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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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에서 놀다가 잘못하여 벼랑에서 떨어질때 그들을 잡아 준다는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이 되고 싶은게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이 시대의 아이들 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설사 그러한 꿈을 가지고 있은들 그 꿈을 꾸도록 해주는 

어른은 얼마나 될까? 

질풍노도의 시기, 모든 것이 역겹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로 보이기도 했을 그  

시절, 샐린저는 너무나 명쾌하고 속시원하게 그들의 속내를 글로 잘 드러내어서 내심 후련하기도 

했다. 특히 나를 껄껄 웃게 만든 것은 '과장법' ㅎㅎ 이 시기의 특징이 아닐란가!  

역시 나의 독해능력은 짧아서 역자후기와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보고서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독후감을 훌륭하게 적을 수 있는 것도 큰 재주임을 다른 사람의 그것들을 훑어 보면서  

느낀다. 여전히 나의 능력은 질풍노도의 그 시기를 여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ㅎㅎ 

재미있는 문장들 몇 개를 옮긴다. 

 

*어른들이란 자기네들 말이 절대진리라고 한다. 나는 그들의 말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그들이 뭔들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있냐먄은. 

*그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경청하는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자꾸 되풀이되는 말에 미칠 것만 같았다. 이쪽에서 그렇다고 먼저 인정을 했는데도 또다시 되풀이 하다니! 

*선생들이란 그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니까. 

*...선생이 나더러 '자네'라고 부르지 않길 바랐다. 

*나라면 누구에게도 '행운을 빈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말은 끔찍한 악담이 아니고 무엇인가. 

*나는 굉장히 무식하지만 책은 많이 읽었다...토마스 하디-귀향...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다 읽고 나면 그 작가가 친한 친구여서 전화를 걸고 싶을 때 언제나 걸 수 있면 오죽이나 좋을까 하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은 좀처럼 없다...서머셋 몸의 인간의 굴레 

*나는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지독하게 빈정댈 수 있었다. 

*자신이 미남이라든가 우수한 인간이라고 자처하는 자식들은 으레 다른 사람에게 무슨 부탁을 하는 법이다. 

*어른들이란 절대로 남을 신용하려 들지 않는다. 

*녀석은 두 무릎으로 내 가슴을 누르고 있었는데 그 무게가 1톤은 되었다...나는 개새끼니 뭐니 하며 무려 열 시간 동안은 고함을 치고 있었다...애클리가 다시 물었다. 벌써 쉰 번이나 물었을 것이다. 

*예민하다니! 사람 죽이는군! 그 모로 자식이 예민하다면, 화장실의 변기도 그만큼 예민할 거다. 

*세상의 엄마란 누구나 약간씩은 머리가 돈 존재이다...엄마란 존재는 다 마찬가지여서 자기 아들이 얼마나 똑똑한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법이다. 

*만나서 조금도 반가울 것이 없는 사람에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늘어놓고 있다니! 하지만 살아가고 싶으면 그런 말도 해야 하는 법이다. 

*인간들은 언제나 남의 일을 망친다니까. 

*겁이 많은 것은 아무래도 재미없다...나는 잃어버렸을 때 속태울 만한 물건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좀 겁쟁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변명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다. 정말이지 겁쟁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누구의 턱을 갈겨야 할 때라든가 갈기고 싶을 때에는 반드시 갈겨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방면으로 소질이 없다. 

*그것은 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하도 우울해서 원칙이고 뭐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사람은 풀이 죽어 있을 땐 분별이 없어진다는 것, 이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무엇이 가장 재미있는가를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말하는 사람이 흥미를 갖고 있는 데다 흥분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선생이 다시 정신을 집중시킨 다음 입을 열었다.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그건 무서운 거다. 타락해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자기가 바라는 걸  도저히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버리는 거야. 실제로는 찾으려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버리는 거야. 내 말 알겠니?"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말이 네 마음에 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는 지식을 사랑하고 있거든. 

*무엇보다 네가 인간 행위에 대해 당황하고 놀라고 염증을 느낀 최초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야. 그런 점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것을 깨달으면 너는 흥분할 것이고 자극을 받을 거야.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네가 현재 겪는 것과 똑같은 고민을 한 사람은 수없이 많아. 다행히 그 중 몇몇 사람들은 자기 고민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 너도 바라기만 하면 거기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 그리고 장차 네가 남에게 줄 수 있으면 네가 그들에게서 배운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네게서 배울 수 있다는 거야. 이것이 아름다운 상부상조가 아니겠니? 그런데 이건 교육이 아냐. 역사야, 시야. 

*꼬치꼬치 따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이다. 그러면 우울해지니까. 

*구세군에 소속된 여자들, 그러니까 루즈 따위를 하나도 바르지 않은 여자들... 

*50년전, 내가 어렸을 때에도... 

*이전 9월부터 학교에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하겠느냐고 자꾸만 묻는다. 내 생각에 그건 어리석은 질문이다.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나야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긴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역지후기 중 

*우리의 의식이 악의 유혹을 받을 때, 또는 우리가 곁길로 접어들 때, 인간의 본성은 소리 없이 우리를 붙잡는다...그러나 인간 본성을 확실히 자각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번쯤 자기 의식의 심연으로 침잠하여 그곳에서 미소하는 본성을 힘껏 추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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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0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풍노도의 시기는 다른 말로 바꾸면 무궁무진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 '호밀밭의 파수꾼' 말고도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책들이 다 어렵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마냥 외면하거나 비껴갈 수는 없는 거겠죠~

잘 지내시죠?^^

Grace 2011-04-08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풍노도와 무궁무진이 같은 의미도 될 수 있군요! 감탄스러운데요!
아주 오래전엔 고전이란게 왜 유명한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그걸 알려 주기도 하네요. 나이가...ㅎㅎ
양철댁 옆의 사진속이 어디인지 참 가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