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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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 세상에 그냥 재수가 없어서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 다만 깨닫는 순간이 갑자기 오는 거야 . 몸이 나가리 된 건 그 전일 거고 , 그걸 모르고 계속 레일을 따라가다가 이 
사달이 난 거 아니야 . "
ㅡ본문 23  쪽 ㅡ
 

" 인간이랑 동물의 
차이가 뭐냐 ? "
" 직립인가 . "
" 직 , 뭐 ? "
" 직립 . 서서 걸어다닌다고요 .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동물은 네 발로 기어다니잖아요 . "
" 두 발 ? "
이부가 피식 웃었다 .
" 닭은 그럼 뭐냐 ? "
무오는 말이 막혔다 .
" 오리는 ? "
.
" 혹시 배신 아닙니까 ? "
.
" 잘 들어봐 . 동물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반응을 하지 
않거든 .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지 . "
무오가 이부를 봤다 .
"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미쳐버릴 수 있는 게 
인간이라고 . "
ㅡ 본문 
28 / 29 / 30 쪽 ㅡ
 

" 일단 들어봐 . 
인간이란 자기가 하는 일의 결과가 자기한테 안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하던 일을 그만두기 마련이라는 거야 . 즉 , 누군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게 
하려면 그 일의 결과가 안좋으면 돼 . 하면 할수록 괴롭고 고통스러운데 누가 그 일을 하겠어 . 자기가 죽는다는 걸 알면 계속 못하지 . 
"
.
" 일상으로의 복귀 . 그리하여 모두의 안전 . 제 분수를 
아는 사회 . 묵묵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 . "
ㅡ본문 35  쪽 ㅡ
 

박의 죽음을 통해서 
무오가 배운 것은 인간은 필요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사실이나 진실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 반대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없는 일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 건강했던 박은 갑자기 입사 때부터 체력이 안 좋았던 것으로 합의되었다 
.
ㅡ 본문 53 
쪽 ㅡ
 

" 결국 악이라는 
건 유약하고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들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될 성품이라는 거지 . "
ㅡ본문  78 쪽 ㅡ
 

무오는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가져본 일이 없었다 . 사춘기를 겪지 않았고 남들은 다 겪는 흔한 첫사랑 같은 것도 없었다 . 물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왔다 . 아무와도 싸워본 적도 없었다 . 하지만 갈등의 지점을 현명하게 넘어선 것이 아니라 누구와도 갈등을 만든 일이 
없었기 때문에 , 즉 싸울 일이 없었기로 인해 그동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 누군가로 인해 괴로워해본 일이 없었고 ,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준 일도 없었다 . 지금 단지 안으로 사라진 저 여자 , 도청장치에 녹음된 저음의 목소리로만 듣다가 오늘 처음 얼굴을 보게 
된 저 여자의 검게 짓무른 눈덩이가 무오의 마음을 몹시 괴롭혔다 . 
ㅡ본문 107 쪽 ㅡ
 

그렇다면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 무오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던 만큼이나 ,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 만약 이부의 말대로 머리가 나쁘든가 더럽게 이기적이거나 둘 중 하나라면 , 어쩌면 머리가 나쁜 쪽일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ㅡ 본문 108 쪽 ㅡ
 

그가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 하지만 무오가 상상한 울분이나 슬픔은 이렇게 술집에서 골칫거리 취급이나 당하며 쫓겨나는 시시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 그의 슬픔은 좀 더 고결한 것이고 그의 고통은  좀 더 진지하고 깊이가 있는 것이어야 했다 . 

ㅡ본문 110 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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