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노구치 사토시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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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많은 대화법 책 중에 이 책이 좋은 이유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은 일본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노구치 사토시의 대화 노하우를 담은 책입니다. 이런 식의 화법에 관한 책은 이제 펼치기도 전에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맨날 비슷한 조언이 담긴 책들을 읽어봤자 실제로 변하는 것도 없고, 그렇기에 이런 책에서 얻는 효능감이 떨어지고 기대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원활한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말하기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몇 권 읽어봐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먼저 읽었던 책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읽는 이가 제대로 적용을 못 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인간이란 워낙 드럽게 바뀌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감안할 때 대체로 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생긴 데로 살자는 결론에 이르거나 그럼에도 좀 노력해 보자 두 가지 태도가 남을 텐데 기왕이면 좀 나아질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는 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여튼 그런 이유로 골라든 이 책은 인간이 가장 친밀함을 느끼는 거리가 50cm라는 놀랍도록 과학적이면서도 쉽사리 와닿지는 않는 사실을 제목으로 달고 출간되었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특정 분야와 구체적인 테마에 대해 문제점을 정리하고 실천 방안을 제사하는 데 있어 일본 저자가 가장 탁월합니다. 이 책의 저자 노구치 선생도 참으로 놀랍도록 잘 정리해 가독성 높은 책을 뚝딱 만들어 내었습니다.


읽다 보니 전체적으로 크게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는 한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만, 왜 이렇게 두꺼운 단행본으로 출간이 되었느냐하고 하면, 인간관계라는 것이 어디 그리 스테레오 타입으로 똑같은 경우가 있겠습니까? 상당히 구체적이고 다양한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함으로써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에 최대한 유사하게 맞춰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독자의 효능감을 어떻게든 높이려고 노력하는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하는 바와 태도가 이 책의 기본 태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매우 바람직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대화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비결

이 책에서 꾸준히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바는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의를 하고 보면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다 보면 노구치 선생이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대화를 제가! 저도 모르게!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아~~~'하며 반성과 감탄이 저먼 수평선에서부터 밀려오는 헤일처럼 쭈우우우욱~~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노구치 선생 짱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면서 신뢰가 확 올라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 아내가 "아, 잠도 많이 잤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하면 저는 자연스럽게 "아 그래? 나도 그런데"라고 대답을 해왔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식의 대답은 제 딴에는 아내에게 동의한다는 표현을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아내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건 어디로 가버리고 저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대화의 주인공을 저로 바꿔버려서 말문을 막는 행위가 되는 것이죠.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를 읽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해오던 대화 패턴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새록새록 느끼게 됩니다. 그리하여 제가 왜 이렇게 그동안 왕따에 앗싸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후회와 빡침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상대방 중심으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문제, 재미가 있어도 인상적이지 못하게 했던 말들, 상대방이 감동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키는 방법, 호감이 급상승하는 대화 비결, 상대의 대화를 잘 기억했다가 그대로 언급해 주는 스킬들, 친밀감을 확 높일 수 있는 기적의 대화법 등등 수없이 많은 킬링 포인트들을 배우고 점검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상대와의 거리를 50센티 당기는 대화의 기술"을 우선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자기가 했던 말을 소재 삼아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며 대화 중심을 상대방으로 옮겨가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대화의 기술이 디테일하게 많이 소개되고 있으니 내용을 직접 확인하시면서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시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3.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정의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이란 각각 별개였던 두 사람이 녹아들며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 하나에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의미가 잘 녹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별개, 두 사람, 녹아들어, 하나, 과정 등을 떠올리고 이어서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일관된 태도는 확고합니다. 상호 소통하는데 있어 상대방에 대한 진심이 우선 장착되어야 합니다. 이 진심에서 호의와 관심, 배려 등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좋은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도 중요합니다. 그까이꺼 대충 지내면 되지 내가 뭐 아쉬워서...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의 여러 가지 조언들이 다 무의미한 것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관계를 잘 맺고 싶다는 바램과 조금 더 노력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이 모든 이야기들이 의미가 생깁니다.


그런 다음 진심과 의지와는 다르게 구체적인 대화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실수하는 부분들에 대한 확인과 영점 조정 등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쯤 되면 대체로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책을 찾아 읽지도 않겠지요. 적어도 이런 책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님이라면 비록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 하더라도 약간의 스킬을 장착해 많은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분이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적어도 관계에 있어 내가 먼저 녹아들 마음이 있어야 하겠고,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의 내용을 참고해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바꿔나간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좀 더 서로 녹아내려 하나가 되는 과정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 책에서는 SNS에서의 교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책의 조언을 참고해 진심과 정성을 더 할 때 따뜻하고 느슨한 연대를 이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실생활에서의 인싸보다 SNS 상에서 인싸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저처럼 늘 사람들을 대할 때 어색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영업일을 하시거나 구체적이고 실전에 써먹을 만한 좋은 대화법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신뢰받는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은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술술 읽히고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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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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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적으로 완벽한 재미를 갖춘 소설

앨러산드라 토레의 <고스트 라이터>는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취향을 완전히 저격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정도의 이야기를 테크니컬하게 완벽히 창조해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감탄과 동시에 부러움과 질투까지 느끼게 하는 작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러산드라 토레는 일반적인 소설가의 커리어를 쌓아온 작가가 아닙니다. 아마존 자비 출판 전자책 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작가입니다.


아마존 자비출판의 경우 국내와 달리 저변이 튼튼하고 독자층이 워낙 넓다 보니 상대적으로는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자비출판으로 전자책을 만들어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낼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아마존의 경우도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 또한 대단한 것인데 어쨌거나 누군가는 성공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러움을 느낍니다.


뜬금없이 책 리뷰에서 작가와 아마존 자비출판을 들먹이는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베스트셀러 작가들이고 결국 소설을 쓰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책을 좋아하고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는 글을 쓰는 행위, 작가가 되는 일에 관심이 더 많기 마련입니다. 또한 인간의 자기표현의 욕구를 감안하면 소설가로 성공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을 확률도 높습니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서 작가가 등장해 글을 쓰는 과정이 펼쳐지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까탈스러운 주인공, 그 주인공이 남몰래 안고 있는 감춰진 비밀,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 과제를 해내기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 끝끝내 해내는 스토리적 완성과 그 와중에 밝혀지는 놀라운 반전의 연속 등이 이 소설의 완성도를 현저히 올리고 있습니다. 어느 한 요소도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고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 아니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느끼는 먹먹함까지 더하면 극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의 만족도가 남달리 좀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근래 읽은 어떤 소설보다 재미 면에서 비교불가 원탑이었습니다.




2. 완벽한 캐릭터 심리묘사와 유효 적절한 반전의 묘미


어떤 스토리 건 독자에게 공감을 얻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등장인물의 설정과 묘사가 딱 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적으로도 매력이 있어야 하지만 '캐릭터의 심리묘사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가 소설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미지와 영상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는 행동과 대사, 미장센이 핵심인 반면 소설은 영상물이 할 수 없는 내면의 묘사를 통해 주인공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하는데 성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초반에 묘사되는 주인공 헬레나 로스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독단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주변 환경(특히 결정적으로 사회성을 해친 엄마의 태도)과 특정 사건 때문에 원래보다 더 뒤틀린 것이라는 점이 조금씩 밝혀집니다. 그 과정에서 묘사되는 헬레나의 심리와 행동은 독자로 하여금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헬레나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의 소용돌이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의 속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만큼 심리적 동조가 크게 일어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헬레나 로스는 비밀로 간직해야 온 사건의 순간을 소설로 남기기 위해 대필 작가를 씁니다. 헬레나가 지정한 대필 작가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반전의 연속입니다. 스포일러를 할 순 없지만 이 반전으로 인해 스토리가 풍성해지고 흥미요소가 증폭합니다. 주인공의 태도 변화와 행동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동력원으로 작용합니다. 애초에 소설은 주인공 헬레나의 남편과 아이가 죽은 사건에 감춰진 비밀이 있음을 끊임없이 암시합니다. 그럼에도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 오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서 그랬군.'하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그날의 비밀은 큰 충격입니다.


이 소설에는 독자 입장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허를 찔린 듯 놀라움을 느낍니다. 이 정도에서 약간의 반전이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을 던져주며 독자를 놀래 킵니다. 전체적으로 무척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임에도 어느 지점에서는 웃음이 터지는 장치도 있어 더욱 훌륭합니다.


반전을 처리하는 과정에 능숙하지 못하면 반전을 성공하더라도 독자는 끝 맛이 개운치 않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약간 속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스토리의 완성도를 오히려 해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고스트 라이터>는 반전의 적절하고 효과적인 사용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풀었다가 단도리까지 완벽하게 해냅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3. 인간 공통의 문제의식을 잘 담아낸 소설

애초에 이 소설은 헬레나 로스라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의 퍼스널 스토리입니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도 단순합니다. 주인공 헬레나 로스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일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처리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가 메인 스토리이며 그 일의 전말을 알리기 위해 소설을 써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일에 필연성을 더하기 위해 주인공을 시한부 환자로 만듭니다. 더 이상 그 일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펼쳐집니다. 저자는 이런 사건 상황에서 묘사되는 개인의 문제, 사회 전반의 문제를 자연스레 풀어내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쓴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 사는 관객이 보아도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류 공통의 계층 문제를 감각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이 과하지 않고 위트 있게 영화적 장치로 잘 구현해냈습니다. 분명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 특징적인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공통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 인류 공통의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었습니다.


<고스트 라이터>가 특별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이고 부유한 가정에 일어난 문제임에도 그 과정에서 겪는 주인공의 혼란과 신체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공통의 아픔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어디에도 고백할 수 없는 비밀을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를 풀어내고 용서를 구해야 할 부분에 대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무척 많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헬레나가 망설이듯 말입니다.


이때 공통의 과업을 위한 파트너 마크의 역할이 크게 다가옵니다. 애초에 묘한 관계로 엮인 이 캐릭터는 주인공 헬레나를 관찰하고 애정을 가지고 넓게 품어주고 기다려줍니다. 필요할 때는 푸시하고 자극하고 도전하기도 합니다. 결국 헬레나가 주어진 과업을 이루어내는데 결정적인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마크 스스로도 말 못 할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설득력을 확보합니다. 마크 역시 고립되어 고통받는 누군가를 보호하고 돕는 특징에서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입니다.


이런 작가의 소설적 장치들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 본연의 다양한 감정의 파도를 경험하게 만들어줍니다. 소설의 효능을 충분히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미스터리한 비밀을 풀어내는 과정의 즐거움, 독특한 캐릭터의 내면 묘사와 몇 안 되는 주변 인물과의 관계에서 다이내믹한 상호작용, 목표를 향해 몰아치는 사건의 전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에서 오는 쾌감 등을 모두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이 소설 <고스트 라이터>를 읽어보시기 권해드립니다. 취향에 따라 전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몰입해서 읽었던 너무 좋았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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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폴리카르포 신부님 묵상, 무심의 다스림
김종필 지음, 김혜남 그림 / 포르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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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심의 다스림, 자연스레 흘러가게 두다.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는 근래 들어 가장 고풍스러운 제목을 단 책입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음... 요즘 트렌드에 좀처럼 나올 만한 책 제목이 아닌데...'하는 생각 때문에 일면 당황했다가 바로 호기심으로 바뀌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역으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으니 좋은 제목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척이나 솔직한 제목입니다. 책 제목이 이 책의 핵심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한때는 제 인생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수많은 인생들과는 달리 아무 일도 없고, 너무 무탈해 심심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별일 없이 사는 인생이었습니다. 아마 그 시기에 이 책을 대했다면 책 내용을 공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자기가 겪거나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만 관심을 가지고 납득하는 존재가 아닙니까? 그리하여 이 책을 쓴 저자의 일상 이야기들이 오히려 소란스럽게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인간이란 누구나 인생의 기복이 있고, 삶의 희로애락이 파도처럼 넘실대며 고통의 순간을 겪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어떤 부분은 나의 잘잘못의 문제를 넘어서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조차 없는 순간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낙심해 슬픔이 올 때, 좌절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조하며 스르륵 넘기기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럴 때면 이론은 이론일 뿐이란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게 됩니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폴리카르포 김종필 신부님이 쓰신 이 책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는 무심의 경지에 오르기 가장 유리한 성직자의 입장에서 쓴 일상 시와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신부님의 글은 너무나 종교적이고 거룩해 부담스럽다고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만, 막상 이 분의 글을 읽어보니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저 직업이 성직자이고 그리하여 직업적 유익을 누리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분 역시 기쁨과 슬픔의 일상 속에서 오르내리는 감정의 파도를 어떻게든 다스리며 살아가고자 애쓰는 한 인간이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시지만 굳이 한 문장으로 짜내 정리를 해보자면 "인생의 여러 희로애락에 흔들림 없는 무심의 다스림을 깨우치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하시지만 정작 저자께서도 무심보다는 유심의 경계 깊숙이 들어와 계신 거 같기는 합니다. 리더십 강의를 주로 하는 강사인 제 친구도 정작 자신은 강의 내용처럼 살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좋은 이야기는 좋은 마음으로 좋게 읽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2.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저는 모태신앙으로 살아서 가톨릭은 뭔가 좀 익숙하기는 합니다만, 가톨릭 사제의 삶은 잘 알지 못합니다. 원래 모든 가톨릭의 교리가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책의 저자이신 김종필 신부님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라는 좌우명으로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상 고백 중에 뭔가 노동을 하거나 소일거리를 하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책 속 저자의 "일" 하는 장면을 대하게 되면 이 분이 가톨릭 사제인지 불교 스님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스님들이 절에서 바닥을 쓸거나 뭔가 일을 하는 장면이 각인이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 저는 책을 읽는 중에 진짜 반복적으로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종교 생활 안에서 기도하고 뭔가 사역하는 일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기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다면 꼭 직업인으로 사제가 아니더라도 삶을 더 건강하고 규모 있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정신뿐 아니라 육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기도는 절대자에게 드리는 고백이나 찬양 같은 것이 되겠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자기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기도를 반복하는 건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으로도 치환할 수 있습니다. 기도의 대상이 없는 분들은 명상으로 대체해도 비슷한 효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시와 산문에 저자의 모토가 잘 표현됩니다. 저는 시와 너무 거리가 있어서 시집을 읽어도 멍해지는 시알못인데도 너무나 솔직하고 고백적인 시를 대할 때면 약간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어 잘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딱히 답을 얻지 못해도 쉬어가는 듯한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무해함의 결정체를 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3. 의외의 포인트, 김혜남 삽화


이 책 의외의 포인트가 바로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신분석 전문의이신 김혜남 박사님이 삽화를 그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분이 심리학 계통에서 엄청 유명하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그림을 이렇게 그리시는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많은 작품이 책 속에 삽화로 들어가 있어 또 다른 큰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시집이나 에세이집에서 삽화의 역할은 상당히 큽니다. 책 속 삽화는 그리는 작가의 그림 실력은 물론 책 내용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수준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김혜남 박사님의 삽화는 책의 내용, 흐름, 분위기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느냐? 등으로 따져봤을 때 무척 훌륭하게 역할을 다한 것 같습니다.


삽화 자체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글의 여백 한쪽 1/4페이지 정도를 차지하는 크기로 다소곳이 책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존재감을 지울 수 없어 그림을 감상하는 맛이 쏠쏠합니다. 일관된 스타일은 있으나 본문 내용에 따라 알맞게 표현한 그림이 정말 특별합니다. 이 책을 읽는 큰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이자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며 주식도 코인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인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삶이 팍팍하기 그지없습니다. 정치적으로 시끄럽고 정신이 사나우며 이태원 참사로 분노와 상심, 좌절과 실망 등의 복잡한 감정이 뒤엉키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다잡고 추스르며 각자도생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 스스로를 다스려야 타인을 돌아보고 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이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이 책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는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씻어주며 차분히 돌아보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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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부터 지적이고 우아하게 - 품위 있는 삶을 위하여
신미경 지음 / 포르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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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야?


며칠 전 동네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만남을 주최했던 친구는 소규모 회사에서 시작해 300여 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의 핵심 간부 직원으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몸담으면서 개인적인 일도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다 보니 직장 생활에 전전긍긍하지는 않지만 대표부터 구성원 모두 본인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과 함께 있다 보니 자유분방한 회사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고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기에 애매한 포지션에 있어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40대 중반이 고민할 만한 회사 생활과 인생의 방향에 대해 여러모로 의견을 나누다가 이 친구가 갑자기 저에게 "너는 언제 가장 행복하고 기대되냐?"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순간 뇌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일상 중에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이 있었던가?'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면 아내와 함께 한강변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계속 머릿속에서 '내가 정말 행복한 순간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많지 않고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유형이라면 인간관계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40대 중반이 되면 가족이나 직장 생활이 아닌 이상 대부분 취미를 함께 하는 동호회 분들과의 관계 정도가 다 일 테고,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쏟을 만한 일을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형국이면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집니다.



포르체의 신간 [마흔부터 지적이고 우아하게]는 이런 고민을 가진 분들이 읽기에 딱 적당한 신미경 저자의 일상 에세이입니다. 일상 에세이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은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저자의 치열한 탐구와 실천 철학이 돋보입니다. 저자의 글을 통해 느껴지는 삶의 품위와 매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읽다 보면 내 삶에 적용해 보고 돌아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는 책입니다.




2. 무엇이 인간의 삶을 품위 있게 해 주는가?


마흔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저에게 [마흔부터 지적이고 우아하게]라는 제목은 무척 흥미를 끌면서도 부담스럽습니다. 한없이 가볍고 아이 같은 삶을 살고 싶은 저에게 저자가 던지는 주제의식이 뜨끔하게 다가옵니다. '마흔이 넘으면 지적이고 우아해져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한편으로는 지적이고 우아한 삶을 살게 되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의 가훈이 "품위 있게 살자"였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마흔부터 지적이고 우아하게]는 저자의 다양한 취미의 영역과 취미 활동을 대하는 디테일을 통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순간을 지적이고 우아하게 만드는 비법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취미뿐 아니라 독서와 공부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떤 상황이나 장소에서 적절한 행동을 하고, 대화할 때 고상하고 품위 있는 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우아함을 습득한다고 합니다.



독서나 공부도 우리의 우아함 지수를 높여주는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저자는 특히 우리를 우아하게 만들어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취미'라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교양인이 되겠다는 강력한 집념이야말로 우리를 품격 덩어리로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책을 통해 만나는 저자의 취미 활동은 강력한 덕질에 가까운 치열함이 절절하게 드러납니다. 이게 과연 취미를 즐기는 인간의 모습인가 싶을 정도로 하나를 '취미'라는 카테고리에 넣으면 불도저처럼 직진해 '취미'를 일처럼 후벼파는 독한 모습을 보입니다. 뭐든 대충대충 하는 저로서는 혀를 내두르다 못해 혓바닥이 뽑힐 지경입니다.



이 우아함의 영역은 '나이 듦'이라는 관점에서도 상당히 매우 굉장히 엄청 심하게 필요한 부분입니다. 어린 시절 교양 없고 매너 없는 어른들을 얼마나 혐오하고 욕해 왔던가를 생각하면 4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지금 저의 행동을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일정 수준의 교양 정도는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판단 기준이라는 것은 모두 다른 것이다 보니 두려움에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마흔을 넘어서면 체력도 떨어지고 열정도 사그라들게 되는 지점이 옵니다. 백세 인생에서 마흔 즈음은 한창 더 달려야 할 때이지만 호르몬 변화도 일어나고 신체적인 하향 변화를 감안할 때 마음을 단디 잡아먹지 않고서는 스르르 널브러지기 쉬운 시기인 것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마음 챙김이 아니겠습니까? 저자는 다양한 탐구를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히 마음을 챙길 뿐 아니라 자기만의 취향이 살아있는 삶을 살기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3. 스페셜 한 제네럴리스트가 될 수는 없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로써 헷갈리는 부분은 저자의 기질입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정말 지독하게 한 우물을 파들어가는 스페셜리스트의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취미 영역에서 스페셜리스트가 전문가에 비해 얼마나 스페셜할까를 생각하면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취미'라는 영역에서 단순히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면 상대적으로 스페셜 한 위치에 올라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덕후가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어떤 영역에서는 덕후가 전문가를 아득하게 넘어서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저자에게 독서는 기본 중에 기본일 것입니다. 저자는 책이나 글을 '집요하게' 읽는 훈련을 합니다. 회사원으로서 바보 같기 싫어 숫자를 공부하고 엑셀을 다룹니다. 금융 문맹이 되기 싫어 새벽 4시에 일어나 미국 주식을 살펴보고 경제뉴스를 챙겨봅니다. 영어 공부를 위해 매일 아침 네이버 영어 회화를 듣고 말하며 퀴즈를 풀고 점심시간에는 모닝 브루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자투리 시간에 네이버 단어장을 복기하고 퀴즈도 풉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칼럼 하나를 한 달 내에 필사하고 해석하고 읽습니다. 고미술과 시를 읽기 위해 문자에 익숙해지려 매일 5분 한자로 한자 공부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적 자극을 위해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닙니다. 관심 있는 모든 기관이나 단체의 소셜미디어를 구독하고, 뉴스레터를 받아 보며 강연과 세미나 정보를 챙기고 공연과 전시도 수시로 살펴봅니다. 요리나 차 수업 등 원 데이 클래스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화 행사가 없는지도 늘 찾아봅니다. "도시가 부여하는 지적 기회를 최대한 누리고 살기를, 정신적인 풍요로 가득 찰 배움을 기대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사기 캐릭터입니다. 하루가 48시간을 넘어 모자라는 시간은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보내다가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분은 사실 외계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본인이 책 속에 설명한 여러 취미 활동과 배움, 독서와 문화생활 등을 다 하려면 몸이 서너 개 이상으로 분신 사바가 되어야 될 거 같습니다. 어쩌면 인공지능 클론을 여러 개 활용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쉬는 날에도 아내와 음식 하고 청소하고 고양이 돌보고 아이들 챙기고 중간중간에 잠시 드러눕고 유튜브 좀 보고하다 보면 '엇, 하루가 다 갔네..' 이런 정도의 패턴입니다. 언제 영어 공부에 숫자 공부, 독서에 미국 주식 공부에 한자 공부와 뉴스레터 읽기와 전시 공연 보고 원 데이 클래스에 가며 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석한다는 말입니까?



저자는 본인이 언급한 분야 하나하나에 진심이고 누구보다 열심입니다. 그러면서 어디 가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교양 수준을 확보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야가 엄청 미친 듯이 드럽게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페셜하면서도 제너럴 한 스페셜 제너럴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이 책 어디에도 스스로 자랑하는 듯한 뉘앙스는 눈곱만큼도 없지만 독자로써 읽다 보면 뭔가 지는 듯하면서 부러움이 이는 것입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지만 부럽습니다. 아마 자랑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저자가 지적이고 우아한 품격을 갖추고 있는 인간이고 그렇기에 그의 글 또한 우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단 마흔 즈음에 와 있는 분이 아니더라도 이 미치도록 열심히 살면서도 평안해 보이는 다중적 태도를 가지고 남들보다 특별한 스페셜 제너럴리스트의 모습을 완성해가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으신다면 우아하고 품격 있는 삶에 이르는 길이 훤히 보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힌트는 분명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흔부터 지적이고 우아하게]를 편안한 마음으로 일독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이고 배 아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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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커먼스 -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도서
홍윤철 지음 / 포르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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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의 시대, 인류의 공존은 가능한가?

홍윤철 교수의 <호모 커먼스>는 거대한 담론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인류 최초로부터 현재까지 조망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스케일이 묵직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몰랐던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의 메시지를 짧은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굳이 요약해 보면 "공감과 공존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공유 공간을 확보하고 공생의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은 사실 지구 생태계에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존재면서 가장 심각하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존재입니다. 인류 역사 속 강대국들이 그래왔지만, 워낙 인간이 지구 생태계를 좌우해오다 보니 마치 원래부터 인간들이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해 온 것처럼 착각할 수 있는데, 저자는 역사 전체를 조망할 때 인간의 지분이 얼마나 적고 보잘것없는지를 환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인류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생태계를 유린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자연환경 변화, 지구 온난화, 생태계 생물종 급감, 팬데믹 발생 등 많은 문제들을 일으켜 왔는지 생각해 보면 답답할 지경인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하루하루 지구 생태계를 망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을 개별적 존재로 볼 때 각자의 행동을 누군가가 규정하고 제한한다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대로 지나면 온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저자는 인류가 낙오자 없이 함께 번영하고 공존하는 것에 굉장한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장 위주의 정책과 방향성이 만들어낸 소외된 자들의 어려움과 형편을 늘 염두에 두고 역사와 현실을 조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굉장한 엘리트 계층이라 할 수 있고, 선민의식에 기반한 사고와 발언을 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저자는 단지 학구적이고 휴머니즘에 입각해 사고하고 주장합니다. 그렇기에 예외 없이 모두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무던히도 찾아왔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가 저자의 주장에 깊은 공감과 설득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2. 시대적 관심사 마이크로바이옴

저자는 책의 전반 1/3 이상을 마이크로바이옴 설명으로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 관련 미래 산업이자 먹거리를 선도할 중요한 이슈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만, 인류의 공존, 생존을 논하는 책에서 이 정도의 비중으로 다룰 만한 내용이 아닌 것 같아 생소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도 있고 제법 공부도 해봐서 익숙하기는 했습니다만, 왜 이 책에서 이 내용을 이렇게까지 길게 다루는지 의아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 군과 유전자의 결합으로 탄생한 용어입니다. 저자는 2장부터 대뜸 우리 인간의 건강에 지대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이 왜 중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구성되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을 좋게 해주는 유산균을 먹어야 한다.'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계신 독자라면 이 무슨 생뚱맞은 이야기인가 싶은 마음이 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 설명을 찬찬히 읽다 보면 결국 장내 미생물의 환경과 구성, 역할과 상태 변화 등이 인간의 사회와 무척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환경 속 장내 미생물에는 유익균과 중간균 유해균이 있고 인간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 속에도 유익인, 중간인, 유해인이 유사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 환경과 유사하게 각 미생물들의 투쟁의 역사를 통해 장내 환경이 결정되고 인간의 건강과 수명이 결정되게 됩니다.


한 개인의 건강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 사회와 미래를 조망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기반해 답이 안 나오는 다양한 문제들을 장내 미생물 환경으로 치환하면 어느 정도 방법이 보입니다. 결국 마이크로바이옴 환경 속 적정 비율과 균형이 답인데,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많거나 치우쳐도 안되며 미생물 특성이 얼마나 좋도록 바꿔주느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런 이슈들 역시 인간 사회 속 시민들의 분포나 교육, 교양 정도와도 연관이 큽니다.



3. 사회적 공유와 공유지의 적정 활용

미생물 환경에서 착안한 인류의 문제는 공감을 넘어 사회적 공유의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공유지의 개념은 인간 사회 속 불평등과 불안전을 완화해 주는 완충지대와 같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유지의 운용은 사회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고 동일한 가치로 대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이런 사고는 일부 능력이 출중하거나 이미 가진 자본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저항을 받게 됩니다. 개인의 능력과 발전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공정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공유지 개념의 상징적 존재인 삼림헌장은 왕과 귀족을 비롯한 특정 계층에 의해 지켜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후 공유지의 사유화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근래 대표적인 흐름이 바로 그 유명한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고, 단적으로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사유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이 부분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자는 사회적 공유의 중요한 조건인 공정함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합니다. 공동으로 무언가를 소유할 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모두에게 얼마나 공정한가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조차 일종의 감시사회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받는 사회가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을 실현하는 사회라 설명합니다. 사회적 공유는 결국 공간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도시 설계에 있어서 이런 이슈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대에 맞게 디지털 세계에서의 공유지 개념과 메타버스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언급해 주고 있습니다. 온라인의 세계에서 공유의 개념은 현실 공유지보다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 결국 이 문제도 참여하는 사람들과 관리자의 철학과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이렇게 현대 사회의 공유지는 자연, 사회, 문화, 지식 자원의 공유와 공동 경영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미생물의 공생관계에서부터 인류의 발전과정 속에서 공유의 개념이 갖는 중요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미래의 공동체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이 책은 한계에 봉착한 시장 자본주의를 넘고, 소수 권력자에 의해 좌우되는 현 체제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역량 있는 시민과 민주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큰 담론을 기본이 되는 공감 능력과 공동체 사회도덕 전략이 공유지를 만들고 지키는 기반이라 결론 내립니다.


인류의 빅 히스토리에 기반한 과거 태생부터 인간 사회의 발전사를 돌아보고 공감과 공존, 공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책은 챕터 하나하나가 다 깊은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자연 파괴와 팬데믹 발생, 전쟁과 각종 위협 등으로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이 책은 배울 점과 생각할 것이 무척 많은 좋은 책입니다. 시간을 내셔서 꼭 한 번 일 독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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