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프라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이 나왔다. 보누스 출판사의 신작 도서 <권총의 과학>이다. 작년에 나온 <총의 과학>이 장총, 즉 라이플과 서브머신건, 기관총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피스톨에 대한 것이다. 저자 가노 요시노리는 항공 자위대 출신의 무기 전문가이자 작가로서 지금은 예편했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무기 이외에도 보병 전술이나 항공 전술, 전차 전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더라. 진정한 밀덕인 셈.
이 책에서는 권총의 종류부터 구조, 권총과 소총이 어떻게 다른지, 권총탄의 종류, 조준 장치, 취급법, 사격술, 탄도학 등 말그대로 권총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이나 알아먹을 법한 딱딱하고 지루한 학술 용어의 향유가 아니라 사진과 그림을 통해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재미있게 풀어 쓴다.


읽다보면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액션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대부분 엉터리라는 것. 예를 들어 고전 서부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말 위에서 쌍권총을 쏠 수 없다는 것이나 자동차 차체는 엄폐물로 쓸 수 없다는 점,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영화 <원티드>에서 나오는 것마냥 폼 잡는답시고 총을 옆으로 눕혀서 쏘는 것은 '개지랄'에 불과하다는 것 등등. 결론은 권총으로 상대를 맞추기를 원한다면 최대한 근거리에서 제대로 된 자세로 제대로 쏘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사격시 표적의 겨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탄복이 실제로 총탄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지, 물속에서 사격을 할 수 있는지, 오래된 탄약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같은 평소 궁금해 할 만한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일본 서적들 중에는 군사와 같은 전문적인 분야를 밀덕들의 취미에 맞추어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들이 많다. 때로는 이런 분야를 다루어서 도대체 몇 권이나 팔릴까 싶을 때도 있다. 그만큼 독자층이 두껍다는 얘기일 것이다. 출판 시장이 극도로 편중된 국내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점만큼은 일본이 부럽다. 이 책은 평소 사격장을 찾거나 액션 코스프레에 관심 있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군인, 경찰 등 직업적으로 사격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 읽어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