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
오생근.조연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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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본문 108 쪽 )

 

남진우 시 , [ 죽은 자를 위한 기도 , 1996 ]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중에서 ㅡ

 


 

빗방울이 수직으로 세상을 가두는 주말 저녁 .

거리를 걷는 행인들은 온몸으로 수직에 맞선다 .

내리 꽂히는 점들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고

주변을 검게 지운다 . 빈 칸이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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