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 10년이다 . 10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기도하고 있다 .
"
" 뭘요 ? "
" 네가 제발 담배 끊고 , 착하게 살게 해달라고 말이다 ." 그녀는
운전
석 쪽을 바라보았다 .
" 왜 쓸데없는 기도를 하고 그러세요 ? 그리고 담배 끊는 거하고
착하
게 사는 거하고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요 ? "
" 들어주실 때까지 기도를 할 생각이다 . 부디 내 아들이 담배 끊고
착
하게 ...... "
" 담배 끊는 거하고 착하게 사는 거하고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니까요
. "
ㅡ 본문 264 쪽 중에서 ㅡ
고교 졸업 즈음 알던 친구를 20년이 넘어서야 다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다가 , 그 친구의 기억 속에 남았던 내 엄마에 대한 아주 나쁜 인식들을 접하곤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다 . 내가 그토록 미워했나
? 엄마를 ?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 친구는 본 적도 없으면서 아주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엄마들을 왜곡하고 무척 분개하며 증오했다 . 이제와서 그 기억을 수정해 주려고 하니 , 잘 되지 않았다 . 미워도 내가 미워하는것과
타인이 미워하는 엄마라는 존재는 참 이상했다
.
그래서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그 만남 자체를 지웠다 . 나는 이제
엄마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버렸는데 누군가의 지나간 기억조차 바꿀 수 없는 그 이상한 미움을 , 어쩔 수 없어서 나는 비겁하게 도망을 쳤다 .
함부로 그러는 거 아니라고 , 말을 해도 닿지 않아 그랬지만 , 따지면
그 것들은 내 잘못에서 온 것이니 소용 닿지 않는데를 고치느니 소용 닿는 곳의 기억을 그저 잘 만들기나 하자고 , 후처방 비슷한 걸 한 셈인데
아직도 마음은 착잡하다 .
저 글들 속의 둘째아들과 어머니의 대화는 상당히 길다 . 못해도 3시간
30분 여는 될테다 . 서울에서 영천까지 가야하는 길에 운전하는 아들을 붙잡고 하는 대화는 , 원래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란게 도무지 맥락이 없는
부분들이 있긴하지만 , 사실 책으로는 그리 많은 페이지도 아님에도 내가 다 넌더리가 날 지경이었으니 할 말 다했지 싶다 .
뜬금없기는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같고 , 발작적이긴 또 얼마나 발작적인 말
문인지 , 탁구를 하려면 서로가 받아쳐야하는데 이건 혼자하는 스쿼시보다 더 사방으로 공 (대화) 튕기는 통에 , 헛웃음이 자꾸 비적비적 기어
나왔다 .
이 말을 하던 끝에 말이 막히면 (자신이 불리한 기억에서) 다른 말로
돌려 대화의 맥을 끊고 , 아들은 지금 얘긴 좀전과 다른 얘긴 것 같은데도 아까의 이야기와 이어붙이기를 한다 . 이 둘의 이상한 돌림노래를
듣다보니 출구가 없는 곳을 빙빙 도는 기분을 느껴야했다 .
첫째가 영천에서 고시원 생활 중이라 찾아가는 길이다 .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 9급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니 엄마가 우겨 7급공무원 시험으로 바꿔 4년째 고시원에 틀어 밖혀 있는 첫째아들
.
둘째는 한번 가자고 가자고 해도 번번히 약속을 어깃장 놓더니 이젠
늦기까지해서 불필요한 만남 (첫 장면에 낯선 소년과의 만남으로 휴대폰을 빌려주는 상황이 된다 .)을 만들어 냈다고 어머니 자신은 원망을 속으로
찰랑찰랑하게 채우고 있는 중이고 , 둘째아들은 첫째만 아들이고 잘되야 하는거 아니냐는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입을 댓발은 나오게 하는 모양이라고
읽는다 .
겉도는 대화 중간에 트렁크에 실은 짐처럼 조용하던 남편의 끼어듦이나
, 멎지않는 기침처럼 계속 걸려오는 소년의 엄마 전화가 이어지고 , 그런 것들을 이 건너 편에서 보는 나는 어쩐지 심기가 불편해지고
......
보지 말아야 할 가족의 치부를 엿본것만 같아서 좌불안석이 된다 .
역시나 기막힌 표현으로 이 소리죽인 cf장면( 보기엔 좋은데 사실은
싸우는)을 연출하는 가족들을 보여주는 김 숨작가 ...
그 서늘하고도 발작적인 섬득함이 , 단절되고 일방적인 현대의
소통방식과 이해를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정말 진저리가 나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