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산책 - 2016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용준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먼 곳에서 온 노래 ㅡ 최은영

 

이 또한 지나가리라 , 하듯이 ......

 

율랴처럼 나도 선배를 잊어가고 있다 . 이 노래를 선배와 함께 불렀을 때의 마음이라는 것도 이제는 희미하기만 하다 . 선배가 떠나고 반년 동안은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까운 마음도 , 선배에 대한 분노에 가까운 그리움도 옅어졌다 . 노래가 끝나고 테이프가 회전하는 소리를 잠시 듣다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 얼굴이 붉게 상기된 율랴가 나를 보며 애써 웃고 있었다 . 노래는 끝났고 , 우리에게는 선배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이 남아 있었다 .

 

ㅡ본문 406 쪽에서 ㅡ

 

살다보면 크게 혹은 적게라도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 처음은 가정과 부모로부터의 영향을 받고 , 크면서 영향을 받는 범위나 소속들이 달라지곤 하며 , 때때로  어떤 인연은 인생을 좌우하는 시기에 만들어지고 그건 평생을 가기도 한다 . 알게모르게 자신이 영향을 주는 인물일 때도 있고 , 어떤 이의 중요한 시기에 힘을 미치기도 하는 그런 관계 속에서 어쩌면 인간은 성장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떠올랐다 . 개별적 아픔과 매력을 지닌 네 명의 남자들이

고교때부터 오랜시간을 함께하며 ' 철없는 소년에서 나이든 남자 ' 로 성장하는 이야기 속에 , 느닷없이 나타난 다 큰 아들에게 학교를 다닐 것을 청하며 ,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인생의 가장 오랜 지기로 친구를 사귀라는 식의 말을 했던 기억이 났으니까 , 나 역시도 초중고를 거치며 중요한 친구들이 있고 그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 날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

 

이 글 속의 주인공들은 아직도 푸릇한 젊은날에 80 몇 학번의 선배들과 90몇 학번의 선배들이 이제는 달라진 사회의 분위기를 지탄하며 우리때는 우리때는 하면서 여성의 여성성을 강압하는 분위기부터 그걸 개인의 소박한 힘으로 대항하고파 하는 미진이란 인물을 보여주며 시대의 변화를 소은에게 연결시켜주는 내용이었다 . 어쩌면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인물들로 대변된건 아닌지 , 미진과 소은은 변화와 민주화 그리고 여전히 벗어나긴 다소 멀어보이는 여성사회의 모습들을 회상 속 에피로 보여준다 . 그러면서 그 때의 상처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통해서 ......

 

글 속에 나온 미진이 소은에게 한 말 , '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말라 ' 는 그 말을 나도 한때 들었던 기억이 난다  . 소은은 당시 선배가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듯해서 언짢아 헤어지는 와중에도 웃어주지 못했노라고 기억한다 . 나는 나는 , 어땠나 ......나도 그때 약간의 언짢음을 느끼면서 어쩐지 언짢음 자체가 어리다는 증거가 아닐까 속으로 빨리 계산한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 우습지만 어린데 어리단 말에 벌컥은 , 지금 생각하니 우습다 . 지금은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말을 그때는 왜 고민까지 한 걸까도 싶고 .

참 , 어른같아 보이려고 애를 썼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 중고등학교 시절의 심각함이 그리 클게 뭐라고 ...... 나는 당시 세상을 간유리를 통해보듯 흐리고 뭉게진 곳으로 보고 있었지 않았나도 싶다 .

 

시선이야 여전한지도 모른다 . 변화 속에선 자신은 그 변화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르듯 , 조금 벗어나야만 폭풍도 그곳이 폭풍지역임을 더 크게 느끼듯이 .

직접 영향을 주고 받든 아니든 우린 누군가의 애씀을 지나와 살고있다 . 그 때는 모르고 돌아보면 그랬었지 알게되는 동시대의 많은 선배들 발길이 지난 곳을 역사라는 이름의 길위에 똑바로 그 선을 따라 걸으려 애쓰면서 ......혹은 만들려 애쓰면서 .

 

가까운 사람이 주는 영향이 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한편 . 그리고 우리 사회의 한 축소판인 대학을 최은영 이란 작가의 힘을 빌려서 들여다 보는 시간 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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