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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훌륭한 책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
2004년 1월에 산 책이지만 역시 시절인연에 따라 8년이나 지난 지금 읽게 된 것은 아마도
이런 훌륭한 기쁨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30장 '안녕'을 읽을 때 쯤엔 감동이 극에 달해, 가장 마지막 구절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행운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로 맺을 때는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책장을 덮고 끌어 안았다. 책표지에 입을 맞추었다. 무척 감사해서...
-빌 브라이슨은 기자였으며 수필가이자 여행가이지 과학자가 아니더라.
"...우주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고, 우주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어떻게
이해할까? 원자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알아낼까?(......)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일부를 책과 잡지을 읽고, 놀라울 정도로 바보 같은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고상하고
인내심을 가진 전문가를 찾아내기로 했다. 결국 그 일에 3년이 걸렸다. 과학의 신비로움과 성과에
대해서 너무 기술적이거나 어렵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일까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내 생각이었고 희망
이었으며,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으로 쓴 것이다..."
-그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본다.
학교에서 배운 과학은 이 책 한 권보다 쓸모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태양계의 행성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암기만 했지 상대적인 크기를 고려해서 설명해준
과학선생님은 한사람도 없었다. 지구을 팥알 정도로 나타내면 목성은 300m정도 떨어져 있어
야만 하고, 명왕성은 2.4km정도 떨어져야만 하며, 명왕성은 세균 정도의 크기로 표시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학생들은 있을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더없이 훌륭한 예시를 들어 이해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액체는 식으면 부피가 10%정도 줄어든다. 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그렇다. 물이 어는 상태에 아주 가까워지면, 오히려 부피가 늘어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
난다. 얼음이 되고 나면, 부피가 거의 10%정도 늘어난다. 얼음이 되면서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얼음이 물에 뜨는 것은, 존 그리빈의 말처럼 "정말 괴상한 성질'이다. 만약 물이 그런 기막힌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얼음은 물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고, 호수와 바다는 바닥에서부터
얼어붙게 될 것이다. 물속의 열을 붙잡아줄 얼음이 수면을 덮고 있지 않다면, 물이 가지고 있던
온기가 그대로 방출되면서 점점 더 차가워지고, 결국은 더 많은 얼음이 생기게 될 것이다. 바다
도 곧장 얼어버릴 것이고,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그런 상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생명체가 살아가기에는 힘든 조건이다. 우리에게는 감사하게도, 물은 화학의 규칙이나 물리법칙
을 모르는 모양이다...."
-호수가 왜 바닥부터 얼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 과학선생님들이 이런 질문을 학생들
에게 던진다면 수업은 얼마나 더 재미있어 질 것인가!
"(......)3만km가 넘는 해안선과 거의 2300만제곱km에 이르는 해역을 가지고 있는 오스트레일리
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넓은 바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 플래너리의 지적처럼
세계 50대 어업국에도 들지 못한다. 오히려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 1우리 수산물 수입국이다."
-왜 그럴까? 왜 이런 질문을 우리는 과학선생님으로부터 받지 못하는 것일까?
섬나라면 당연히 풍부한 수산물을 떠올리는데 왜 수산물을 수입하는 걸까 말이다.
"(......)지구의 45억 년 역사에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한 것인가를 더 잘 이해하려면,
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맥피의 <분지
와 산맥>에 따르면, 그런 잣대에서 한 손의 손톱 끝에서부터 다른 손의 손목까지가 선캄브리아
기에 해당한다. 고등 생물은 모두 손바닥 안에서 생겨났고, "인간의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중간 크기의 손톱 부스르기 하나에 들어가 버린다."."
-천운과도 같은 행운을 안고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빌 브라이슨은 거듭거듭 알려준다. 그런 인간이, 45억년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택도 없는 인간이
지만, 자연을 파괴하고 동물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마지막 30장 '안녕'이 주는 메시지는 가슴을
끓게 만들더라.
6부 30장으로 나눈 구성, 전개방식, 어렵지 않은 설명, 번역조차도 완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과학선생님들은 이 책을 필독서했으면 좋겠다. 선생님들은 왜 독서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독서량을 자랑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교사들이지 않을까!!!
빌 브라이슨은 물론이려니와 번역하신 이 덕환선생님께도 감사드리며 다시 또 읽어 볼 것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