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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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개기일식

 

" 2사 만루 , 3점 뒤진 채로 9회말 마지막 공격이었어 . 그리고 이건 꽤 중요한 시합의 결승전이란 말이야 . 그런데 풀카운트에 역전 만루 홈런이 터졌다고 . 이상하지 않아 ? "

 

"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 "

성범수는 새벽같이 배달된 조간신문을 펼치며 생각했다 . 역전우승 소식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 성범수가 본 것은 생중계이니 그 결과가 신문의 형태로 바뀌기까지 고작 2시간이 걸린 것이다 . 기사를 작성해 사진과 함께 올리고 , 편집하고 , 인쇄하고 , 각 지국으로 배송하고 , 다시 구독자에게 전달하는데 달랑 2시간 ?

너무하네 .

 

ㅡ본문 307 쪽에서 ㅡ

 

일전에 보기를 끝낸 드라마 w 의 한 장면 , 여주의 아버지인 만화작가는 자신이 그린 만화 속의 가상세계가 현실을 침범하고 , 그 상태를 변화시키려다  자신을 저쪽 세계에 빼앗기고 눈코입 얼굴이 지워지는 일을 겪는다 . 이 후에는 몸은 한 사람인데 , 인격이 둘인냥 (1인 2역이지만) 서로를 죽이기위해 분투를 한다 . 그리고 만화 속 세상의 남주는 대략 맥락없는 세상에 대해 말을 한다 . '  맥락이 없어 , 맥락이 ...' 맥락이 없으면 의심해보고 , 왜 맥락없는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봐야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 물론 그 마저도 자신이 가상세계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혼란을 겪지만 , 끝내 말이되게 그러니까 맥락이있게 자신의 세상을 움직이게하고 , 이쪽 세상에까지 변화를 미친다 . 물론 서로 연관(극 속의만화팬들과 그 드라마를 보는 우리까지) 있는 사람들에 한한 변화이겠지만 .

 

만화같은 세상이 현실이되는 경험 , 그 일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만화에 몰입해 자신(다수)들의 이해방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지길 바라는 팬들에 바람에 의해 또 , 작가에 의해 스토리의 변화를 주면 , 모니터 밖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여(바람)한 변화가 통했다고 생각하고 기뻐한다 . 말도 안돼! 하는 비명을 마침내 말이 돼 ! 는 것으로 기꺼이 바꾸는 방식에는 개개인들의 욕망이 분출되고 분출된 욕망은 동기와 목적 , 까닭을 뒷받침하며 가상세계마저 현실세계와 같이 자신들이 납득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하고 싶은 쪽으로 몰아가게하는 에너지가 된다 .  

 

거짓말도 백번하면 참이 된다 " 는 말이 이웃나라엔 속담처럼 있다고 한다 . 말은 한 문장일 뿐이지만 그 안엔 무수히 많은 희노애락이 들어있다 . 옳은지 옳지 않은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거짓을 참으로 바꾸려면 혼자 힘으로는 안되며 , 혼자라도 백인의 힘이 필요한 일일 거다 . 어떤 한 사실을 다른 해석이 통하도록 하려는 것에는 ,

 

개기일식은  태양 ㅡ 달 ㅡ지구 가 일직선에 놓이는 현상이라고 한다 . 상식으로 보면 매일 11시 11분이 꼭 겹치는 일만큼 매달 주기로 있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 그래서 전지구 상에서 개기일식은 약 2년에 한번 정도라는 걸 어느 백과에서 읽었다 .  예상을 깨는 천문이 있듯 (그도 이젠 상식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 그 예를 들자면 이 소설 속의 주인공 성범수 가 생각하는 세계질서의 방법이 예상치 못한 개기일식 쯤 될까 ?

 

나는 이 소설을 이해하는 지렛대로 드라마의 상황을 빌려봤지만 , 작가는 성범수를 통해 어느 밤에 야구생중계를 보다가 말이 안되는 세상을 (혼자만 느끼는 기이함 ) 만나게 한다 . 2사만루에 3점 뒤진 상태에서 9회말 역전승이 그에게는 말도 안되고 맥락도 없는 가상세계같은 거다 . 그런데 득달같이 도착한 새벽신문은 마치 옆(평행)세계에서 이미 있던 일이라 , 우린 다 아는데 하는 식으로 신문 소식을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찍어 구독자의 집까지 배달을 마치는 통에 바로 그 속도에 , 성범수의 생각은 조작된 세계를 인식하고 이 의심을 같이 의심하고 풀어줄 친구를 찾아가게 만든다 .

 

찾아간 친구를 기다리는 곳에서 맞닥뜨린 것도 비일상적인 광경들이다 . 그가 느끼기에 이 세계는 뭔가의 조작질에 놀아나는 이상한 세계가되고 , 그런 깨달음은 학교 때의 두 스승을 놓고 벌어진 헤프닝들을 되씹게하는 상황까지 간다 . 그때는 떠도는 말들이 사실 같았던 때라고 보면 될까 ....도움을 청하기위한 방문에서 그는 모든게 떠도는 말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다른 사실을 알게되고 , 친구는 자신이 보기에 거짓을 생산하는 주측이 되어있다 .

 

맥락도 없이 , 이상한 일이 널렸는데 , 아무도 그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초조감같은 걸 글 속 주인공을 통해 엿보며 , 우리 세계의 진실은 상식 밖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 이쯤되니 글이 현실인지 , 책을 덮는 이 쪽의 내가 현실인지 무감각해진다 . 마치 그건 지구가 끊이 없이 돌고있는데 그걸 못느끼는 것과 같달까 ...

야구로 시작해 글을 쓰는 소설가 주인공의 사생황에 사고하는 두뇌의 혼잣말까지 듣다보니 , 발 밑이 허방해진다 . 그러거나 말거나 뭣이 중한지 ! 성범수 씨 ...당신도 나도 모르고 사는거 같지 ? 하면서 슬그머니 동료의식을 어깨동무처럼 두르며 다음 맥락없는 맥락의 가상세계로 넘어간다 .나는...해가 동쪽에서 뜨듯이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다 . 그렇게 한 소설의 세계 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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