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본 영화 " 널 기다리며" 에서
수사에 난항을 겪는 죽은아빠의 동료이며 삼촌같은 형사에게 혼자 살아남은 여주인공은 이런 말을 합니다
" 악당을 잡기 위해선 선한 사람들이 , 정의가 용기를 내야 할 것 같아요. 삼촌 . "
당연한 말인데도 이상하게 여운이 오래
남았던건 범인을 잡기위해 그녀 스스로가 덫이 , 미끼가 되서 자신의 죄도 짊어지고 범인도 동시에 잡는 치밀함 때문만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 한번 잡혀 들어간 범인에 대해 , 확신을 갖기 위해 15년을 기다리고 증거를 모으고 ,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시간들 . 그 안에 어린 소녀가 성장하며 포기한 것들은 뭔지 , 앞으로 포기하게 될 것들은 무엇인지 .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갖게 될 희망은
뭔지 , 그런 것들로 인해 여운이 오래 남았던게 아닌가 , 지금 정리를 해보자니 그렇습니다 .
어떤 일은 끝을 파보면 대체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 알 수 없어져 가슴만 답답해져오곤 합니다 . 이 [천공의 벌] 역시 그런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 이런 부분을
들어 필요악이라고 하나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야 국방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서 헬기든 비행기든 만들 수 있겠지만 , 신기하게도 그런 쪽에 목이 마른건 일본이 더한 듯합니다. 패전 후
자위대를 창설하고 방위청 산업을 이끌어온 것을 보면 말입니다 . 군수산업이 막대한 자금력이 되는 까닭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자국 라이선스에 개발목적을 두고 산업을 진행하겠지요 ? 가끔은 전세계에 군대란 것이 없다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이야기는 일본의 많은 원전소 중 신양
원전소 위로 니시키중공업의 프로젝트 B를 영수비행을 하기로 한 날 , 헬기를 피랍 당하게 됩니다 .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 , 따라가보니
이유의 끝엔 원전반대파 와 원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 평범한 소시민들이 있었습니다 . 마치 나비효과처럼 하나의
사건은 다른 사건을 불러 전혀 엉뚱한 자리에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값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
미시마는 아들이 죽고도 한참 지나서야
아이의 죽음이 단순 열차 충돌사고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 겨우 3학년의 저학년인 학생이 뭐가 괴로워서
, 하고 소문들의 진상을 찾아가보니 이유는 아빠가 원전에서 일하기 때문에 방사능이 나오는 자식이라며 따돌림을 심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 같은
반의 다른 아이는 (주로 왕따를 시킨 주역) 집에 찾아가니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각각 흩어진채 여기저기서 원전반대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협박성 편지들을 받고, 악의적 괴롭힘을 받아온 것을 알게 됩니다 .
미시마는 이전에 원전에 대해 좋다 나쁘다
분명한 생각이 없었고 , 다소 영악한 측면으로 필요하니 받아들이는 쪽이었던 것뿐인데 세상은 어느 새 본인들이 원치 않는데도 , 직업을 그렇게
가졌다는 이유로 원전 찬성과 반대로 나눠져 물어뜯고 미워하고 있다니 ...
또 , 그런 본보기를 보이려는 뜻에서
계획한 모종의 일들이 ,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엔 유하라의 기지로 잘 넘기게 되긴 했지만 , 5년간 가정보다
일이 먼저였던 결과물은 잃고 , 누구도 뭔가를 얻지는 못한채 , 아무소득없는 싸움이 막을 내립니다 . 전국에 경각심을 주려던 일이 방해를 받아
멈춘것이지만 , 저는 개인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 여기선 정의를 보여줄 악당이
대체 누구인 걸까요...? 선한 사람들이 노력하고 용기를 내야할 것 같다는 말 ㅡ 그렇다면 , 미시마는 선한 사람였던 걸까요 ..? 책을 덮고도
모르겠습니다 . 전국민을 상대로 거대 사기를 친 정부는 밉지만 , 일선에서
최선을 다한 개개인들에겐 박수를 쳐줘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역시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였고요
. 상당한 두께임에도 무게를 못느끼고 정신없이 읽었으며 원전과 방위산업에 대해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간입니다 . 이렇게 좋은 책
보게 해주신 나난 님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