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커먼스 - 유전자에서 디지털까지, 인류 빅 히스토리를 통한 공간의 미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도서
홍윤철 지음 / 포르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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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기의 시대, 인류의 공존은 가능한가?

홍윤철 교수의 <호모 커먼스>는 거대한 담론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인류 최초로부터 현재까지 조망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스케일이 묵직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몰랐던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의 메시지를 짧은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굳이 요약해 보면 "공감과 공존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공유 공간을 확보하고 공생의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은 사실 지구 생태계에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존재면서 가장 심각하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존재입니다. 인류 역사 속 강대국들이 그래왔지만, 워낙 인간이 지구 생태계를 좌우해오다 보니 마치 원래부터 인간들이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해 온 것처럼 착각할 수 있는데, 저자는 역사 전체를 조망할 때 인간의 지분이 얼마나 적고 보잘것없는지를 환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인류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생태계를 유린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자연환경 변화, 지구 온난화, 생태계 생물종 급감, 팬데믹 발생 등 많은 문제들을 일으켜 왔는지 생각해 보면 답답할 지경인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하루하루 지구 생태계를 망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을 개별적 존재로 볼 때 각자의 행동을 누군가가 규정하고 제한한다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대로 지나면 온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저자는 인류가 낙오자 없이 함께 번영하고 공존하는 것에 굉장한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장 위주의 정책과 방향성이 만들어낸 소외된 자들의 어려움과 형편을 늘 염두에 두고 역사와 현실을 조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굉장한 엘리트 계층이라 할 수 있고, 선민의식에 기반한 사고와 발언을 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저자는 단지 학구적이고 휴머니즘에 입각해 사고하고 주장합니다. 그렇기에 예외 없이 모두가 공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무던히도 찾아왔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가 저자의 주장에 깊은 공감과 설득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2. 시대적 관심사 마이크로바이옴

저자는 책의 전반 1/3 이상을 마이크로바이옴 설명으로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 관련 미래 산업이자 먹거리를 선도할 중요한 이슈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만, 인류의 공존, 생존을 논하는 책에서 이 정도의 비중으로 다룰 만한 내용이 아닌 것 같아 생소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도 있고 제법 공부도 해봐서 익숙하기는 했습니다만, 왜 이 책에서 이 내용을 이렇게까지 길게 다루는지 의아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 군과 유전자의 결합으로 탄생한 용어입니다. 저자는 2장부터 대뜸 우리 인간의 건강에 지대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이 왜 중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구성되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을 좋게 해주는 유산균을 먹어야 한다.'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계신 독자라면 이 무슨 생뚱맞은 이야기인가 싶은 마음이 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 설명을 찬찬히 읽다 보면 결국 장내 미생물의 환경과 구성, 역할과 상태 변화 등이 인간의 사회와 무척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환경 속 장내 미생물에는 유익균과 중간균 유해균이 있고 인간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 속에도 유익인, 중간인, 유해인이 유사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 환경과 유사하게 각 미생물들의 투쟁의 역사를 통해 장내 환경이 결정되고 인간의 건강과 수명이 결정되게 됩니다.


한 개인의 건강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 사회와 미래를 조망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기반해 답이 안 나오는 다양한 문제들을 장내 미생물 환경으로 치환하면 어느 정도 방법이 보입니다. 결국 마이크로바이옴 환경 속 적정 비율과 균형이 답인데,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많거나 치우쳐도 안되며 미생물 특성이 얼마나 좋도록 바꿔주느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런 이슈들 역시 인간 사회 속 시민들의 분포나 교육, 교양 정도와도 연관이 큽니다.



3. 사회적 공유와 공유지의 적정 활용

미생물 환경에서 착안한 인류의 문제는 공감을 넘어 사회적 공유의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공유지의 개념은 인간 사회 속 불평등과 불안전을 완화해 주는 완충지대와 같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유지의 운용은 사회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고 동일한 가치로 대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이런 사고는 일부 능력이 출중하거나 이미 가진 자본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저항을 받게 됩니다. 개인의 능력과 발전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불공정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공유지 개념의 상징적 존재인 삼림헌장은 왕과 귀족을 비롯한 특정 계층에 의해 지켜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후 공유지의 사유화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근래 대표적인 흐름이 바로 그 유명한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고, 단적으로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사유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이 부분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자는 사회적 공유의 중요한 조건인 공정함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합니다. 공동으로 무언가를 소유할 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모두에게 얼마나 공정한가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조차 일종의 감시사회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받는 사회가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을 실현하는 사회라 설명합니다. 사회적 공유는 결국 공간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도시 설계에 있어서 이런 이슈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대에 맞게 디지털 세계에서의 공유지 개념과 메타버스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언급해 주고 있습니다. 온라인의 세계에서 공유의 개념은 현실 공유지보다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 결국 이 문제도 참여하는 사람들과 관리자의 철학과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이렇게 현대 사회의 공유지는 자연, 사회, 문화, 지식 자원의 공유와 공동 경영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미생물의 공생관계에서부터 인류의 발전과정 속에서 공유의 개념이 갖는 중요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미래의 공동체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이 책은 한계에 봉착한 시장 자본주의를 넘고, 소수 권력자에 의해 좌우되는 현 체제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역량 있는 시민과 민주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큰 담론을 기본이 되는 공감 능력과 공동체 사회도덕 전략이 공유지를 만들고 지키는 기반이라 결론 내립니다.


인류의 빅 히스토리에 기반한 과거 태생부터 인간 사회의 발전사를 돌아보고 공감과 공존, 공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 책은 챕터 하나하나가 다 깊은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자연 파괴와 팬데믹 발생, 전쟁과 각종 위협 등으로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이 책은 배울 점과 생각할 것이 무척 많은 좋은 책입니다. 시간을 내셔서 꼭 한 번 일 독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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