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최진영 작가편 : 하룻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하룻밤

 

은지는 내게 ' 너는 사랑을 할 줄 모른다 .' 고 했다 . 어이없고 피곤했다 . 그럼 그동안 자기랑 나랑 했던건 뭐란 말인가 . 우린 대체 뭘 했던 거니 ? 나와 만나는 동안 은지는 SNS 프로필에 이런 문장을 올려두었다 .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

ㅡ폴 틸리히 .

 

이런 글귀를 자기 삶의 엄청난 명언인 양 적어놓고 왜 내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 이런 짓이랑 초등학생이 방학 첫날 그리는 생활 계획표랑 뭐가 다른가 말이다 . 

 

ㅡ본문 410 쪽에서 ㅡ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표적으로 그려지는 가장의 심리는 보면 , 어쩐지 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하룻밤 같다 . 그것들의 변주가 아름다울 때나 너무 굉장할 때 " 한여름 밤의 꿈 " 이런 식으로 그려지는 건 아닌가도 싶고 , 딱 여기까지만 하고 , 이것만 해내고나면 더 멋지고 제대로 뭘 해냈다는 생각이 들것만 같아 가정엔 또 부인이나 자녀에게 약속을 번번이 미루는 일들 ...... 이 담에 어디 가자! 뭐해 줄게 ! 이것만 끝내고 나면 대박이라니까 ! 하면서 , 그런데 정작 그 끝의 뒤를 돌아보면 놓친 것들이 주르륵 시간의 장막을 덮친다 . 후회와 상실 같은 것들로 .

 

나만해도 조금 날이 풀리면 , 좀더 서늘해지면 , 좀더 어두워지면 좀더 따듯해지면 하면서 한 해가 훅 갔으니 말이다 . 아직은 모르지만 언제고 이 날들을 후회할 날이 오겠지 . 그때 달랐더라면 하고 ,

 

글 속의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 여자친구와 갈등이 있었고 지금은 헤어진건지 애매한 상태이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고 , 그냥 나가서 찝찝하지 않고 서운하지도 않은 괜찮은 하룻밤의 온기만 있으면 될것 같아 연락온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낸다 . 클럽에 가서 여자애들 하나씩 데리고 오늘 밤을 어떻게 해볼까 전전긍긍하면서 . 사실 아르바이트만 하고 교통비를 채우고 나니 주머니에 남은 돈도 없는데 ,

 

그러고 보니 내가 그맘때에 만나던 친구들도 특히 남자친구들은 늘 돈이 없어 이른바 뿜빠이 란 것을해 아슬아슬하게 놀곤 했던것 같다 . 여자애들은 당연 일을 하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돈을 쓰는 남자들은 날을 잡고 한번에 오늘이 끝이다 하듯 놀았던 것 같다 . 나이가 조금씩 들고 다들 결혼을 하기전까지 그때의 빚을 갚듯 그때의 친구들은 선심 쓰듯 돈을 풀곤 했었던 기억 .

 

뭐 남자들은 군대란 것도 있고해서 그리고 대학도 , 그것들을 마칠 때까진 대게 누나나 여자친구들이 먹여 살린다 . 품앗이처럼 . 어쩔 수 없다 . 나라가 분단이라 젊음의 희생을 요구하니까 . 아직 군대 가기전의 학생들은 지금부터도 내내 그럴테지 , 아 , 딴 얘기로 빠졌다 .

 

하룻밤 까짓 지독한 악순환 같은 걸 잊어도 좋은 , 그런 절대적인 바람이 가득한 단 하룻밤과 글 속 주인공이 이전에 철없이 친구와 어울리던 어떤 밤의 차이는 뭘까 , 그 덕에 학교까지 퇴학처리 되었고 친구하난 죽었으며 자신은 아직도 차를 탈 수도 없는 중증의 질환자가 되었는데 말이다 .

하지만 밥먹듯(?) 가출하는 착한 그의 동생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 . 형이 차를 탈 수 없다는 걸 .

엄마는 한밤에 계속 전화해 울면서 가출동생을 찾아오라 애원한다 . 꼭 그러다가 네 꼴나면 안된다는 듯 .

 

클럽에서 만나 같이 남은 여자는 이름이 G라고 한다 . 은지만 아니면 된다고 아니 자기가 아는 여자 이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한다 . 술을 더 마시고 어긋난 대화를 하고 , 자신은 여자애가 죽을거라며 약을 꺼내들고 울어도 듣고 싶지않다 . 그런 얘긴 . 심각한 것이 옮아버릴까봐 두렵기라도 한냥 .

 

우연히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가출동생을 찾았다 . 이런 우연이 , 그때도 역시 엄마의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있었고 주인공은 동생을 미성년이니 일시키면 안되고 가출한 아이니 데려간다며 끌고 나온다 . 덕분에 여자랑 하룻밤은 물건너 가고 , 흩어졌던 친구들이 돈이 없어 다시 하나둘 주인공과 함류한다 .

 날이 곧 밝을 것 같은 시간 술도 적당히 깨고 첫차가 다닐 무렵이면 해장만 하고 헤어지면 딱일것 같아서 횡단보도 앞에 섯다가 주인공은 공포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  자신의 다리가 마치 아래서부터 허물어지듯 힘이 빠지는 느낌과 저 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 한대 . 그리고 그날의 P .

 

잊고 싶고 지우고 싶어 나온 이 밤에 , 과거는 한 순간도 널 놓친적 없다는 듯 달려온다 .  그렇게나 그 옛날의 하룻밤을 잊는 걸 갈망한 그 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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