자체는 원작에 충실한 훌륭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테이큰의 리암 니슨을 내세워 홍보해서 역풍을 맞았던 안타까운 기억만 납니다.

   저야 뭐 이번 생에서 매튜처럼 하드보일드 하게 살아볼 기회는 없을 듯하지만 소설의 대리만족이라는 관점에서는 무척 훌륭하게 작동했던 작품입니다. 가끔씩 매튜 스커더를 만나면서 소심한 저의 삶에 대리만족을 느끼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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