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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의 웃는 마음 - 판화로 사람과 세상을 읽는다
이철수 지음, 박원식 엮음 / 이다미디어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염주 끈이 풀렸다
나 다녀간다 해라
먹던 차는
다 식었을게다
새로 끓이고,
바람부는 날 하루
그 결에 다녀가마
몸조심들하고
기다릴 것은 없다
//
낸들 무슨 수가 있나
매일처럼,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아내도 물끄러미 바라보고,
이승도,
물끄러미 바라볼 따름.
//
잡초라 부르는 것조차
모두 아름답다
세상에, 시시한 인생은
없다. 어디에도
//
화분에 심은 대파가
미친듯이 자라
어지럽다.
물주지 말라는 걸.....
자식도 물주지 말라고....
//
판화란 생소하다.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이걸 어떻게 이렇게 잘 팠을까 하는 것이 전부이리라.
이 책에 나와 있는 판화들은 직접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그저 잘 파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곁들인 짧은 구절들이 뭔가를 돌아보게 한다.
짧은 구절들이지만 판화와 함께 보면 작가의 생각을 다 들여다 보는 듯 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굳이 곁들이지 않아도 그의 그림은 쉽고, 그의 글들 또한
어렵지 않아서 우리는 추측할 수 있고 설사 그 추측이 사람마다 다르더라도
그 또한 그의 판화가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
구구절절 그의 이야기를 곁들인 것이 error로 보인다.
판화 자체만으로 여느 판화와는 다른 시도이고 다른 색깔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겠건만,
그걸로 충분하겠건만 잡다한 글들이 그의 판화에서 볼 수있는 독특한 매력들을 하나같이
분산시키고 있어 안타까움마저 든다. 신비로움이 사라진다.
훌륭한 예술이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그냥 보기만 해서도 가슴 뜨끔하고, 뭉클한 것이 일렁이고, 기쁨에 젖어, 슬픔에 젖어
때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는 것, 말없이 감정을 흔드는 것이 훌륭한 예술 아닐란가?
친구는 이 책을 3권 사두고 새해가 되기 전에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었했는데, 본인이 받은
감동을 빨리 알게 해 주고 싶어 했는데, 우리는 새해가 지나서야 그녀의 마음을 받았다.
그녀와 같은 크기의 감동이 아니어서 못내 아쉽다. 차라리 이 책을 사두고 어서 전해주고
싶어 했던 친구의 마음이 내겐 더 큰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