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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2 ㅣ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2008년 1월, 신년을 기념하며 갑순으로부터..."
책표지를 넘기니 이렇게 적혀있다. 그러고보니 나에게 책을 가장 많이 선물로 준 친구가 갑순
이네. 돌아가신 그녀의 친정 엄마를 그리며 나의 엄마께 어버이날 선물을 보내는 이도 그녀다.
2008년, 이즈음 한창 열심히 자전거를 탈 때 였나 보다. 산으로, 바다로, 넓은 포항을 씽씽~달
리며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얼마나 외쳐 대었던가!(이제는 안다. 그것이 그러했던 이유는
'자연'이라는 것을! 나는 다시 꿈꾸고 있다. 그 자연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기를...)
7년 전에 받은 책을 이제사 읽게 된 이유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때문이다.
이 책을 선물로 받자 마자 첫 장을 펼치는데......
우리가 흔히 '자전거 여행'이라는 제목이라면 무엇을 상상하겠는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그 즐거움, 흥겨움, 유쾌함, 가슴떨림, 아름다움, 땀방울, 자연, 사람, 하늘, 구름, 바람, 바람,
바람, 길, 길, 길.......이러한 것들 아니겠는가 말이지. 상상을 완전 비켜가는 내용이 전혀 와
닿지 않아서 그때는 그만 서너장에 접었었다.
그렇게 7년여가 훌쩍 지나고...
어느날 책을 읽는데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극찬하는 박웅현을 글이 있어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으나 내 수준으로는ㅎㅎ '역시나'로 끝을 맺었다.
이 책은 제목선정을 너무 잘못한 것 같다. 차라리 '마을여행'이나, '도시여행'정도로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하는 자전거의 극치는 바람과 길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에 대한 언급은 전무다.
특정 도시를 찾아 간 수단이 자전거일 뿐, 자전거는 이 책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
하고 왜 제목을 '자전거 여행'으로 했는지 정말 물어보고 싶다.
"(...)곡릉천의 표정은 들판의 낮은 구릉 사이를 기신기신 흘러가는 늙은 물의 게으름이다.(...)
그 고랑과 언덕의 무수한 계통들은 마른 갯벌을 가득 체우며 합쳐지고 또 갈라지면서 더
큰 계통을 이루며 이제는 막혀버린 바다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 먼 쪽은 저녁의 어스름 속으로
풀어지면서 언어의 추격권을 벗어나고 있다. 언어는 갯벌에 주저앉아 마땅했다. 바다의 속살
위로 자전거를 몰아가는 이 마른 갯벌의 낯선 풍경은 시간의 작용과 공간의 작용이 합쳐져서
이루어내는 생성과 소멸이었고 지속과 전환이었는데, 시간과 공간은 바닷물 밑에서 만나,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세상을 열어내고 있었다.(...)"
이 책의 대부분의 표현 방식은 이러하다. 읽으면 바로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면서 자세히 글을 따라 가야 겨우 그림이 그려질똥 말똥이다.. 박웅현 같은 사람은
읽는 즉시 대단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으나 나는 거듭거듭 나오는 이런
표현 방식에 지쳐서 나중엔 그저 글읽기에만 그쳤다.
"(...)아마도 러브호텔이 창궐하게 되는 배경은 인간이 일부일처제에 승복할 수 없는 마음의
바탕을 지니고 오랜 세월 동안을 일부일처제의 억압 밑에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일부일처제의 역사는 오래지 않지만, 일부일처제의 세월은 신석기나 구석기보다 더 길게 느껴
지고, 계급적 억압보다도 더 무거운 하중으로 인간을 짓누른다.
고려나 조선 시대에 물론 러브호텔은 없었겠지만, 러브외양간이나 러브마구간, 러브물레방앗간,
러브밀밭, 러브보리밭이 있었다. 그 시대에는 밀밭과 보리밭이 러브의 익명성을 보호하는 장치
였을테지만, 이 신도시에서는 비닐 커튼이 보리밭을 대신해주고 있다."
러브물레방앗간, 러브밀밭...비닐 커튼이 보리밭을 대신해주고 있다ㅎㅎ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는 것이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 그래서 그는 작가일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