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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정호승, 법륜, 박완서, 정운찬 외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김 종철-함께 살아가기
(...)
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도 농촌이 반드시 살아나야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이 사는 가장 높은 가치가 뭡니까?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살아요?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우애,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 인생에 있어서는 건강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게 분명해요. (...)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우정입니다.
(...) 예전에 중국에서는 유토피아를 '대동(大同)세상'이라고 했답니다. 동양에서는 유토피아라는
말을 안쓰고 '대동 세상'이라고 하죠. 그런데 '대동'이라는 말이 원래 무슨 말이냐 하면, (...)
'동同'자가 본래 상형 문자인데, 그게 천막을 쳐 놓고 그 밑에서 사람들이 함께 밥 먹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동양에서는 이상 사회가 별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밥을 같이 먹는 세상, 즉 한 식구
로 사는 세상이라는 얘기죠. 혈연, 지연, 부족, 인종, 종파, 높은 사람 낮은 사람따위를 따지지 않고
그냥 세상 사람들이 같이 밥을 먹는 세상 말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이는 당근을 절대로
안 먹는 사람이에요. 당근은 오염된 땅의 중금속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음식에 당근이 들어가 있으면 일일이 건져 내고 먹어요.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잖아요. 오염된 음식이라도 여럿이서 같이 나누어 먹는 것이, 좋고 깨끗한
식품 혼자서 뒤돌아 앉아 먹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죠. 내가 이 개끗한 음식 먹고 수명을 10년
더 늘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우정의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 이걸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옛날에는 아이를 낳아서 애를 기르고, 사람이 임종을 하고 장사를 치르는 게 비즈
니스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중요한 통과 의식이었고, 이런 의식은 전부 가족과 마을의 힘으로
치러 냈잖아요. 지금은 인간 생존에 필요한 모든 기초적인 것들이 전부 상품이라는 형식으로
접근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전부 돈을 벌지 않으면 죽는다고 하는 고정관념 속에서
살고 있어요. 당장 현금을 구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우리가 미친 듯이 살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나 공동체 속에서 살아간다면 사람과 사람끼리 돈 관계를 떠나서, 또 국가의 복지 체제라는
것을 떠나서 우리가 자주적, 자치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진정으로 안전하고 위엄 있는
삶이 가능해집니다. 애써 저금하려고 할 필요도, 꼬불칠 필요가 하나도 없잖아요. 내가 일할
기운이 없어지면 동네 사람들이 나를 돌봐줄 것이고, 내가 죽은 뒤에 내 자식들도 안전하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교육도 그래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엄청난 교육 지옥이
되어 있는 것이 배움에 대한 진정한 갈망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일입니다. 경쟁적
으로 남을 제치고 남의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아니면 남의 뒤에 처지지 않기 위해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 아닙니까. 이러니 우리 꼴이 늘 참혹하기 짝이 없어요. 그런데 공동체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협동적으로 서로 도우면서 살아간다면 지금과 같은 교육도 필요 없는 것이 됩니다. 본래
인간은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삶의 현장 속에서 저절로 배움을 익히며 성장합니다.
학교 교육이라는 것은 사회적 서열화를 전제로 하고, 또 그러한 차별적인 서열화를 강화하는데
이바지할 뿐입니다. 그러니까 학교는 사람들이 서로 우애 있게 사는 것을 원칙적으로 방해하는
근대적 질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경시대가 차라리 더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란가 하고 막연히 생각해 본 적 있는 내게 번쩍하는
섬광같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내용이었다. 공동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가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눈여겨 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여러사람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이런 류의 책은 읽고 나면 머리만 더 산만해서 거의 빌리지
않지만, 멋드러진 제목에 혹해서 빌려왔는데 역시 다른 이야기들은 흔히들 듣기 좋게 뱉어 내는
것들이었고, '함께 살아가기', 이 부분만 내 눈을 크게 뜨게 해 주었다.
오타가 제법 있어 별 하나를 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