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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다는 것 ㅣ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평점 :
저 숲에 누가 있다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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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구름이 잘 익은 달을 낳고
달이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후
숲에서는 ...... 툭 ...... 탁 ...... 타닥 ......
상수리나무가 이따금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제 열매를 던지고 있다
열매가 저절로 터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입술을 둥글게 오므렸을까
검은 숲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소리 ,
나는 그제야 알게도 된다
열매는 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무가 말을 하고 싶은 때를 위해 지어졌다는 것을
...... 타다닥 ...... 따악 ...... 톡 ...... 타르르 ......
무언가 짧게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들은 무슨 냄새처럼 나를 숲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어둠으로 꽉 찬 가을숲에서
밤새 제 열매를 던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
끝내 보지 않아도 좋으리
그가 던진 둥근 말 몇개가
걸어가던 내 복숭아뼈쯤에 ...... 탁 ...... 굴러와 박혔
으니
(본문 12 , 13 쪽 )
나희덕 시집 ㅡ 어두워진다는 것 ㅡ중에서
지난 가을 이후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숲 계단을 밟지 않았다
그 가을 계단에 누가 부러 흘린듯 쏟아져 있던 열매들
도마뱀 , 풍뎅이 , 잠자리 , 그리고 바람
그것들은 쏜살같이 잘도 흩어지고 모이고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 다녔다 금조차 밟지 않으려고
계단에 떨어진 열매들 지금은 다 어디갔을까
그들이 온 숲으로 잘들 돌아갔을까
시인의 말처럼 복숭아뼈 하나는 내게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