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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ㅡ최저임금의 결정
그리고 시급 말인데 . 다음 달부터 최저임금 맞춰 줄게 .
당신은 그렇게 말한다 . 당신은 선심을 쓴다 . 생색을 낸다 . 동시에 그녀의 표정을 살핀다 . 아 , 네 , 알겠습니다 . 그녀는
대답한다 . 그뿐이다 . 감동하는 표정도 짓지 않고 감사의 마음도 표시하지 않는다 . 당신은 실망한다 . 최저임금에 맞춰 준다는데 반응이
저따위라니 . 정말요 , 사장님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뭔가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 용납할 수
없는 일을 당한 사람처럼 , 당신은 부아가 치민다 .
ㅡ본문 367 쪽에서 ㅡ
교코쿠 나츠히코의 [싫은 소설] 에서 한 남자는 밑바닥 삶에서 자포자기하다 전설로 회자되는 한 인물의 권유를 받는다 . 그가 말하는 호텔에
가면 한가지 미션을 하고 이후부터는 돈이 마를 날이 없는 삶을 살게된다는 이야기로 , 전설의 인물은 그렇게 좋은 조건을 계속 살지않고 이상하게도
뒤를 이어 해줄 누군가로 그 남자를 지목하고 그 남자의 절망과 절박이 , 거미줄에 걸린 거미처럼 헛된희망에 사로잡혀서 약속한 날에 그 곳을
향해 출발하는데 이게 기괴하게도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고 자신은 계속 나아가고 있지만 시간 속에 갇힌 기분이 들며 막상 도착한 곳에서도 여전히
자기 뒤를 이어 자신' 을 쫓는 자신" 의 그림자를 만날 것 같은 환상에 시달린다는 그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
이전 이장욱 작가의 [ 크리스마스 캐롤 ]에서도 그렇고 이번 [ 최저임금의 결정 ] 도 , 나는 그 시간의 겹에 갇힌 나와 당신과 우리를
만난다 .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그 충격으로 복수를 다짐한다 . 복수의 대상인 당신"은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의 점주 , 나 '의 복수의
이유는 당신이 그녀에게 최저임금을 빌미로 성추행하려던 까닭에 그녀가 도망치다 마을버스에 치여 사망했기 때문이다 . ㅡ라고 앞에서 밝힌다 .
그러나 편의점에 당도해서 점주와의 대화에서 마주한 또 다른 진실은 나'는 그녀가 두려워하고 피하던 스토커일 뿐이고 , 편의점 점주 때문이 아닌
나"를 피해 도망하다 버스에 치여 죽었다는 이야기 ㅡ 를 한다 .
사건에서 분명한 건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 뿐이다 . 두 사람의 진술은 어느 쪽에서도 다 믿어지지 않는다 . 너무 첨예한 사건의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 이런 이야기를 읽다 드는 생각은 저 글 속의 나'는 당신" 이고 당신은 바로 나이며 다른 인물들인 듯 하지만 모두가 한 인물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
이장욱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그 깨지 않는 악몽 속에서 무수한 자신이 한없이 분열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
"사장님 , 최저임금은 존재의 최저 수준 , 존재의 밑바닥입니다 . 기본은 맞춰주셔야죠 ."
점주라는 위치에 있지만 그 역시 갑인 대형 점포 쪽에서는 일개 최저 존재로 , 그러면서도 일을 부리는 이들에겐 그 자신이 횡포한 갑 ,
타인의 존재 가치를 시급의 수준으로도 맞춰주지 않으며 , 자신이 당하는 불이익에는 일일이 분노하는 사람 , 그건 점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사랑을 대하는 젊은이에게도
그렇다 . 사랑이나 감정의 최저 수준 , 기본의 예의 그런 것들이 무시되는 세상을 최저임금에 빗댄 소설이 아닌가 했다 .
두 남자의 상황 이야기를 읽다가 책을 덮고 , 예의와 도덕이나 윤리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그 최저 임금이란 인간 존엄성의 최저
한계선을 말하는 거로구나 , 이렇게 바닥이구나 ...하는 , 지독한 현실 풍자 소설이구나 , 싶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