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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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 정미경

한때 나는 이상한 집에서 살았었다 . 분명 위치나 높이 로는 2 층 높이 인데 집의 형태로는 반지하 로 분류되는 그런 집, 얼마나 오래전에 지어졌는지 방마다 모서리가 닳은 듯 둥글었던 집 . 한 벽에 둥근 모서리를 옆으로 빨래 줄이라도 걸고 썼던건지 커다란 대못이 어이없이 박혀 있던 그런 집 . 몇번을 빼보려 애쓰다 포기한 못하나 있는 방 , 박힌지 오래되면 못도 스스로 단단한 벽으로 화 한다는 걸 그때 첨 알았다 . 
그 벽으론 책장을 둘 수 없어서 빈 벽으로 두다가 나중에 아는 동생이 사준 영화판넬을 걸었고 그 앞으로 당시엔 4인용였지만 지금으로 보면 2인용에 가깝던 조악한 식탁을 놓고 영화 속 어리고 예쁜 여주인공과 마주 앉은 듯한 착각을 즐기며 살던 그런 방을 가진 때가 내게 있었다 . 


내 방 창에선 행인들이 보이지 않지만 이른 새벽이면 길게 누운 침대 옆으로 두당당당 하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어김없이 들리는 곳 . 
비탈에 막썰어 놓은 두부같은 계단을 접해 있던 곳이라 조용한 시간은 극히 짧던 곳 . 못 
박힌 금희씨의 방 이야기에 그 방과 집의 구조를 상상하다 내가 예전 살던 곳을 떠올려 버렸다 . 다음은 없을 듯 살던 때가 있었는데 , 그때는 
월세가 너무 비싸 한달 벌어 딱 한 달을 살았었기에 더 먼 날들을 챙길 여력이 안됐었다 . 날마다 오르는 유가에 벌벌 떨었던 기름보일러 시절 
이야기이다 . 사는게 날마다 뜯어내는 일력 같았는데 지금이랑 그때랑 다른건 월세가 아니란 것 뿐이지만 그게 어디냐하며 산다 . 금희씨도 나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 

작가들은 이런 이웃이나 
가까운 지인이 있는 걸까 ? 어디서 이런 이야기 거릴 찾아내 쓰는 걸까 ... 사랑도 벌벌 , 유가가 오르는 걸 두려워 하듯 겁에 질린 채 하고 
, 여기는 진짜 삶이 아니라는듯이 마치 잠시 머물다 가는 생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이야길 어떻게 찾아내 쓴걸까 싶게 현실적이어서 놀라며 
내가 이 장면들을 어디서 봤던가 오래 기억을 더듬지만 그런 것 같진 않다고 느낀다 .
이런 기시감의 이유라면 어쩌면 그 디테일 , 엉뚱하게 박힌 못 처럼 작고 사소한 기억이 
익숙한 풍경들을 불러와주는 탓인지 모르겠다 .

그 
못박힌 방으로 잠시 드나들며 살던 남자 공 , 그를 드나들게 둔 여자 금희 . 소비를 하다 만나 소비하듯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는 남자 공 
. 재취업이 되자마자 별거중인 아내에게 가장 먼저 전활해 기쁜듯이 알리는 남자 . 그리고 그 밤 잔뜩 술취해 취직이 기쁘다는 전화만을 할 뿐 
오겠다는 말은 없는 남자 목소리에 이별을 예감하는 금희 . 

둘에겐 공유하듯 주워와 기르던 고양이가 있었다 . 그 고양이가 금희의 실수로 다치고 동물 
병원에 데려가지만 터무니 없는 병원비에 금희는 데려오는 걸 포기한다 . 어차피 그 녀석은 공이 주워왔던 거여서 인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포기하고 
어느 날 창 앞으로 들끓는 구더기의 행렬을 보고 진저릴 내는 금희 . 
어쩜 그 짧고 스치듯 지나간 연애의 감정은 , 고양이가 선물처럼 물어 놔 준 쥐 덕에 
끓던 구더기와 같은 , 알 수없는게 들끓는 뒤끝였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

금희는 공과 데이트를 하던 어느 날 가고 싶은데 없냐는 말에 자동세차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고 , 둘은 차 속에서 하얗게 묻어났다가 물길에 슥슥삭삭 사그라지는 거품을 보며 한 때를 보낸다 . 다음에 또 오자는 말에 금희는 답한다 . 
다음은 없어 ...라고 , 그녀는 이 생을 통째로 예감하고 사는걸까 ... 남겨진 그녀가 그 방의 못 같고 꼼짝않는 그 못이 꼭 나 같아서 
괜시리 단편 하나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 . 그렇게 마르고 건조해서 꼭 콘크리트 먼지 같은 느낌의 소설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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