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2016 제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 비극 이후 : 김유진 작가 편

 

비극 이후 ㅡ

 

사진은 뿌리 일부분을 포착한 흑백사진으로 명암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 자연 발생적 구조가 지니는 역동적인 운동성을 드러내는 것이 그 의도인 듯 싶었다 . 그러나 수인이 가까이 다가가 확인한 작품명은  ' 들판에 내리치는 번개 1 ' 이었다 . 수인이 뿌리로 착각한 것은 다름 아닌 번개였다 . 순간적으로 잡아내어 시각화한 빛의 형상이 뿌리와 유사한 것은 그 2가지 모두 생명의 근원이라는 동일한 속성을 지녔으며 , 태초의 운동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 작가는 나아가 , 그 근원적 빛이 들판에서 우연히 포착한 번개가 아닌 기계를 동우너해 발생시킨 인공의 산물임을 밝히며 , 실상과 허상의 무경계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고 강조했다 .

ㅡ 본문 282 쪽에서 ㅡ

 

수인은 실제 ......(중략 ) , 그의 작업이 일관적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이라고 생각했다 . B 는 멋진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 그러니까  , 무엇이든 꼭 진짜일 필요는 없는 거야 . 수인은 B 가 지닌 취향의 대중성과 명료함이 좋았다 .

ㅡ 본문 283 쪽에서 ㅡ

 

 

금방 결혼 전과 헤어지는 과정의 이야기인 테드 창의  [ 0으로 나누면 ]을 리뷰하고 나서 바로 이 소설로 옮겨오니 뭔가 극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

비극이전 , 비극 이후를 0으로 나누는 기분이랄까 . 어쩌면 그래서 골라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 나란히 놓고 싶어서 ......

 

실연한지 얼마 안된 여자 , 수인의 갑작스런 여행기를 담은 단편인데 , 정말 읽으면 저 실상과 허상의 무경계성 이랄지를 공감하게 되버린다 .

 

테드 창의 [ 0으로 나누면 ] 에 나오는 르네가 말 한 " 1과 2가 등가라고  계측하는 것과 직관하는 것은 전혀 다르며 , 더이상 마음 속에 뚜렷한 양 (量)의 개념을 유지 할수 없다고 , 모든게 똑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 (140 쪽) 하는 절규가 여기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고 , 운명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 그러거나 말거나 작가가 내가 이렇게 읽을 줄 알았던 게 아니니 , 성립도 안될 자기 위안을 리뷰로 하고 있는 셈이다 .

 

어쩌면 수인의 삶 자체가 불안정한 기류를 탄 비행기 같았다 . 마구 흔들리는 그 속에서야 그녀는 혼동일 테지만 , 이 밖에선 드디어 만났네 , 모든 불안정의 끝을 ... 하고 방관하게 되니  여주인공으론 참 가혹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 살다 헤어진 것도 벅찬데 말이지 ...... 혼자있기는 두려우면서 같이 하기로 맘 먹은 엄마와의 생활조차 삐그덕 거리는 것이 , 이 여행의 돌발적인 이유인지도 모르겠고 매사 가 어쩌면 이렇듯 급작스런 결정을 투둑 내미는 자신을 주변이 어찌보듯 뻔뻔하지도 못한 , 눈치만 보는 인생같아서 맘이 언짢았다고나 해얄까 ?

 

살면서 확실한 것들이 몇이나 될까만 , 그녀는 들판에 낙뢰 ( 비극이나 불행 )를 기다리는 낙뢰성애자 같은 면이 있지 않은가도 싶고 , 불행이 그게 찍어 먹어봐야 불행인 걸 아는 것 같은 모습이랄까 ......

 

왜 ? 라는 많은 질문은 약속한 듯 없고 , 그저 그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 라고 쓴 김유진 작가의 단편은 처음 만났음( 응? 정말 그런가 ?)에도 다음의 완성도 높은 소설을 세계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

 

나 역시 수인처럼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스토리를 쫓아다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성마르고 질퍽하며 난해한 꿈에서 , 어서 말가니 개인 날을 맞기를 바라게 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