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으로 키우는 대화 육아 - 부모의 말이 바뀌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
오수향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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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MBC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말의 힘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먼저 두개의 통에 흰 쌀밥을 각각 넣은 다음, 한쪽에는 "고맙습니다" "아이 예뻐" 같은 긍정적인 말을 들려 주었고 다른 한쪽에는 "미워" "나빠" "짜증나" 같은 부정적인 말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을 때의 결과는 놀라웠다. "고맙습니다"를 들려준 쪽의 쌀밥은 구수한 누룩 냄새가 나는 하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반면, "짜증나"를 들려준 쪽의 쌀밥은 검은 곰팡이가 핀 채 완전히 썩어 있었다.

직접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도 놀라워 했다. 밥에 귀가 달린 것도 아닌데 고작 말 한마디에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가 평소 무의식 중에 내밷는 말이 단순한 전달의 역할만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가 실려 있다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정치인들이 본다면 함부로 막말을 하지 않을 것같다.

무생물에 불과한 밥도 이럴진데 하물며 귀가 있고 감정이 있는 사람은 어떠할까. 유머러스한 사람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만들 뿐더러, 주변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쩌면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보다 아름답게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육아에서도 말은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외하고 육아의 90%는 "말"이다. 우리는 하루 종일 아이와 대화하면서 칭찬하고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때로는 잔소리를 하거나 혼내기도 한다. 솔직히 말을 빼고 나면 육아에서 뭐가 남을까. 위의 쌀밥 실험처럼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시간이 지난 뒤, 아이의 모습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고마워라는 말이 구수한 누룩내 나는 밥으로, 미워라는 말이 시커멓게 썩은 밥으로 만들 듯, 말은 아이를 긍정적으로도, 또는 부정적으로도 만들고 자신감과 행동, 사고력에 큰  영향을 준다. 아이의 건강도 예외가 아니다. 어릴 때 병약했던 아이가 부모의 끊임없는 격려 덕분에 어른이 되어서 누구보다도 건강한 사람이 되는 예도 얼마든지 있다.

오수향 교수가 쓴 신작 도서 <말의 힘으로 키우는 대화 육아>는 아이와의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알려주는 육아서이다. 참고로, 오수향 교수는 EBS <육아학교 PIN>에서 '초보 엄마를 위한 말하기' 강의를 맡았고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와 SNS에서 강사로 활동 중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2015년에는 대한민국 신지식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세계 제일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사교육비에는 아낌없이 쓴다. 우리 아이가 남에게 조금이라도 뒤쳐질까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이 단순히 돈을 버는 기계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언어 폭력으로 아이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화가 난다는 이유로 막 혼낸 다음 후회한다. 대다수 부모들의 모습이다. 왜 그랬냐고 하면 사는데 지쳐서, 내 몸이 피곤해서, 육아가 힘들어서, 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우리가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서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권위주의, 가부장 문화 속에서 우리도 그렇게 보고 자랐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배울 기회도, 깨우칠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직장 생활이건 사회 생활이건 가장 어려운 것은 대인 관계이다. 부부 관계나 부모 자식도 마찬가지이다.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사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말 한마디이다. 이 책에서는 좋은 일화가 나온다. 어릴 때 말 더듬는 버릇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주눅 든 그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네 두뇌 회전이 워낙 빨라서 혀가 따라가지 못하는 거야. 말을 더듬는다는 것은 그만큼 네가 똑똑하다는 거 아니겠어? 너는 머리가 비상하니까 앞으로 큰 일을 할거야"

어머니는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칭찬을 해 주었다. 이런 칭찬을 들으며 자란 그가 바로 세계적인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명강사로 이름을 떨치는 잭 웰치이다.

여기서 입장을 바꾸어 만약 나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너는 왜 그렇게 모자르냐?" "커서 뭐가 될래?" "걱정이다 걱정" 이렇게 말하면서 아이를 나무래고 질책하고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을까. 한국인의 대화법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말을 훨씬 많이 쓴다고 한다. 흔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막상 평소에 남을 칭찬하는 일도 없고 칭찬을 듣는 일도 없는 것이 우리 문화이다. 왜 그럴까. 우리가 그만큼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특별히 다른 나라보다 더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각종 강연과 양육 상담을 통하여 부모들이 일상 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실수하는 부분, 반드시 지켜야 할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다룬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부모를 통하여 언어를 배운다. 예쁜 말, 고운 말을 들을수록 아이 또한 예쁘고 곱게 자란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에 불과한데도 벌써부터 온갖 상스러운 욕설을 달고 산다. 혹자는 TV와 인터넷, 스마트폰, 또래 친구들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부모에게서 배운 것이다. 만약 아이가 부모 앞에서 욕설을 한다면 우선 나 자신부터 욕설을 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사고력과 어휘력을 높이기 위한 "수다쟁이가 되어라", 자존감과 공감력을 키우기, 자존감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요령, 상상력은 "왜?"라는 질문에서 나온다, 아이의 경제관념과 독립심 키우기,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밥상머리 교육 등.

어찌보면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얘기의 나열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여 육아책이란 누가 썼건간에 알맹이는 어차피 그기서 그기이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막상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머리로는 알지만 어렵다고, 다 어떻게 지키냐고 그냥 넘겨버리는 것이다. 대화법이라는 것도 단순히 알고만 있다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 사회는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면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상스럽게 여긴다. 남들 앞에서 자기 표현이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 한다.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묻는 것은 체면이 깎인다고 여기고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묻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긴다.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말하는데 익숙해도 남의 의견을 듣는 것에는 서툴다. 우리 정치인들이 맨날 싸움박질만 하는 것도 경청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헬 조선"이 된 것도 과거 부모세대가 무조건 공부만 잘 하면 된다면서 대화 육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하면 아이의 언어 발달은 당연히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언어 발달이 늦어지면 사고력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집중력, 학습 능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타인과의 공감 능력 역시 부족하여 사회성과 또래 친구와의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육아 도우미의 손에만 맡기거나 TV,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에 방치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대화 육아가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한 아이가 말하는 데 적극적이다.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은 아이가 일찍 말을 한다.
건강한 아이가 말을 더 빨리 배운다.
지능이 높은 아이가 말을 더 빨리 한다.
권위적인 교육은 말을 배우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
가족이 많을수록 아이가 말을 잘 한다.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어휘 수가 더 많다.
경제적 여건이 좋은 아이가 말을 더 잘한다.

아이의 미래는 사교육이 아니라 부모가 만든다. 알면서도 그동안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소홀하게 하지는 않았던가. 무의식 중에 내밷은 나의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은 아닐까. 새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부모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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