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전쟁은 더 이상 정치인, 장군들을 위한 기록이 아니다. 누구나 글을 쓸 줄 알기 때문이다. 병사들, 언론인, 일반 시민들, 심지어 여자와 아이들도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전쟁을 기록한다. 14세 유태인 소녀가 쓴 <안네의 일기>는 한 소녀가 겪은 나치 치하에서의 도피 생활과 유태인 수용소 생활을 묘사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기록이 다양해지면서 전쟁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현대전은 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한 서사극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에게 고통과 파괴를 낳는 비극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서 역사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전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얼굴을 파헤친다.
주제도 결론도 천차만별이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그 과정, 전근대와 근대전쟁의 차이, 전략과 전술의 발전, 징병제도의 종말과 현대에 부활한 용병들의 모습, 기술적 우위가 전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지 못하는 이유, 드론으로 대표되는 무인전쟁, 아프리카의 소년병, 학살과 강간, 종전 이후의 복구, 전쟁이 초래한 정신적 외상, 전쟁 범죄와 재판, 반전 운동에 이르기까지 제목 그대로 전쟁의 모든 것을 담는다. 언급되는 전쟁 또한 18세기 미국 독립전쟁부터 나폴레옹전쟁, 라틴아메리카 해방전쟁, 남북전쟁, 보불전쟁, 양차 대전, 국공내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중동전쟁과 비교적 최근의 아프간, 이라크전쟁까지 장장 두 세기에 걸친 전쟁의 역사를 두루 다루고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다보면 똑같은 전쟁이라도 어떻게 바라볼지는 사람마다, 사회마다, 또는 시대마다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