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김남우 김동식 소설집 3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 13일의 김남우 ㅡ 김동식 , 요다

 

" 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 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 다만 여러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 수 없을 뿐이야 . " 

                                                                 [ 나쓰메 소세키 , 한눈팔기 중에서 ]


공기가 축축하다 . 창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뭔가가 내리고 있구나 느껴지게 하는 그런 공기이다 . 소리가 없는 걸로 봐서 눈이겠구나 싶어 현관을 열어보니 옆집 남자가 부지런하게도 마당을 쓸고 있다 . 적은 양이라서 였는지 오늘은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 이 겨울의 작은 수확은 이웃과 소통할 구실로 눈이 오는 날의 함께 눈치우기가 있었다 . 제법 쌓이는 날이면 옆집 남자는 윗집과 내 집에도 문을 두드려 함께 눈을 쓸자고 한다 . 그 제안이 기뻐서 입김이 하얗게 나오고 손이 시리고 발목이 차가워져도 기꺼이 나간다 . 옆집 남자는 윗집 할머니와 나와 눈쓰는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 그의 아내는 우리가 눈을 다 쓸었을 즈음 나와서 따끈한 캔커피를 내민다 . 아마도 시간을 보며 캔커피를 데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세상에 나서 완벽하게 혼자일 수 있을까 ? 아무와도 어떤 관계도 , 맺음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가능할까 ? 불가능하다 . 오죽하면 인간의 인 人 자는 서로 기대어 선 모양이라고 하겠는가 . 관계 속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는 서로에게 [나비효과] 같은 존재들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 뿐만 아니라 [13일의 김남우] 편에서도 역시 혼자일 수 없는 세계를 그려보여 준다 . 어느 때는 [도덕의 딜레마] 를 예를 들어 , 1 : 100 퀴즈 게임의 공간을 차용해 사람들을 선별하는 지독한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 

자신이 세상에 오지 않은 존재가 되지 않는 한은 , 철저하게 작은 연결이라도 되어 있다는 의미가 되는 나비효과 . 작가의 소설 속에선 참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다 .

외계인이 왔다가고 선물처럼 주고 간 매끈한 구체의 기능은 단계 별로 인과를 조정할 수있는 그런 것이었다 . 정부는 그 구체의 단계를 3단계로 놓고 ,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연쇄고리를 끊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  지하철을 기다리던 김남우는 메시지 한통에 서둘러 자신이 생각없이 버려두고 온 캔콜라를 되돌리러 간다 . 캔콜라 하나가 사람을 죽인다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이 연쇄의 고리 앞 단계에 있는 작은 행위가 지겨워지고 의미가 없어진다 . 불행의 연속선에 무뎌진다 . 그러자 정부는 연쇄고리를 끊지 않은 사람에게 벌금으로 3만원을 내게 시스템을 만든다 .

그 3만원을 내고 값을 치렀다고 후련해 하는 사람도 있고 , 그마저도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 일이 벌어지고 자신의 일이 되어야만 사람들은 아차하고 후회를 하게 되는데 , 이 모든 과정이 작은 일 때문이라니 ,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일엔 사람들은 금방 지치기 마련인가 보다 .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데도 회의적인 사람들 . 그리고 예방조치 메시지를 받아도 어떤 행위는 되돌릴 수 없어서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되는 우연의 촉발들 . 


작가는 어쩌면 , 안전 불감증이란 말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인재 人災 사고의 사회를 이처럼 그려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 

김남우는 구체의 단계를 더 올려서 바로 앞에 사람들이 직접 뛰어들 수 있게 하려고 시위를 한다 . 그러다 그 단계의 의미가 정부차원에서 이미 손을 쓸 만큼 쓴 단계라는 걸 알게되고 가장 낮은 단계로 내려 버린다 . 그러자 . 온 세계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동시에 도착한다 . 

[ 당신의 탄생으로 인해 , 사람 33명이 죽었습니다 . ]

[ 당신의 탄생으로 인해 , 사람 61명이 죽었습니다 . ]

[ 당신의 탄생으로 인해 , 사람 29명이 죽었습니다 . ]
[ 당신의 탄생으로 인해 , 사람 101명이 죽었습니다 . ]

그제야 깨달았다 . 왜 정부가 레버를 3단계에 맞춰두었는지 .
그제야 인류는 깨달았다 . 우리는 태어난 것만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
누구 하나 예외 없이 , 전 인류가 서로에게 나비효과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

(본문 44 쪽 13일의 김남우 ㅡ 나비효과 ㅡ중에서 )


이번 [13일의 김남우] 는  이전권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 [회색인간] 보다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는 걸 느낀다 . 처음 권의 문장 파괴가 준 충격이 이제 익숙해진 것인지 , 작가의 글 다듬기가 좋아진 것이 순차적으로 드러난 것인지 잘 모르겠다 . 다만 확실한 건 각각 다른 단편임에도 단편으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거였다 . 그건 그것대로 즐거운 발견이었다 .

[13일의 김남우]를 읽고 느낀 건 작가가 구상하는 작품 세계가 어쩌면 , 영화나 미디어일지도 모른단 상상을 하게 했다 .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신기했는데 이야기 구성을 보니 , 각각 어떤 영화들을 보고 그려낸 것을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 마치 내가 정유정의 [7년의 밤] 을 읽고 , 아 ! 작가는 분명 그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놓고 스토리라인에 힘을 실었구나 느꼈듯이 ... 또 , 내가 어떤 시를 읽고 이어서 단상 끝에 시의 힘을 뭍힌 글을 쓰듯이 , 작가의 작업과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 그러니 어떤 면에서 새롭지만 이 세상에 ,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도 맞는지 모른다 . 


눈이 제법 쌓이고 있다 . 아까는 옆집 남자가 눈을 쓸었으니 , 이번엔 바톤 터치를 하듯 내가 나가볼 차례 같다 . 나만 혼자 밟는 공간이 아닌 이상 누구도 저 고운 눈으로 인해 다치는 일이 없도록 , 예쁜 길을 내고 와야겠다 . 우리는 관계 속에 살아가는 족속들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