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샘 멘데스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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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ㅡ영화 , 케이트 윈슬렛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김동식 소설집에 보면 그런 반전이 자주 나온다 . 개조인간이 소수인줄 알았는데 모두가 개조인간이었고 인간이 희귀인종으로 보호와 감시 속에 갇혀있거나 , 자신들을 철저히 정상이라고 믿고 사는데 어느날 알고보니 자신들 자체가 변종으로 세계가 이미 모두 변했더라는 설정 . 참 무섭고 섬득한 일이다 .

며칠 전에 본 윈드 리버라는 영화에선 인디언보호구역이 나왔다 . 사실 인디언보호구역은 그 영화에서 특별한 게 아닌듯 느껴졌지만 그 광활하고 날씨가 변화무쌍한 지역에선 어쩐지 원주민들과 백인간의 갈등이 첨예한 공간인 걸 그려내고 싶었나 보다 . 그런 곳에서 어린소녀가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밝혀진다 . 나중에 범인은 그 보호구역에서 기업의 일로 파견 온 관리자들이 지역의 팽팽한 공기와 끝없는 눈발 , 그리고 어찌해 볼 수없는 지루함에 그같은 참극을 벌인 거라는 걸 보여준다 . 백인이 다수인 세상에서 격리지역 같은 보호구역으로 들어가 소수중에 소수로 뭔가를 다시 견디는 일은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쉽게 내던지는 거 같다 .

윈드 리버에서 그 남자는 악당이고 범죄자였는데 , 그의 말은 참 오래 인상에 남았다 . 아무것도 없는 이딴 곳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지루함을 어쩌란 거냐는 외침 . 그 절망과 공포가 너무 생생했다 . 사람을 죽일 정도의 절망과 공포라니 ...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선 밖에서 모두 칭송하는 젊고 멋진 부부로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나온다 . 그들은 첫눈에 반해 아이둘을 낳고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멋진 집에서 살고 있다 . 하지만 극의 엔딩 쯤엔 누군가는 그들이 정상을 벗어난 사람들인 것처럼 말하고 , 누군가는 그들의 다름을 위안 삼아 뒷담화를 한다 . 프랭크는 이제 혼자 아이들을 건사하고 있다 . 에이프릴은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일이 될 수 있는데도 그 불가능해 보이고 비정상이라 일컷는 지점을 향해 손을 뻗는다 . 그래서 죽는다 .

결혼과 이상의 합치는 있을 수 없는 일같다 . 그냥 그런 척 살 뿐이고 , 그 척하는 삶을 견디지 못한 에이프릴은 프랭크가 꿈꾸던 파리로 가서 다시 꿈을 꾸며 사는 걸 희망하지만 프랭크의 승진과 임신이 발목을 잡자 극단의 선택을 한다 .

나는 그녀의 절망과 공허를 너무 너무 공감했다 . 그렇지만 프랭크의 불안도 두려움도 이해했다 . 슬쩍 괜찮은 척하고 살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안되는 사람들은 타인이 보기에 정상을 벗어나 보인다는 것도 . 그녀를 이해하는 존 ( 정신병자 수학자로 나온) 때문에 세상의 경계는 더 견고하다는 걸 알게 되서 그 또한 충격이었다 . 어쩌면 존은 지극히 아무렇지 않은 사람인데 , 그의 어머니 기빙스부인은 별난 아들을 견디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 그녀가 그 사회의 견고한 벽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임을 깨닫자 나는 내가 무서워졌다 . 내가 기빙스부인이 아니란 말을 못하겠어서 .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많은 꿈을 희망하며 산다 . 그런데 나는 언제부턴가 내 꿈을 설명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 하고 싶은 건 분명하지만 현실에선 뜬 구름일 뿐이란 것을 너무 잘 알고 하다못해 그 꿈 비슷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선 너무 멀고 먼 길까지 마다치 않고 걸어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힘든 일임을 설명하는 일 .

나는 김동식 소설 속 개조인간 아우팅을 스스로 하는 최두식이 되었다가 , 윈드 리버에서 눈보라 속을 맨발로 달리는 여자가 되었다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스스로 질식해가는 일반인이 , 에이프릴이 된다 .

그러면서 아주 잠깐 그녀 에이프릴이 손을 뻗은 그 곳이 부러웠다 .그녀는 지금 꿈꾸는 곳에서 살고 있을까 ? 그랬으면 좋겠다 . 그 곳이야말로 레볼루셔너리 로드일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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