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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F 그 겨울의 일주일 , ㅡ 메이브 빈치 , 정연희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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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객 >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 마음 ,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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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침구를 호텔식 면직으로 바꾸려고 했었다가 만 기억이 있다
. 여행의 좋은 점이 어디 한둘이랴만 나는 여행에서 가장 좋은 점을 치라면 바로 낯선 방과 특유의 냄새가 베인 침구를 먼저 떠올린다 . 잘 마른
낙엽의 촉감 같기도하고 닿고 스치는 소리도 따듯한 것이 무려 새하얗기까지해서 어찌나 좋은지 . 침대는 모두 달라도 , 또 면직의 종류는 숙소마다
달라도 모두 햇살에 말린 듯이 청결한 뽀송함에는 한결같음으로 기억하게되는 여행지에서의 밤과 느른한 게으름 .
그 느낌을 내 방 침구로 가져오려다가
포기하게 된 것은 여행을 집안까지 끌어들여 버리면 밖에서 특별하게 즐기던 것을 평상시로 데려오는 일이 된다는 걸 깨닫고 였다 . 그건 밖에서여야
더 간절한 청결함과 방종의 누림이 된다는 사실이 선택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 그 포기는 나를 한번이라도 더 밖으로 유인해주는 또다른 기회가
될테고 그 특유의 촉감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같이 안온하면서 설레게하는 역할로 여전히 기능하리란 건 말할 것도 없고 .
메이브 빈치의 소설 [ 그 겨울의 일주일 ]을 티저북으로 먼저
만나고 , 온책으로 다시 전체를 읽어내려가며 느낌 감정은 바로 그 여행지에서의 낯설면서 익숙한 청결같은 , 그러면서 마음껏 깨끗함을 누려도
노동이 되지 않는다는 편안함 그것이었다 . 치키의 스톤하우스에서 나는 내내 보이지 않는 방문객으로 머물렀다 . 소리없이 웃으며 인사해오는 치키와
고양이 글로리아의 환대를 받는 투명한 방문객 . 아무도 당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이가 없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 그러다 약속된 시간에 징이
울리면 미스 시디 룸에서 달그락대며 우아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제공된 다정한 음식들을 맛보며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었다
.
섣불리 아는 척 하지 않는대서 오는 침묵을 배려로 느끼며 전혀
외롭지도 않을 수 있는 시간을 간직하고 돌아 올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 . 쉬워보이면서 어려운 그 일을 치키와 그 동료들이 기꺼이 해낸다 .
호텔의 시작부터 함께한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리거의 묵묵한 성장 . 치키의 사촌이기도한 올라의 독립을 위한 발돋음 . 치키를 응원하지만
방문객으로 등장하진 않는 사람들의 응원이 스톤하우스를 완성해 나간다 . 그 과정을 보는 일은 즐거운 참관이었다 . 치키의 내면이 리거의
어머니이자 치키의 친구이기도 한 눌라의 마음처럼 황폐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건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는 매듭은 특히 우리의 귀로를 웃음짓게
해주었다 .
날이 밝으면 투숙객들과 함께 조류 관찰을 위해 나섰고 , 바람이
불면 부서져 흩날리는 해변의 물보라를 온 몸으로 부드럽고 상쾌하게 맞았다 . 거기선 모두 하나의 인물들이 섬이었다가 밀려드는 바닷물이었다가
빠져나가는 일상의 묵은 찌꺼기로 작용했다 . 치키의 스톤하우스는 섬같은 사람들 마음을 열게 만드는 조수 潮水 였다 . 거기서 마음껏 조수를 따라
일렁이는 나의 휴식 .
참 신기한 일이다 . 전혀 다른
곳에서 와서 이제까지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정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 이런 극적인 조합엔 대게 그 분이 빠지면 이야기가 김빠진
사이다 같기 마련인데 ,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읽는 내내 책의 무게를 못 (?) 느끼며 즐겼다 . 아 , 그분이 누구냐고 ? 코난이라고 부르고
함정이라고 쓰던가 ? 사건이라고 쓰고 비밀이라고 말하던가 ? 하핫 암튼 다양다종한 인간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따듯하고 이쁘기도 참 쉽지 않다
.
이런 따듯함이
그리워지면 메이브 빈치의 다른 소설을 찾아봐야지 . 혹시 아나 ? 그녀가 우리 모르게 스톤하우스 같은 곳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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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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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 가난은 /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 가난하다는 것은 /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 늘 가슴 한쪽이 비어있다 / 거기에
/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 사랑하는 이들은 /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ㅡ열림원 , 정현종 시선집 , 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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