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김동식 소설집 2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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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ㅡ 김동식 , 요다

회색인간 리뷰를 끝냈다 . 고민이 끝나지 않으면 글을 시작했어도 미완으로 두는 버릇이 있다 . 개인 노트에선 그게 상관 없지만 그래도 리뷰를 하겠노라 받은 책이니 그럴 수 없었다 . 내 고민은 앞으로 이 작가의 신간이 또 나온다면 나는 읽을것인가 였다 .  이런 문체로 중편도 장편도 가능할까 ? 독자는 욕심이 많다 . 단편에 만족하면 중편을 , 중편에 만족하면 장편을 꿈꾼다 . 읽고 싶다 욕망하게 된다 . 이 찰나의 에피소드같은 글들을 그는 확장시킬 수 있을거며 , 그렇게해서 그의 글에 있는 매력은 여전히 건재할건가 ?  독자인 나를 계속 만족 시켜줄 건가 ? 

첫권의 매력은 너무 확 다가왔고 두번째 권에선 걱정과 염려가 ,  오래 오래 나 자신을 갈등하게 만들었다 . 어차피 읽은 거지만 그렇다고 마음 없는 글은 , 나는 못쓴다 . 좋아도 내가 좋아야하고 싫어도 내 결론이 그래야 한줄이라도 나를 믿고 쓸 수가 있다 . 내 감정의 확신이 결론나기까지 좀 오래 걸렸다 . 

그도 그럴 것이 작가 역시 신나서 , 재미있어서 글을 썼듯 , 읽는 나도 읽은 것에 만족감이 분명해야 그걸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 특히나 말과 글을 , 말과 글로 전달하는 일이니까 . 

300여편에서 66편을 골랐다고 했었다 . 회색인간에선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 지금 리뷰할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에선 말 그대로 요괴, 외계인 등이 주를 이룬다 . 내 고민을 끝냈다 . 앞으로의 책도 소장할 것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을 작가라는 걸로 . 나는 오늘의 유머를 모르기에 그의 유명세를 모른다 . 그가 베오베 인기 작가라는 걸 추천사에서 읽었을 정도다 .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고 , 서로 좋은 기운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하나가 잘 됨으로 다른 누군가의 희망도 될 수 있겠지 싶어졌다 . 

사실 내 고민은 작가와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다 . 그저 내 확신의 일일뿐 . 그렇지만 그가 잔뜩 그려놓은 디스토피아의 세계에 , 때로 나는 장기말처럼 이리 놓여졌다 저리 놓여졌다 했고 , 나 스스로를 우주 밖으로 보내기도 하고 보편이란 측에 서서 힘을 갖는 척도 했고 ,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불쌍한 요괴가 됐다가 느닷없는 외계인이 되기도 했으니 그를 걱정하든 , 그의 미래의 소설을 걱정하든 그건 내가 그 소설에서도 그렇게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아닐까 했다 . 독자로서 지나친 권리를 내세운 폭력은 아니길 바라면서 , 한편 한권의 책을 내기도 힘든 시대에 세권이나 연달아 낸 편집자들의 마음을 어느정도 알 것도 같았다 . 이 작가는 원석 그 자체이다 . 무궁한 아이디어 창고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 웹시장이야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지만 종이책은 확실하게 남아서 두고 두고 꺼내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의 한편 한편의 에피소드들은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찬란해질 것이다 . 

예를 들자면 김영하의 소설 [옥수수와 나 ]에 보면 지젝의 유머가 나온다 . 자신을 옥수수라 믿고 정신 병원에 오래 다닌 환자가 치료가 끝나 더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는데도 한 날은 찾아와 닭들이 자꾸 쫓아 온다고 심각하게 말한다 .  자신은 옥수수가 아닌 걸 안다 . 그런데 닭들은 그걸 모르지 않냐 ! 의사는 이제 닭들을 치료해야 한다 . (응?) 

그를 슬라보예 지젝식 농담으로 인용해도 하나 빠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이 두번째 책의 중간쯤을 읽었을 때 들었다 . 그가 허무는 경계는 참으로 다양하다 . 보통의 경계를 허물고 , 지구와 지구 밖을 허문다 . 지상과 지하(지저) 를 파면서 매운다 . 인간과 인간 외적인 경계를 허문다 . 그 감각이 신박하기 짝이 없다 . 그래서 경계를 하게 되기도 한다 . 이래도 괜찮을까 하고... 하지만 기껍다 . 한국의 김동식식 재치와 농담이 마구 날뛰는 날을 상상해보게 된다 . 

그때까지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가 되어 야금야금 이 기존 문단을 잡아먹는 스킬을 시전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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