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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 이해인 기도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4년 7월
평점 :
기도시집이란 이름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당신의 하나님과 함께이고 싶은 간절한 그녀의 소망을 읽는 듯 하다.
그녀는 어떻게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을까?
정말 그녀는 가끔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일까?
본 적도 없는 존재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에서 시작 되는 것일까?
예수의 부활을 난 믿을 수 없다. 전생, 현생, 후생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면 예수의 부활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눈으로 본 것만 옳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에 참회하라시는데 하물며
내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어떠하랴! 그럼에도 그들은, 이해인 수녀님은 예수의 존재를 믿고
자신의 인생 전부를 그 믿음을 위해서 살아간다.
-여행길에서
우리의 삶은
늘 찾으면서 떠나고
찾으면서 끝나지
진부해서 지루했던
사랑의 표현도
새로이 해보고
달밤에 배꽃 지듯
흩날리며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도
새로이 사랑하며
걸어가는 여행길
어디엘 가면
행복을 만날까
이 세상 어디에도
집은 없는데......
집을 찾는 동안의 행복을
우리는 늘 놓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
-고향의 달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내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그 아름다운 달
고향 하늘의
밝고 둥근 달이
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
정다운 눈길로
나를 내려댜보네
'너는 나의 아이였지
나의 빛을 많이 마시며 컸지'
은은한 미소로 속삭이는 달
달빛처럼 고요하고
부드럽게 살고 싶어
눈물 흘리며 괴로워했던
달 아이의 지난 세월도
높이 떠오르네
삶이 고단하고 사랑이 어려울 때
차갑고도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며 달래던 달
나를 낳아준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또 어머리
수많은 어머니를 달 속에 보네
피를 나누지 않고도
이미 가족이 된 내 사랑하는 이들
가을길 코스모스처럼 줄지어서
손 흔드는 모습을 보네
달이 뜰 때마다 그립던 고향
고향에 와서 달을 보니
그립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라
설레임에 잠 못 이루는 한가위 날
물소리 찰랑이는 나의 가슴에도
또 하나의 달이 뜨네
-바다에서 쓴 펴지
짜디짠 소금물로
내 안에 출렁이는
나의 하느님
오늘은 바다에 누워
푸르디푸른 교향곡을
들려주시는 하느님
당신을 보면
내가 살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면
내가 죽고 싶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당신을 맛보게 하는 일이
하도 어려워
살아갈수록 나의 기도는
소금맛을 잃어갑니다
필요할 때만 찾아 쓰고
이내 잊어버리는
찬장 속의 소금쯤으로나
당신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나의 노래는 종종 희망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제발
안 보이는 깊은 곳으로만
가라앉아 계시지 말고
더욱 짜디짠
사랑의 바다로 일어서십시오
이 세상을
희망의 소금물로 출렁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