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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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내가 한참 자라던 때에는 동네에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고 그 작은 구멍가게가 어둔 밤하늘의 유일한 별빛처럼 아무리 시간이 늦어도 찾아오는 손님을 거절하는 법 없이 문을 두드리거나 주인을 부르면 자다 깨서 나와 필요한 물건을 내어주곤 했었다 . 그런 덕에 낮에는 쪽 잠이 든 주인을 볼라치면 깨우기가 미안해 구매해가는 물품목록을 메모해 돈과 함께 남기고 와도 되는 인정이 통하는 시간이 있었다 .

내가 편의점을 인식한 처음이 그때가 아닌가 싶다 . 지금은 길에 나서면 건물당 하나씩 모퉁이의 머릿돌처럼 박혀있곤 하지만 , 그만큼 수요가 급속히 는 편의점을 보면서도 나는 이전의 구멍가게가 주는 따듯한 신뢰의 감정을 잊지 못하고 , 여전히 늦은 밤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섰는 그 곳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

그래서 나의 첫 아르바이트 역시 24시간 편의점이었다 . 가장 좋았던 건 물건의 자리가 비기 무섭게 창고에서 날라온 상품을 반듯하고 예쁘게 진열할 때였고 , 바쁜 중에 반짝 찾아오는 휴식의 시간에조차 이빠진 것 같은 상품매대를 제대로 정리하는 순간이 좋았었는데 ,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 기쁨의 원인은 구멍가게의 절실함 처럼 나역시 간절한 누군가에게 아무때나 문을 두드리면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게 아닌가 한다 . 그래서 내겐 이 이상한 이유로 편의점에 대한 로망이 있다 . 편의점에 대한 로망이 있으니 당연히 편의점 인간 ㅡ이란 소설이 나왔을 때 , 아... 뭘까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건가 !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었고 ,

다분히 장난스럽고 다분히 분개를 해가며 남긴 첫 리뷰 후에도 아직 골라놓고 깜빡한 물건이 거기 있는 것처럼 자꾸 뒤를 채는 통에 그대로 보낸 시간은 찜찜함 자체였다 . 그렇다고 멍하니 그냥 보낸것은 아니고 , 계산을 하고 안가져 온걸까 , 계산 않고 두고 나온걸까를 미쳐 챙기지 못한 영수증을 원망하듯 , 대체 생각 못한건 뭘까 ! 이렇게 그냥 지나쳐도 되는걸까를 책을 마주칠때마다 찍혀나오지 않은 영수증처럼 느꼈었다 .
더 생각해보라는 주문을 글의 행과 열 사이에 식안으로 구분 안되게 비밀스레 바코드처럼 새겨놓은 것 아닐까 ㅡ 별 쓸데없는 생각까지 해가며 ... ...

태생 자체가 호기심 투성이인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 , 내가 남동생에게 이 여자의 상태를 읽어주니 뭐야 , 사이코패쓰야 ? 한다 . 공감력이 지극히 낮잖아 . 하면서 그러게 문제는 확실히 있어보이지 ? 하고 주고받던 대화를 혼자 하면서 , 말 해지지 않고 분위기나 관습 , 습관처럼 일일히 설명이 안되는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 누군가의 말처럼 지식은 늘어만 가는데 그에 맞게 행동하는 메뉴얼은 인간마다 이해가 달라서 왜? 어째서 그렇게 되는건데 ? 하면 그냥 어른 말이니까 들어 . 라거나 , 다들 이렇게 하는거야 . 해버린 삶의 체험분과 그 습득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 게이코가 내내 알고 싶어하고 나중엔 그런척 하는 인간으로 되기까지의 까닭은 아닐까 .

척하는 이유 , 다들 그러니까 ! 라는 납득의 이유 , 그 척하는 자세에서 진심이나 사실과는 단절된 것들을 게이코는 예민하게 알았던게 아니까 ? 좀 더 확실하게 빠르고 거친 방법이지만 어디선가는 (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분명 하고 있으며 공공연히 보여도 주면서 다들 그걸 ( 영화에선 폭력도 살인도 나름으로 정당화한다 . 우리들은 그걸 보며 부분적 심정으로 이해하고 , 체득한 사회관습으로 해선 안될 것이라고 알지만 그렇게 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이상한 모습에 의문을 같진 않는다 . 그냥 ' 아는 것 ' 이란 걸 " 아는 것 "이다 . ) 보면서 , 정작은 행동해선 안된다는 무언의 의식공유가 , 왜 안되는지 , 난폭해서는 , 그렇게 일이 해결되서는 안된다는 것을 딱 부러지게 설명은 못하고 사과해야만 하는 일이 된다 .

 

부모가 그 일로 사과하니 미안한 일이 되서 게이코는 그건 안되는가 하지만 , 여전히 왜는 빠진 채의 통째로 삼키는 억지일 뿐이라는것 . 그건 내내 사회적응력에 그녀가 왜가 빠진채 로봇처럼 사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 그냥 그런거야 . 약속 같은거야 . 하지만 그녀는 그 약속을 누구와 언제 ? 했다는 건지 자신은 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는게 어렵다 . 어렵지만 괜찮은 척 하려고 한다 .

그래서 그녀는 누군가의 모습을 따라만 한다 . 그래야 안전하고 이상 없다고들 느끼니까 . 게이코 말고도 그런 사람은 또 있다 . 바로 그녀의 룸메이트가 되는 시라하 씨 . 그가 편의점 알바로 들어오고 한 행동은 메뉴얼을 보는 거였다 . 직원 숙지 메뉴얼 . 그 메뉴얼엔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있을 텐데 , 거기엔 아주 상세한 행동의 모델은 없다 . 그저 글자 그대로 메뉴얼일 뿐 , 사람이 행동으로 하기까지의 일련의 동작과 사정은 제외된 세계이다 .

상품을 진열하라고 해서 하긴 하는데 왜 그자리엔 이 상품이 반듯하고 예쁘게 놔야 하는지에 대해선 써있지 않고 개인의 능력이나 취향처럼 그냥 알수 있는 건 알아서 하라 ㅡ는 식이다 . 그냥 아는것 . 그 사이의 인간 성 . 나는 반듯한게 싫은데 . 이물건이 저기있어도 여기 있어도 살 사람은 사고 안 살 사람은 안살텐데 굳이 예쁘고 반듯하게 꼭 그 자리일 필요가 뭘까 ...

 

지금은 그 것들이 마케팅의 원리라고 듣고 봐서 알지만 , 마케팅 원리로 짜여진 곳의 불편함을 누구보다 우리 자신이 찜찜하게 체험한다 . 얼른 사고 나가, 얼른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 ㅡ 하는 무언의 가르킴 에 알게모르게 " 지시당하고 있는 불편함 .

거기에 반항하듯 메뉴얼을 따르지 않는 신입 시라하와 이미 메뉴얼 정본 같아진 게이코가 있다 . 이 둘은 일반적으로 볼 때 우리와 다른 사람인 것 같지만 잘 보면 우리들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사람들이다 . 시라하는 메뉴얼 외적인 부분에 서있는, 행동하지만 그 행동이 불편을 불러오는 사람으로 사람자체의 특성 ㅡ반발하는 인간을 보여주고 , 우리가 익히 자연스럽게 대하는 서비스 정신에 최적화된 게이코는 메뉴얼 내적인 부분에서 쾌적함을 서비스한다 .

하지만 이 이상한 일은 편의점에만 있는게 아니다 . 공공연히 불륜이나 사내연애는 뭔가 부당하다고 하면서 우리 사회 이면에 깊숙히 뿌리내려 있다 . 그런데 뉘앙스를 보면 점장과 게이코가 룰모델로 따라하는 이즈미씨도 간단한 사이 같진 않다 . 다만 그 부분을 뉘앙스만 보여주며 지나간다 . 그런 부분에서 아 . 깨닫는다 . 뭔가 ( 사정이나 사연이) 있지만 말해선 안되고 말하면 곤란한 것을 감지 " 만 하는 것이다 . 게이코는 이상해도 , 모른 척 지나가고 독자인 우리들은 그 척과 척 사이를 읽는다 . 바로 그 부분이( 말 없이 공유하는 사회 분위기 같은 걸) 없는 뭔가라는 것을 .

그러니 시라하 씨가 내내 사회로부터 강제적으로 착취를 ( 인생이나 삶 전체을 ) 당하고 말못하는 강간 사회라고 부르짖어도 직접 당하는 일이 아니면 와닿지 안게 된다는걸 ... 룰 모델 을 저 먼 야생의 시대로 거쳐가야 한다고 해도 바로 알아들을 수없다 . 그 시대부터 내려온 거라는 얘길 . 지금도 그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얘길 듣자면 날 것의 인간이 아니라고 우리는 반발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 좋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안도' 는 자신을 현재에 있게 하기 때문에 ...

그래서 편의점 인간은 새로운 룰모델상이 자신이면 안되는 이유가 뭘까 ㅡ하며 질문을 던진다 . 다들 여기 없는 뭔가( 사회적 약속같은)를 룰모델로 따르고는 있으면서 . 마치 신은 안보이는데 신이 있는 것처럼 믿듯 ...
그러면서 정작 그 시초와 그 이유를 전~부 알기라도 하는 듯 이유 묻지않고 따르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니냐는 듯 . 질문을 해온다 .
그렇게 안도하면 고칠게 없는 것처럼 ...계속 변화를 다그치고 몰아붙인다 . 그런데 그 변화의 기준은 어디서부터 내려온 걸까 ?

먼 시대부터 ? 라고 하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은 뭘까 . 우리도 언젠가는 먼 시대가 될텐데 ...
그러자 , 게이코는 사회 약속 따위 모르겠고 지금은 편의점이 내 모든 순간이야  하는듯 일로 뛰어든다 . 우리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그냥 오늘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처럼 .

ㅡ 나는 '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 고 생각하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

본문 페이퍼기 30 ㅡ
ㅡ 나는 ' 진짜다 ' 하고 생각했다 . 연수받을 때 상정했던 가상의 손님이 아니라 ' 진짜 ' 였다 . 본문 페이퍼기 34 ㅡ


계속 문이 열린 편의점 처럼 오늘도 그렇게 안도를 사며 살고있는 것이 아닐까 ...
그것이 내가 예전 부터 들어가고 싶어한 사회( 구멍가게의 빛) 인으로의 로망인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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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1-02 15:52   좋아요 1 | URL
네 ㅡ 재미, ㅎㅎ 가려운데가 시원하게 긁히지 않은 기분이 드는 책 이랄까요.?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서요!^^
그걸 재미로 놓고보면 확실히 재미있는책인거죠. 잘 읽히고요. ^^

2017-01-02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2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2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2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