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 카툰으로 만나는 진짜 정치인 버니 샌더스
테드 롤 지음, 박수민 옮김 / 모던타임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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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시작되어 7월 말에 끝나는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예비 경선이 벌써 두달이 지났습니다. 우리에게는 미국 경선 그 자체보다 왠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헛소리가 더 주목을 받는 상황이지만, 최종적으로 누가 승자가 되건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민주당에는 현재 두명의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또 한사람 버니 샌더스가 치열한 경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인지도 면에서 월등히 우세한데다 흑인과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힐러리 쪽이 "신승"을 거두리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버니 샌더스가 점점 지지도를 높이며 맹렬하게 추격하는 중입니다. 더욱이 지난주에는 워싱턴과 하와이, 알래스카에서 샌더스가 7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아직은 힐러리가 우세하지만 이런 추세로는 7월까지 누가 승자가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버니 샌더스는 누구이며 왜 미국 사회에 강렬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가. 솔직히 국내에서는 힐러리야 남편 덕분에라도 모를 리 없지만, 샌더스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한번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태반일 것입니다.

1941년생으로 올해 75살인 버니 샌더스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이자, 미 상원의 "유일한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는 사람입니다. 말로는 제아무리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미국도 실상 우리만큼이나 보수적이며 "사회주의"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킵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라 북유럽 식 복지제도입니다.

미국의 많은 정치가들이 총기 회사, 군수 업체, 월가 등 거대 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면서 이들에게 발목을 잡힌 채 이익의 대변자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놓고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했던 부시는 둘째치더라도, 그나마 개혁에 앞장서리라고 여겼던 오바마 역시 막상 정권을 잡자 부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죠. 주류 정치인들 치고 대기업들과 연계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보니 그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마불사라 하여 거대 기업은 이들과 결탁한 정치가, 관료들의 비호 아래 온갖 특혜를 보장받는 반면, 정작 보통의  소시민들은 대출 한번 제대로 받기 어려워 파산으로 내몰립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아메리카 드림"이 없어진지는 오래이며 경제 불황으로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와 부동산 폭락으로 자산의 태반은 허공에 사라진데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게 복지 시스템이 매우 빈약합니다. 노후 보장은 고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변변한 의료 혜택조차 받기 어렵죠.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핑계로 국민 행정 서비스 예산은 축소하면서 테러를 빌미로 거대한 군사비 지출은 줄이지 않은 채 군수 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합니다. 이것이 세계 최강 민주국가의 모습입니다.

왜 미국 국민들은 이런 부당한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하지 않는가. 그들에게는 민주 국가 시민으로서의 의식이 없는가. 이는 미국 사회 자체가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는데다 정치에 대한 불신감을 큰 탓도 있습니다. 어차피 누가 되건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죠. 하지만 근래에 와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제 인식을 가지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로 대기업과 슈퍼팩(억만장자로 이루어진 정치 헌금 단체)에 의존하는 여타 정치인들과 달리, 버니 샌더스는 이들의 후원을 거부하고 온라인을 통한 소액 기부를 받고 있으며 3월 한달만도 4400만 달러를 모금하였습니다. 슈퍼팩에 의존하는 힐러리가 현재까지 모금한 정치자금이 1억6천만 달러인 반면, 샌더스는 소액 기부금만으로도 힐러리를 능가하는 1억84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이죠. 단순하게 말할 부분은 아니지만 힐러리가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정치 색깔에서 다른 주류 정치인들과 다를 것이 없는 전형적인 보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경선은 어떤 면에서느 부자와 서민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번 대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싸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경선과 관련하여, 국내에도 이미 버니 샌더스를 다룬 책들이 여러권 나와 있지만 모던 타임스에서 나온 신간《버니》만큼 그에 대해 재미있고 알기 쉽게 다룬 책도 없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딱딱하고 난해하기 쉬운 주제를 풍자 만화로 그려내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저자인 테드 롤은 미국의 이름 있는 시사만화가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풍자 뉴스 사이트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도입부는 냉전 시대를 돌아보면서 왜 미국 사회가 갈수록 부자들을 위한 나라가 되어 가는지, 그리고 개혁을 외치는 좌파 정치인들이 설 곳이 없는지를 설명합니다. 그 와중에 버니 샌더스라는 진보 정치인이 어떻게 등장하였으며 그의 정치 철학과 목소리를 통해 미국 사회의 대안으로 부각되었는가를 다룹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버니 샌더스가 왜 미국 사회에서 새로운 돌풍을 불러오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힐러리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주류 정치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보수 정치인이며 그녀가 집권한다면 오바마나 그 이전과 별다를 것이 없겠지요. 하지만 오늘날 미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미국이 흔들릴 경우 전 세계에도 엄청난 여파를 줍니다. 또한 미국 경제의 불황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이어지죠.

물론 버니 샌더스가 실제로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죠. 또한 그는 비주류 정치인인데다 나이도 너무 많습니다. 설령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를 끌어온다는 보장 또한 없습니다. 대통령은 절대 권력자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누가 이기건 상관없이, 그의 돌풍은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만 급급한 많은 정치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지요.

 

"버니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며." 저처럼 그동안 버니 샌더스는 커녕, 미국 대선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사람조차 1시간만에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하면서 또한 그를 지지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양키 스타일의 그림체에 풍자 만화라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필히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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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1 - 조선 패밀리의 탄생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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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게 본 책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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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1
김경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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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 법가가 있다면, 서양에는 마키아벨리가 있다."

​정치는 일체의 도덕 ·종교에서 독립된 존재이므로 일정한 정치목적을 위한 수단이 도덕 ·종교에 반(反)하더라도 목적달성이라는 결과에 따라서 수단의 반(反)도덕성 ·반(反)종교성은 정당화된다는 정치적 사고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 말이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책도 허용된다는 뜻으로 이해되어 왔다.  - 네이버 지식백과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이란, 간단히 말해서 ​국가의 유지와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허용할 수 있다는 국가 지상주의 사상입니다. 대표적으로 진시황, 나폴레옹, 마오쩌둥, 피엘 카스트로같은 패권과 혁명을 추구했던 독재자들이 마키아벨리즘을 충실히 이행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부국강병이라는 목적을 추구했지만 국민들의 철저한 희생을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즉, 이들이 말하는 국가란 어디까지나 나를 위한 국가이지, 대다수 국민을 위한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런 소수를 위한 정치 사상은 독재국가만이 아니라 오늘날 민주국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감시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는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의 폭로는 말로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국가 역시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지배하는 소수 엘리트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권위의식과 소위 갑질 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근본적으로 부와 권력을 쥔 소수는 자신들이 다수의 일반 국민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치"라는 명목으로 어떠한 수단을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법가 사상이나 마키아벨리즘의 실체란 이런 것이며, 이점이 바로 백성이 곧 하늘이며, 덕과 인을 수단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추구했던 유교적인 왕도 정치와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의 저서​《군주론[II principe]》은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권모 술수 중심의 정치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부도덕하다"라며 윤리적인 비난에 직면했으며 교회는 금서로 지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프리드리히 대왕을 비롯해 많은 군주들이 군주론을 읽고 통치의 교훈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군주론은 냉혹한 정치 현실을 드러냈고 , 마키아벨리가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실상 인간의 본성에 부도덕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정치란 어차피 위선"이라는, 누구나 다 알지만 솔직하게 인정하기는 껄끄러운 사실을 지적했을 뿐이죠.

 

생각정거장 출판사 신작도서인 《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은 핵심만 알기 쉽게 간추린 요약서라 할 수 있습니다. 군주론은 손자의 손자병법,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함께 군주의 통치 철학을 다룬 정치 사상서이자, 서양의 대표적인 고전 인문학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막상 이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왠지 난해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앞서는데다 실제로도 장황하고 산만합니다. "군주론"이라는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관직에서 쫓겨났던 마키아벨리가 재취업을 위해 자신을 어필할 목적으로 쓴 일종의 자기 소개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취업 이력서가 아니라 평생을 외교 일선에서 몸바쳤고 뛰어난 학식을 갖춘 당대 최고의 엘리트로서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모두 담은 평생의 역작이기도 합니다.

"군주가 자신의 군사들을 통솔하고 많은 병사들을 지휘할 때, 잔인하다는 평판에 괘념치 않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군대를 단결시키고 그들의 위무를 다하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불리할 때 혹은 약속을 맺은 이유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때에는 약속을 지키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은 사악하고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군주 역시 그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올바른 행동에서 가급적 벗어나진 말아야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라면 악행도 취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군주론에서 몇몇 대표적인 대목을 보더라도 왜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도덕과 윤리에 어긋난다고 그토록 비난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주론에는 불편한 진실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군주가 지켜야 할 덕목 또한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군주에게 최고의 요새는 시민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군주가 요새를 구축한다고 해도 시민들이 그를 미워하면 요새는 군주를 구할 수 없습니다."

"군주는 자신이 재능있는 자들의 후원자로서 탁월한 기술이 있다면 어느 분야든 예우해준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어느 분야에서든 마음놓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사실 그는 군주에게 부도덕하기를 요구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부도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약소국인 피렌체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함을 피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관료였던 그가 피렌체의 실권자였던 메디치가의 입맛에 맞는 말을 일부러 고른 면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는 이미 미운털이 박히었기에 로렌초 메디치는 이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실의에 빠진 그는 1527년에 죽었고, 군주론은 그가 죽은지 몇년이 지난 뒤에야 정식으로 출간되어 세상에 나옵니다.

군주론을 읽다보면 손자병법이 떠오릅니다. 마키아벨리가 메디치가에 자신을 어필할 목적으로 군주론을 썼듯, 손무 역시 오나라의 합려에게 어필할 목적으로 손자병법을 썼다는 점, 단순히 군대를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가르치는 병법서라기보다 군주로서 국가와 신하, 백성을 다스리는 통치 철학을 가르치는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군주론을 다룬 책은 시중에 많이 있지만,《단숨에 이해하는 군주론》은 제목대로 군주론을 정말 쉽게 풀이한 책입니다. 포켓 사이즈에 불과한데다 분량도 180여 페이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자의 필력 또한 훌륭하여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작정하고 읽으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책입니다.

군주론은 단순한 고전 인문학이 아니라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6세기 유럽의 정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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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전투기술 이야기 생각하는 도시전투 시리즈 1
이태훈 지음 / 지문당(JIMOONDANG)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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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멈추면 목숨도 멈춘다"

영화 《액트 오브 밸러(Act of Valor)》, 게임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등 각종 전쟁 영화나 FPS게임을 하다보면 도심지에서 보병이 소대나 분대 단위로 건물에 들어가 적과 근접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는 RTS 게임에서 수많은 유닛이 우루루 몰려가서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것과는 또다른 긴박감을 느끼게 합니다. 수많은 엄폐물 어디에 적이 숨어 있다가 튀어 나올지, 언제 총알이 날라와 게이머의 머리를 날릴지 모릅니다. 사방을 주시하다가 적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사격하여 쓰러뜨려야 합니다. 그 순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FPS게임에 빠져드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게임 속 모니터가 아니라 실제로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라면? 게임은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지만 현실은 한발의 총알이 한순간에 내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판단 착오로 우군이나 민간인을 적으로 착각하여 사살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사들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 팔루자 시내에서 건물 진입을 준비하는 미 해병대원들. 순간의 판단이 자신의 생명은 물론이고 동료들의 안전까지 좌우합니다.

이전에 플래닛 미디어에서 나왔고 박수민님이 번역했던 《전투의 심리학》에서는 급박한 전장에서의 군인들의 심리에 대해 잘 묘사합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브루스 윌리스 같은 할리우드 액션 배우들이야 스크린 속에서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화려한 액션 신과 신기에 가까운 사격술로 수많은 적을 일발필중으로 쓰러뜨립니다. 누군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고 아무리 사방이 포위되고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냉정 침착하게 적의 약점을 재빨리 파악합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죠. 아무리 훈련이 잘 되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도 일단 적과 마주치면 냉정한 판단력은 없어지고 머리속은 하얗게 됩니다. 머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나 판단과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평소 훈련받은대로 행동합니다. 이를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근육기억효과)라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채 머리수를 채울 명목으로 전장에 투입된 오합지졸 100명보다 잘 훈련된 10명이 훨씬 효과적으로 전투를 수행합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직업군인으로 구성된 영국군 해병대는 대부분 정확하게 사격하여 적을 쓰러뜨린 반면, 아르헨티나 징집 병사들은 적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마구 사격하여 총알만 낭비했습니다. 영국군은 10명 중에 7, 8명이 전방을 향해 사격했지만 아르헨티나 병사들은 10명 중에 1, 2명만이 전방을 향해 사격했다고 합니다.

특히 적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자신을 엄폐할 수 있는 참호전보다 적이 언제 어디에서 불시에 튀어나오거나 저격을 받을 지 모르는 도심지 시가전일수록 병사들의 긴장감과 피로도는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사상자 역시 많이 발생합니다. 시가전은 아군의 무덤이라며 가급적 피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전략적, 전술적인 필요에 의해 시가전을 감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나 대테러 전쟁이 점차 확산되는 제4세대 전쟁은 과거처럼 적과 전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전후방이 따로 없고 끝없이 치고 빠지기 식으로 공격하는 베트콩의 전술 앞에서 전의 자체를 상실한 채 물러나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도 이라크군과의 정규전보다 오히려 바그다드를 점령한 뒤 게릴라들의 습격으로 사망한 미군 숫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런 이득없이 정치적 패배를 인정한 채 베트남 철수를 단행했던 닉슨의 전철을 고스란히 재현해야 했습니다.

이는 첨단 무기를 활용한 정규전과 대규모 화력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막상 분대, 소대 단위의 소부대 전투력 강화와 도심지 전투를 등한시한 결과였습니다. 이제야 미군도 소부대 전투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말로는 "북한의 20만 특수부대 위협론"을 외치면서도 막상 냉전식의 전면전에만 대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래에 와서 군 일각에서도 국지전, 적 소규모 특수부대의 습격에 대비해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점차 주목합니다.

 

시중에는 전쟁사나 밀리터리 서적들이야 하늘의 별만큼 많이 있지만, 소부대 또는 개별 병사의 전투 기술을 다룬 책은 단 한권도 없습니다. 그 점에서《생각하는 전투기술 이야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기에 도전한 책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저자인 이태훈씨는 특이하게도 전현직군인이나 훈련 교관이 아니라 지자체 일반 공무원입니다. 평소 밀리터리 쪽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1년에 개장한 국내 최초 밀리터리 테마파크인 전북 완주 밀리터리 파크(http://camp.wanju.go.kr)에서 근무하면서 특수 부대원들의 훈련을 보며 전투기술을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수방사 제35특공대대를 위한 도심지 근접전투 훈련교재를 만들었고 우석대학교 국방정책연구소의 선임연구원과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TCT)의 도시지역 전투훈련 자문위원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이만하면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드문 민간인 출신 군사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듯.

책은 270여 페이지에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사격시 안전수칙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적과 조우시 다양한 전투 사격 자세, 조준 요령, 전투 중 탄알집 교환 등 병사 개개인의 전투 기술에 대한 것이고 4부는 소부대 전술을 다룹니다. 건물 내에서 계단 전투, 어둠 속에서 벌이는 저광도 전투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서술합니다. 5부에서는 전투 상식이라 하여 관통탄과 도탄, 총상, 총상 시 대응절차 등을, 6부에서는 우리 군의 도시지역 전투훈련 실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난해하기 쉬운 설명을 모델이 실제로 재현한 사진이나 구체적인 그림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출입문에 진입할 때의 절차, 통로 개척 등 워낙 설명이 쉽고 재미있다보니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콜 오브 듀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물론 저는 게임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만.(그럴 시간도 없고) 평소 FPS 게임을 좋아하거나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가 영화나 게임에서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전투기술과 소부대 전술에 대해 깊이있게 다룬 책입니다.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아랍어와 영어로 번역되어 중동지역 전투훈련 참고 교재로도 활용될 예정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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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전쟁 - 용, 사무라이를 꺾다 1928~1945
권성욱 지음 / 미지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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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전쟁(THE SINO-JAPANESE WAR) 용, 사무라이를 꺾다 1928~1945

저자 권성욱 / 미지북스 출판사 / 2015. 2. 10 / 페이지 916 / ISBN 9788994142388

1937년 7월 28일 아침 8시 베이핑-톈진-탕구 전역에 걸쳐 일본군은 쑹저위안군을 일제히 공격하였다. 조선군 제20사단과 지나주둔군 주력은 베이핑 남쪽의 요충지인 난위안(南苑)과 펑타이를, 관동군 독립보병 제1여단과 제11혼성여단은 시위안(西苑)을 각각 공격하여 펑즈안의 제37사단과 장쯔중의 제38사단에게 치명타를 가하였다.   - p.215


8월 14일 오전 7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자싱(嘉與) 비행장에서 출격한 제35중대 소속의 전투기 편대가 구름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공군의 대규모 공습의 시작이었다. 또한 황푸 강을 항해하고 있는 제3함대 기함 이즈모의 머리 위로 커티스 호크 복엽 전투기와 노스롭-2E 경폭격기 수십대로 구성된 대편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불덩어리를 토해내는 대공포화의 화망을 뚫고 맹렬하게 공습을 퍼부었다. - p.242


난징 시장대리이자 헌병대 부사령관으로 광화먼의 방어를 맡아 마지막까지 싸웠던 샤오산링 소장은 난징이 함락되자 탕성즈의 후퇴 명령을 거부하고 권총으로 자결하였다. 쯔진 산을 수비하던 제159사단 부사단장 뤄처췬 소장은 남은 부하들과 함게 일본군을 향해 돌격하다 적탄을 맞고 장렬히 전사하는 등 진두지휘하던 수많은 여단장, 연대장들이 순국하였다. 일본군 역시 적어도 1만여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그에 대한 보복은 포로들과 힘없는 민간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 p.284


한커우 비행장에는 일본 제5항공군 산하 제8비행사단 3개 전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오후 12시 7분 "B-29 다수 접근 중!" 한커우 상공에서 경계 비행 중이던 정찰기로부터 다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경보가 울리고 허둥지둥 뛰어나온 조종사들이 활주로에 주기되어 있던 전투기에 탑승했다. 한 대, 한 대 차례로 출격했지만 40대도 채 되지 못했다. 그들의 눈앞에는 하늘을 뒤덮는 어마어마한 대편대의 무리가 항적을 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 p.533

우리에게는 "난징 대학살", "731부대"로 알려져 있는 중일전쟁. 1937년 7월 7일 이른바 루거우차오 사건을 시작으로 제국주의 일본은 중국을 전면적으로 침공합니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승리하리라고 여겼지만 중국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무려 8년 1개월에 걸쳐 처절한 전쟁이 진행되었고 중국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자 더욱 무모하게도 미국을 공격했다가 결국 두발의 원폭을 맞고 패망합니다.

 

​시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나 태평양전쟁을 다룬 서적은 많이 있지만 중일전쟁은 태평양전쟁의 도입부로서 간단히 한 페이지 정도 할애할 뿐입니다. 일본 도쿄대 역사교수인 가토 요코의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으로》와 같은 책도 있지만, 일본인의 관점에서 일본이 중국 침략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간략하게 서술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윤휘탁 교수의 《중일전쟁과 중국혁명》이나 신승하 교수의 《중화민국과 공산혁명》역시 중일전쟁 시기의 중국 정치, 사회를 다룰 뿐 중일 전쟁 그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실상 전무하다해도 좋을 정도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에 미지북스에서 나온 《중일전쟁 용, 사무라이를 꺾다》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중일전쟁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입니다. 만주 사변 이전인 1928년 장제스의 중국 통일부터 시작하여 만주사변과 만주국의 건설, 상하이 사변, 2.26사건과 시안사건, 루거우차오 사건, 쌍방 100만명 이상이 투입되어 베르뎅 전투 이래 최대의 혈전이라 불리었던 쑹후 항전, 난징의 혈전, 중국의 동계 공세, 태평양전쟁과 카이로 회담, 일본의 패망과 전후 처리까지 약 20년에 걸친 동아시아 역사 전반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선을 중일 양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미국과 소련의 정치적 개입과 갈등, 소련과 일본의 대규모 분쟁이었던 장구펑과 노몬한 전투,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향하는 과정 등 주변의 정치적 상황을 중일전쟁과 연계하여 설명합니다.

/ 사진과 지도와 함께 보는 사실적인 묘사 /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두툼한 하드커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군요. 또한 큼직큼직한 활자 덕분에 인문학 서적치고는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눈이 전혀 피로하지 않다는 점. 인쇄 상태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중간중간에 당시의 사진과 주요 전투 지도, 도표 등을 삽입하여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난해하고 딱딱하기 쉬운 여타 전쟁사 서적들과 달리,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직접 있는 것처럼 매우 사실적이고 박진감 넘치게 서술하여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 뒤가 궁금해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 풍부한 자료와 흥미로운 읽을거리 /

 

만주사변부터 일본의 항복까지 ​중일전쟁에서 벌어진 주요 전투는 물론이고, 1930년대 장제스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국군 현대화 계획, 중일 전쟁의 해전과 항공전, 노몬한 전투, 전후 중국의 친일파 청산과 주일 주둔군의 파견, 배상금 문제 등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에는 여타 책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풍부한 읽을 거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아편전쟁 이래 중국의 혼란과 일본은 왜 제국주의화 되었는가, 그리고 중일전쟁이 태평양전쟁으로 확대되는 과정, 그리고 전후 일본의 부흥과 일본이 왜 과거사 문제에 대해 둔감한지에 대해서까지 이 책 하나로 20세기 전반의 역사를 알 수 있을 정도 입니다.

 

또한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중일전쟁 중 사용된 양국 군대의 주요 무기(소총, 기관총, 야포, 군함, 전차, 항공기 등)와 군사 편제, 계급장 등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의 중공군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흔히 중국군을 "낡은 소총을 들고 인해전술을 펼치는 군대"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이미지가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지 깨닫게 됩니다. 중국군은 기계화 부대와 항공기, 군함을 보유하였고 중일전쟁 내내 바다와 하늘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중일전쟁과 우리 역사의 관련성입니다. 이봉창 의사의 천황 암살 미수 사건이 상하이 전투를 불러왔고, 상하이 전투 직후 일본군의 전승 행사에서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으로 다리를 잃은 일본군 장성과 외교관이 십수년 후 맥아더 장군 앞에서 항복 문서에 서명하였습니다. 이런 걸 보면 중일전쟁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이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역사와 얼마나 밀접한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또한 광복군 창설을 놓고 중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간의 갈등, 허무하게 끝난 국내진공작전, 장동건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마이웨이》로도 제작된 노르망디의 조선인과 일제의 조선인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 일본에 의해 제2의 오키나와가 될 뻔했던 제주도의 결전 계획 등 국사책을 통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서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 역사적 논란을 부를만한 예리한 지적 /

만주사변 당시 장쉐량은 장제스의 명령으로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지 못한 채 눈물을 머금고 물러났다, 중일전쟁에서 마오쩌둥은 유격전술로 일본군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장제스 정권은 부정부패하고 무기력했으며 내전에만 광분하였다. 중국 근대사에 얼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통념이 잘못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장제스는 장쉐량에게 물러나지 말 것을 지시했지만 부하들의 배반과 일본에 대한 두려움으로 장쉐량은 장제스의 명령을 무시한 채 물러났습니다. 1930년대 내내 일본의 침략에 대비하여 단일화된 중앙 정부의 확립과 군의 현대화, 열강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 장제스 정권의 항일을 위한 물적 기반의 구축,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던 마오쩌둥과 팔로군이 항일은 커녕 어떻게 세력 팽창에 광분하였으며 전후 내전에 대비하였는지에 대해서도 각종 자료를 근거로 설명합니다.

 

저자는 팔로군 개개인은 열심히 싸웠지만 마오쩌둥과 공산당 지도부가 얼마나 이중적이었으며 그동안의 통념은 대륙을 차지한 중공이 역사의 승자로서 만들어낸 허구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시각은 이전에 제가 읽은 조너선 펜비의 《장제스 평전》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근래에 와서 중국 역시 지나치게 미화되었던 마오쩌둥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장제스 정권과 중일전쟁의 항전 역사를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는 첫째로 장제스의 힘을 약하게 해주었다. 둘째로 우리의  공산당 지도부의 근거지와 군대 확충을 도왔다. 한때 30만명에 달했던 우리 군대는 불과 2만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과 8년 전쟁을 치루면서 우리 군대는 12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것이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 마오쩌둥의 "일본의 침략에 감사한다" (p.491)

약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난해하지 않고 쉬운 문체,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 등 읽는 내내 도무지 책을 덮을 수 없어서 설 연휴 동안 단숨에 읽었습니다. 더욱이 동아시아 역사에 많은 관심이 있기에 중일전쟁사는 제게는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근래에 본 책 중에서 최고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을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G2인 중국과 G3인 일본, 중국은 고도 성장하는 반면 버블 경제로 "잃어버린 20년"인 일본의 성장이 지지부진하지만 여전히 두 나라는 서로 만만찮은 상대입니다. 중국은 인구와 영토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반면, 일본은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 역시 거의 대등합니다. 그동안 경제 논리를 앞세워 민감한 정치적 문제는 피해왔지만 국력이 비슷해지면서 두 나라는 다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죠. 과거사 문제는 물론이고,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오)와 조업권을 놓고 갈수록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조만간 무력 충돌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두 나라의 첨예한 갈등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일전쟁사는 반드시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전쟁사를 떠나, 동아시아 역사와 정치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필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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