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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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

▶ 2022년 2월 24일 새벽 5시 50분,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선언한 푸틴. 어디까지나 돈바스의 친러 주민들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한전이라는 그의 말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처음부터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무차별 폭격하여 많은 민간인의 피해를 초래했다. 더욱이 단순히 돈바스 주변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수도 키이우를 노렸다는 점에서 푸틴의 진짜 속셈은 젤렌스키 정권을 무너뜨리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속국으로 삼겠다는 얘기였다.


세상에는 음모론이라는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 진주만 기습 유도설. 루스벨트가 유럽 전쟁에 끼어들기 위해서 일부러 일본을 도발했고 일본이 진주만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면서 모르는 척했다는 것이다. 즉, 일본은 루스벨트의 덫에 걸렸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버전으로 미국에 의한 남침 유도설이 1980년대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창 유행하기도 했다. 물론 통킹만 사건처럼 냉전 시절 미국이 정신줄 놓고 자작극을 벌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개의 음모설이란 그럴싸하게 포장하면서도 핵심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한 채 정황적인 추론과 논리 비약, 확증편향적인 끼워맞추기식 결론이다. 여기에는 공통된 논리가 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우리를 속이고 있으며 진실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의 의심을 자극할지는 몰라도 근거가 부족하기에 비판받기 일쑤이다. 무엇보다도 의도가 어떠하건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꾸어 놓고 전쟁 발발의 책임을 물타기 한다는 점에서 실로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전황은 적어도 세번은 바뀌었고 어느 쪽도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서 국지전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듯 하다. 서방 측 언론들은 사흘이면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라고 떠들었고 심지어 미국은 젤렌스키더러 폴란드로 망명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주먹을 치켜 들기만 해도 간단히 이길 거라고 여겼던 푸틴이 베이징 올림픽을 망치지 말라는 시진핑의 비위를 맞추느라 침공을 연기하는 바람에 우크라이나군에게 대비할 시간을 준 것도 있지만, 젤렌스키가 끝까지 수도에 남아서 결사 항전의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모습은 겨우 반년 전 아프간에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보여준 것과는 그야말로 대조적이었다. 가니는 탈레반의 게릴라 군대가 수도 카불로 진격하자 정부 금고를 털어서 가족과 함께 제일 먼저 달아남으로서 아프간 군대가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 남베트남이나 아프간의 사례를 보더라도 단순히 미국이 퍼준다고 해서 스스로 싸울 의지가 없는 이상 나라를 지킬 수 없음은 분명하다.


개전 다음날인 2022년 2월 25일 키이우에서 sns로 자신의 건재를 알리는 젤린스키. 그 전에만 해도 개그맨 출신의 아마추어 지도자로만 여기던 그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우크라이나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푸틴 눈치를 보느라 강건너 불구경하던 국제사회가 뒤늦게 지원에 나선 것도 단순히 약자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젤렌스키의 매력 덕분이었다. 제아무리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등뒤에서 지지했다고 한들, 남베트남의 응우엔 반티에우나 아프간의 가니같은 '개자식'이었다면 전쟁은 대번에 우크라이나의 패망으로 끝났을 것이다.


평화로울 때 권좌에 앉아서 부귀영화를 탐하는 자는 많아도 국난의 순간에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지도자란 결코 흔치 않다. 20세기를 통틀어 영국 본토 항공전의 처칠과 제1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지도자였던 다비드 벤구리온 정도일까. 멀리 볼 것 없이 당장 우리 현대사만 해도 말로는 "아침은 해주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며 큰소리치다가 정작 적이 쳐들어오자 제일 먼저 튀었고 외세의 힘으로 돌아와서는 비열하게도 미처 달아나지 못한 사람들을 부역자로 몰아서 처단했던 지도자가 있지 않았던가. 


개전 초반 우크라이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질 것이 뻔한 싸움에 판돈을 걸 수 없다는 식으로 눈치 보기만 하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의외로 잘 싸우자 비로소 조금씩 원조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방의 원조가 본격화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부차 학살 사건이었다. 4월 초 키이우 전투에서 패배한 러시아군이 철수한 자리에서 온갖 약탈은 물론이고 군인 포로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대량 학살한 증거가 만천하에 공개되었기 때문이었다. 국제 사회의 여론은 러시아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렸다. 푸틴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천하의 악당이 된 것은 미국의 악선전 탓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가 자초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학살극과 전쟁 범죄가 러시아군의 만행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말이다.


2022년 4월 6일 부차에서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시신을 옮기는 우크라이나 경찰관들. 물론 미국 역시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민간인들을 오폭한 예는 많이 있지만 적어도 미국인들은 이런 행태를 용납하거나 옹호하지는 않았다. 반면, 러시아군은 민간인을 상대로 조직적인 학살을 벌였으며 푸틴은 관련자들의 처벌은 고사하고 어떠한 진상조사조차 거부했다. 그가 국제사회를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핵으로 위협하는 것은 스스로도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는 얘기이다. 심지어 러시아인들조차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그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보여주었다. 한 러시아 병사가 아내와 통화한 내용에서 우크라이나 여자를 강간해도 좋다는 말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서방 일각에서는 한쪽 편을 드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면서 남들과 똑같은 응원을 하지 않겠다는 자들도 있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맞지만 푸틴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원조가 오히려 전쟁을 장기화하여 희생자를 늘린다고 비난한다. 그 놈의 주권이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말로는 세계 평화를 들먹이지만 속내는 분명하다. 너희 우크라이나 때문에 엄한 우리한테까지 불똥 튀게 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이들에게 우리 같은 대중은 서방 언론들의 거짓 뉴스에 놀아나는 우매한 존재이며 우크라이나가 눈 딱감고 푸틴에게 영토를 내주면 만사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인데 젤렌스키 한 사람의 똥고집 탓에 전 세계가 제3차 세계대전의 위협에 놓이게 되었다고 여기는 듯 하다. 우리 눈에는 지금이라도 손 털고 물러서야 할 쪽은 푸틴인데 말이다. 말 안 통할게 뻔한 푸틴보다는 젤렌스키가 아무래도 만만하기 때문일까. 원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이 냉엄한 국제 현실이고 세상 인심이라고 하지만 연신 두들겨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로서는 "때리는 시엄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고 할 성 싶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음모론 냄새가 물씬 나는 책이 나왔더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감독은 미국이고 젤렌스키가 연기했다나. 정작 푸틴의 배역을 쏙 빼놓다니 무슨 들러리 취급도 아니고 우리의 푸틴 기분 나쁠 듯. 저자는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하는 드라마'인가. 저자의 주장을 몇가지로 정리하면 대략 이러하다.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의 영토욕 탓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협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2.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공공연히 도발했다. 그 뒤에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 네오콘이 있다.

  3. 유로 마이단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네오 나치가 장악하고 있다.

  4. 미국과 서방은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무시하여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했다. 

  5. 돈바스와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태반은 원래 러시아 영토였지만 구소련 시절 억지로 뺏겼다. 

  6.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돈바스의 친러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7.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패퇴했다는 것은 서방의 날조이다. 푸틴은 성동격서의 전략을 썼을 뿐이다. 

  8.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삽질하고 있다는 것은 죄다 가짜 뉴스이다. 지금 박살나는 쪽은 오히려 미국이 양성한 우크라이나 군대이다. 

  9.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원조하는 것은 인도주의가 아니라 전쟁을 일부러 장기화하여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한 책략이다. 러시아군을 이길 수 있는 최신 무기를 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 세계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부차 학살 사건의 진상은 아직 알 수 없으며 전쟁이 끝나고나 따질 일이다.

  11. 우크라이나도 돈바스에서 학살과 만행을 저질렀으므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자격이 없다 등등....


러시아는 침략 반대 및 주권과 영토의 불가침을 규정한 국제법 최고 강행규범을 위반했다. 하지만 동일한 규범은 우크라이나 내 소수 민족인 돈바스 민중의 '자결권' 역시 확고하게 승인하고 보장한다. 심지어 이들의 민족해방 투쟁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의무이다. 이런 관점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지만 포로셴코와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내 돈바스를 침략했다. - p.24


민스크 협정은 결코 이행되지 않았다. 포로셴코의 말처럼 우크라이나는 협정 이행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 (중략) 어쨌든 러시아는 이 협정으로 갈등을 봉합했다고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즉 병합의 대상을 크림에서 돈바스까지로 확장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중략) 푸틴과 라브로프가 이 전쟁은 강요된 결정이었다고 말하는 이유-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협정을 이행했다면 전쟁은 안 일어났다-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 p.122~123


전쟁은 2014년에 시작되었다. 지금은 그때부터 이어진 전쟁의 한 경과점이다. 또한 이 전쟁은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한 드라미다. 과거 소련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이번에도 러시아의 약점인 경제를 공격해 주저앉히려 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 10년 만에 소련이 붕괴되었다. (중략) 전쟁은 이미 예견되었다. 우크라이나가 갑자기 당한 것도 아니고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갑자기 밀어닥친 것도 아니다. 미국과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적어도 독일과 프랑스도 이미 오래전부터 전쟁을 예측했다. 그러기에 당연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막지 않은 것이다. - p.124~125


양대 분리 공화국에 대한 우크라이나 군대의 대량 학살, 전쟁 범죄 및 인종 청소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돈바스 시민에 대한 보호 책임에 근거하여 군사 행동을 불가피하게 개시했다. (중략) 젤렌스키기의 나토 가입 시도는 우크라이나 영역 내 러시아를 겨냥한 핵미사일 배치로 귀결될 것이고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러시아가 적의 공격을 검증하고 반격할 시간을 박탈한다. (중략)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군사 행동은 유엔헌장 제51조에 규정된 집단 자위권에 해당한다. - p.127


키예프 전장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단순히 기만한 것이 아니라 적의 대병력을 수도에 고착시켰다. 이 작전의 목표는 적의 돈바스 지원을 막는 것이다. - p.138


미군이 세계 최강이라는 말은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고 나토가 훈련시킨-사실상 나토군인-우크라이나군은 현지 실정에 맞지 않는 전투 교범 때문에 러시아군의 포병 중심 기동전에 속절없이 무너졌다는 말이다. - p.154


우크라이나의 진지전은 압도적인 화력 지원을 받는 러시아군의 기동전에 속수무책이다. 경제전을 통한 압박도 푸틴의 노련한 대응과 러시아의 경제력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위태로워진 쪽은 서방의 지도자들이다. 요컨대 남은 방법은 외교를 통한 해결 뿐이다. - p.162


부차 사건이 발생했을 때 키예프 방면의 러시아 부대는 전략적 후퇴 중이었다. 상부의 지시가 있거나 과거의 나치 총살부대처럼 명백한 이데올로기적 동기가 있는게 아니라면, 대개 저런 학살극은 지휘체계가 붕괴된 채 퇴각하다가 낙오된 병사들이 저지른 일탈이다. (중략)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건의 진상은 교전 당사국 중 한쪽이 무조건 항복하거나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어 전범으로 기소되지 않는 한 어렵다. (중략) 부차 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잠정적이다. 친러시아 부역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우크라이나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을 가능성이 방송된 것은 진실로 가는 교두보 하나를 확보했다고 할 만 하다. - p.200


러시아 연방에 가입한 돈바스 양대 공화국을 러시아, 시리아에 이어서 북한이 세번째로 법적 승인하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가 북한과 단교한 것은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북한은 이번 빅스텝으로 전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브릭스 플러스와 글로벌 사우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반면, 한국은 세계 인구의 15%에 불과한 집단 서방에 속해 있다. 그 결과 친미, 친젤렌스키 진영에 속한 한국은 경제적, 군사적 이유로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 p.278~279


북한은 기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발을 뺐거나 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유라시아 프레임워크를 바라보든지 일대일로에 올라타든지, 아니면 새로운 중러 전략 협력과 중러 대 미국의 경쟁으로 발생한 저 바다처럼 넓은 틈새 공간을 만끽하든지 그 사이에서 행동을 결정하려 할 것이다. 즉, 새로운 선택지를 찾고 있다. 누구보다 빨리 돈바스 양대 공화국을 승인하고 노동자 파견을 타진한 것으로 봐서 그렇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낡고 현실성 없는 옛날 레코드판만을 틀고 있다. - p.300


300여 페이지에 걸친 장황한 설명의 결론은 한마디로 나쁜 건 푸틴이 아니라 미국이고 젤렌스키라는 것. 하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가지 않는다. 저자의 논리는 푸틴도 잘못이 있지만(어쨌든 그가 전쟁을 일으킨 것은 부정할 없는 사실이므로) 젤렌스키도 잘한 건 없다는 식의 전형적인 양비론이자 물타기이다. 게다가 그 근거가 대부분 푸틴 입장을 대변하는 '카더라'식 추론이라는 점이다. 과연 이번 전쟁은 미국이 기획했고 푸틴은 뻔히 알면서 눈 뜨고 미국 손아귀에 놀아나는 어리석고 수동적인 존재인가. 그러면서도 푸틴은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고 그런 푸틴에게 휘둘려서 쩔쩔 매는 쪽은 미국이라는 것이 저자의 모순된 주장이기도 하다. 명색이 국제관계학부 전문가라는 양반이 열강들의 전략적 대결을 한낱 장기판 수싸움 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협정만 잘 지켰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푸틴 지지자들이 '전가의 보도'마냥 들먹이는 것이 민스크 협정이다. 민스크 협정이란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중재 아래 2014년 9월 5일 우크라이나에서 분리 독립에 나선 돈바스의 두 친러 공화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총성을 멈추기 위한 평화 협정이다. 그러나 이 협정은 어디까지나 전투 중지에 목적이 있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우크라이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었고 따라서 깨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인들 입장에서는 외부의 강요에 의한 것이기에 자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점,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이전부터 돈바스 공화국의 뒷배 노릇을 하고 있던 러시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도 두지 않은 반쪽짜리 협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협정을 어긴다고 비난했지만 그 역시 돈바스 친러 공화국이 우크라이나에 맞설 수 있게 원조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싸움을 부추기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우크라이나에서 민족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돈바스가 분리 독립에 나선 배후에 푸틴의 손길이 없었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단적으로 마이단 봉기로 쫓겨나 러시아로 망명한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명색이 한 때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었음에도 러시아가 제 나라를 침략하고 제 국민을 학살하는데도 푸틴더러 항의는 커녕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그가 처음부터 푸틴과 내통한 첩자인지 누가 알겠는가. 푸틴은 본질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의 독재자이며 정적에게 방사능 홍차를 선물로 보내어 암살하는, 김정은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니까 말이다.


야누코비치가 쫓겨난 후 공개된 그의 초호화 궁전. 그는 친러, 반러를 떠나서 지도자로서 기본 자질 자체가 없는 인간이었다.


저자는 젤렌스키가 야당을 탄압한 비민주적인 지도자라고 비판한다. 그렇다고 친들 20년 넘게 장기집권하는 푸틴과 비교한다면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푸틴이 정말로 평화를 운운할 생각이었다면 우크라이나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협정을 지키라고 위협할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돈바스에서 손을 떼야 했고 돈바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가 자치권을 용인하는 선에서 중재해야 했다. 평화 협정은 서로의 신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한데 푸틴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 러시아의 무력 개입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의 '자결권'을 침해했기에 정당하다?


세상 어느 나라가 제 나라 영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용납한다는 말인가. 중국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의 독립 운동을 가차없이 탄압함은 물론이고 사실상 별개의 나라인 타이완에 대해서도 제 나라의 일부라면서 남들이 입도 대지 못하게 만든다. 저자는 민족 해방 운동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의무라고 하는데 그러는 러시아는 체첸을 박살내지 않았던가. 당장 푸틴이 옐친의 눈에 들 수 있었던 것도 수년 채 지지부진하던 체첸 독립운동을 사정없이 진압한 공 덕분이었다. 제1차 체첸 전쟁에서 어설픈 작전으로 체첸군에게 완패했던 러시아는 체첸의 자치권을 인정키로 약속했지만 새로이 권력은 잡은 푸틴은 제2차 공세에 나섰고 수도 그로즈니를 말그대로 초토화시킴으로서 전쟁을 끝냈다. 체첸에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은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저지른 것과는 비교할 바가 아닐 정도였다. 그런데 과연 누가 누구더러 자결권을 운운한다는 말인가. 적어도 푸틴은 그럴 자격이 없을 듯 하다. 저자는 푸틴이 언제부터 소수민족의 자결권을 위해 투쟁하는 박애주의자가 되었다는 말인가. 한번 물어보고 싶다.


러시아군의 공격 전과 공격 후의 그로즈니. 러시아군은 체첸군이 시가전을 하지못하도록 아예 시가지를 철저히 박살냈다.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약 100만명 정도였던 체첸인구 중 20만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럼에도 러시아를 상대로 감히 '자결권'을 운운하는 나라는 없었다. 푸틴이 말하는 자결권이란 어디까지나 러시아인들을 위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 돈바스와 크림 반도는 원래 러시아 영토이니 러시아가 가질 권리가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한창이던 2022년 9월 23일 러시아는 서방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루간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에 대한 주민 투표를 강행하여 자국에 병합했다. 시간을 들여서 충분한 명분을 쌓아도 부족할 판국에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점령지를 강제로 병합하는 것은 푸틴도 어지간히 다급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푸틴 말마따나 제아무리 그 동네에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다고 한들, 과연 그 주민투표라는 것이 북한의 선거보다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푸틴은 돈바스와 크림 반도가 러시아 땅이었지만 구소련 시절 레닌과 흐루쇼프가 우크라이나에게 넘긴 것이고 자신들의 것을 되찾아 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일리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무력 침략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 따지면 19세기 러시아가 그 땅을 빼앗기 전에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터키에게도 똑같은 권리를 줘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이 세상에는 영토를 놓고 서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다. 당장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다. 푸틴의 논리는 결국 힘 있는 놈이 장땡이라는 말 아닌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먼저 약속을 깨뜨리고 나토를 동진시켰기 때문이다? 

저자는 냉전 종식 당시 미국은 소련에게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그 약속을 먼저 깨뜨렸으며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예방전쟁'으로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나토의 핵무기가 배치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나로서는 몇가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가 이웃 강대국의 위협에 맞서서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하고 말고는 그 나라의 주권 문제가 아닌가. 러시아의 안보만 중요하고 그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약소국의 안보는 알 바 아니라는 말인가. 애초에 강대국들이 자기들끼리 세력권을 정하기 위해서 약소국들을 놓고 야합했다는 것부터 제국주의 시절의 구태의연한 행태이며 비판받을 일이다. 설사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을 시도했다고 한들 러시아로서는 굳이 무력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저지할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다. 나토로서는 러시아의 반발을 살 것이 뻔한 줄 알기에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더러, 나토 가입국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가입을 거부당하기 때문이다. 나토 국가들 중에서 헝가리, 터키를 비롯하여 푸틴과 친한 나라들이 여럿 있지 않은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나토 가입을 거부당하고 있다. 친 서방이 곧 반러도 아닐 뿐더러, 나토 가입이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나토에 가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나토의 핵무기가 배치된다는 것도 논리 비약이다. 만약 푸틴 입장에서 미국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미국을 상대로 따질 일이지 만만한 우크라이나에게 화풀이하는 것은 실로 비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미국은 러시아의 대항마로 삼기 위해서 우크라이나에게 엄청나게 퍼주었다?

저자는 미국 네오콘이 이번 전쟁을 유도할 요량으로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무기 원조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식으로 훈련받았고 사실상 나토군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도대체 얼마나 퍼주었다는 말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긴장이 본격화되는 2014년부터 전쟁 발발 직전인 2021년까지 미국의 군사 원조는 연간 많아야 4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8년 동안 합해봐야 도합 30억 달러를 넘지 않았다. 참고로 러시아의 2021년 국방예산은 410억 달러에 달한 반면, 우크라이나의 국방예산은 100억 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 몇 억 달러 쯤 추가되었다고 한들 양국의 밸런스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듯 하다. 서방제 제블린 미사일이 러시아군 전차를 상대로 제법 활약을 했다고 하지만 개전 이후 서방의 원조가 본격화되기 전까지(심지어 지금도)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무기는 대부분 구소련 시절의 것이었다. 2014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본문에서 저자 자신도 언급하듯 무기와 장비가 여전히 형편없었다. 미국의 관심사는 당장 죽을 쑤고 있는 아프간과 이라크였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우크라이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공격하지도, 그럴 능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푸틴이 침공을 강행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정말로 러시아를 위협할만큼 강해져서가 아니라 이대로 놔두면 강해질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푸틴이 바라는 우크라이나란 구한말의 조선처럼 영원히 허약한 이웃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망친 것은 우크라이나를 손쉽게 조질 거라는 푸틴의 자만심 탓이지, 젤렌스키 탓이 아니다.



▣ 러시아군의 키이우 철수는 패배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을 유인하기 위한 푸틴의 의도이다?

저자는 러시아군이 결코 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키이우에서 물러난 것은 숫적으로 열세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력을 수도에 묶어 두기 위한 전략적 후퇴였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은 푸틴의 계획대로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주장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정말로 패배해서 쫓겨난 것인지, 아니면 유인작전인지 저자가 푸틴의 머리속이나 러시아군의 작전 계획서를 직접 보지 않는 한 그걸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그건 전쟁이 끝나고 정보 공개와 사료 연구를 거친 뒤에나 나올 수 있는 얘기이다. 지금 단계에서 성급하게 '푸틴 킹왕짱'이라면서 떠들 일이 아니다. 전쟁이란 속전속결이 원칙이다. 무기와 장비의 우세함만 믿고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적군을 제압하겠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으며 푸틴이 전쟁을 모른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공자3배원칙이라는 말이 있듯, 적국을 침공하려면 훨씬 많은 병력과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걸프전 당시 미군은 이라크군보다 질적으로는 물론이고 머리수에서도 훨씬 많았다. 그럼으로서 압승을 거두었다. 푸틴은 그저 미국이 간섭하기 전에 침공을 서두르느라 준비에 소홀했을 뿐이다. 그런데 무슨 유인작전이고 의도적인 후퇴인가. 전쟁이 이토록 장기화되어 뒤늦게 징병령을 선언하여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일선 장군들의 목이 여럿 날라가고 고위 관료들이 의문의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 죄다 푸틴의 계획이란 말인가. 

오히려 푸틴이 욕심을 덜 부려서 모든 역량을 돈바스에만 집중했더라면 러시아군과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우크라이나군을 손쉽게 밀어냈을 것이다. 원래 푸틴의 침공 명분은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협정을 어기고 병력을 동원하여 돈바스의 탈환을 노리기 때문에 친러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점령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무력 시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젤렌스키가 물러서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우크라이나 전체에 있었다. 또한 이참에 젤렌스키 정권을 전복시켜 친러 정권이 통치하던 2014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그러기에는 러시아군의 준비가 불충분했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설득하려는 외교적인 노력도 없었기에 도리어 궁지에 몰린 쪽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가 되었다. 저자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에게 생각만큼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고 항변하지만 굳이 국제사회에서 침략자로 낙인찍히고 푸틴 만이 아니라 러시아인들 전체가 욕을 먹어서 좋을 것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저자는 1979년 중월전쟁 당시 덩샤오핑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덩샤오핑은 단순히 무력에만 호소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미국과 동남아 여러나라를 상대로 중국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말을 듣지 않는 베트남을 혼내주기 위함임을 사전에 설득하여 이들의 경계심을 풀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쪽은 베트남이었다. 중국군이 베트남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면서 생각처럼 전쟁이 돌아가지 않자 덩샤오핑은 전쟁을 확대하는 대신 미련 없이 철군시켰다. 베트남에게 중국의 힘을 과시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국은 미국과 프랑스처럼 베트남의 수렁에 빠졌을 것이고 서방 또한 언제까지고 지켜보지 않았을 것이며 중국의 개혁개방은 완전히 실패했을 것이다. 덩샤오핑은 푸틴보다 훨씬 현명했다. 

푸틴의 행태는 1938년 독일인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로 슈데텐란트를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듣지 않으면 무력을 쓰겠다는 히틀러의 판박이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 때에는 서방이 체코슬로바키아의 위기를 나몰라라 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조지아와 발트3국은 물론이고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냉전 시절 소련의 압제를 당했던 나라들은 남의 집 불구경할 일이 아니라면서 앞장서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핀란드, 스웨덴조차 오랜 중립을 깨뜨리고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언제 자신들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지 모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푸틴은 세상에서 제일 많은 땅을 가진 주제에 더 가지려다가 댓가를 치르는 셈이지만 저자는 이들의 우려가 죄다 미국의 선동과 가짜 뉴스 탓이라고만 여기는 모양이다. 그런 주장을 하기 앞서 푸틴이 어째서 그토록 주변국들의 불신을 사게 되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듯.

일일이 지적하자면 끝이 없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어느 신문에서 보니까 이런 인터뷰를 했더라.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첨예한 글로벌 사회에서 친구를 만들어야지, 애써 적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적을 만들지 않겠다고 해서 눈치보고 비위를 맞추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우리가 왜 일본에게 분노하는가. 과거의 망령에 얽매여서거나 좌파의 선동 탓이 아니라 일본이 우리 자존심을 건들기 때문이다. 약소국이 대접받으려면 강대국들 눈치나 보면서 무작정 납작 엎드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잘못된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명색이 교수라는 양반들이 그런 마인드니까 중국이고 일본이고 우리를 만만하게 길들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이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를 겨눠 “이미 국내 정치는 망쳤고 겨우 우크라이나 하나 붙들고 있었는데 이것도 아주 최악으로 가고 있다”라며 “미국은 2차 대전 이후에 어떤 전쟁에서도 이겨본 적이 없는 나라다. 그런데 또 깨지고 있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권의 행보를 두고는 “외교적 ·경제적 자살”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권을 향해 “러시아와 중국의 준동맹 관계가 신세계 질서의 한 축을 규정하는 기축적인 요인이다. 이 부분을 우선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된 국제기구) 브릭스와는 절대로 적대적이거나 대립적으로 가면 안 된다”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외교 공간에 시민사회, 대중들이 더욱더 진출하고 개입해야 한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 2022. 8. 29일자 자주시보 "이해영 교수 “신세계 질서 재편…중국, 러시아와 적대하면 외교·경제적 자살”" 본문 기사 : http://www.jajusibo.com/60


이 책을 통틀어 딱 한 가지 저자의 말에 동감하는 대목이 있다. "결국 문제는 한국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지정학적 대전환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데 흔들림을 느끼지 못하는데 있다. 우리 사회의 '정치계급'들이 말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 정치인들이 바깥 세상 돌아가는데 둔감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한반도 주변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만 되면 누가 미국에 더 충성할 자격이 있는지 편 가르고 서로 싸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우크라이나 대신 돈바스를 선택한다고 더 나은 미래가 열릴 것같지는 않다. 제아무리 "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는 것이 국제사회"라고 하지만 박쥐마냥 어정쩡하게 양다리 걸치는 것만큼 세상에 미움 사는 것도 없는 법이니 말이다.





※ 출처 : [신작도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검은손이 벌린 일이다?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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