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남진우 [ 죽은 자를 위한 기도 , 1996 ]
:
황인숙 [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1988 ]
물고기
:
고양이와 참새와 들쥐
사로잡힌 것
:
살아 생생한 것
죽은 것
:
태어난 것
그리고 이들은 나란하고 , 나란하면서 외면적인 시선
한 면에는 펄덕이던 물고기가 생선이 되고
한 면에선 막 탄생한 고양이가 앞으로 누릴 것을 노래해
꼬마 참새는 잡지 않겠다고 말해
생선은 식탁에 올라 제 가시를 온전히 보여주고
고양이는 사뿐사뿐 까치처럼 뛰어다녀
눈을 돌리면 물고기 휙 잡아 챌 수 있지만
다만 너른 벌판으로 나갈 뿐이야
어젯밤엔 이 극명한 조우를 보지 못했고
오늘 아침은 그것들을 마주하는 내가 있지
나는 생선도 고양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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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내가그대를불렀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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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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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_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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