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비가 멎는 순간에 놓인 사람들을 기억하며 , (해리 , 그리고 홀리!)

 

정말 지독한 오후 ㅡ

 

지난 14일에 이 책을 전달 받았다 . 정확히는 15일 밤부터 읽기 시작을 했고 오늘 오후 5시 55분에야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  원래라면 잠자리엔 책을 끌고 들어가지 않는데 너무 힘이 드는 책읽기여서 이 책은 예외로 하자고 , 그러면서 수면제가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책장을 아껴먹는, 사실 싫지만 몸에 좋다고 권하는 어른들의  그 왜 , 알지 ? 하는 과자 조각처럼 조금씩 조금씩 베어 먹었다 . 꼬박  2 주일이 걸렸다 . 이 「정말 지독한 오후」 시간은 ...

 

누군가의 생각이나 모습을 , 일상을 의미를 두고 보면서 잘게 잘게 (마치 마늘을) 다지는 심정을 견딜 수 없이 바라봤다 . 도저히 이건 싫다 느껴지면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 매 단락 그러니까 일상과 회상을 반복하는 그들을 나눠 보여주는 매 순간마다 거리가 필요했던 일이었다고 해야할까 . 그렇지 않은가 ...마늘은 맵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져야하고 , 환기도 더러 해줘야 눈이 맵지 않으니까 ... 몸엔 좋지만 삼키려면 어느정도 각오가 필요한 그런 일 .

 

클레멘타인 (첼리스트) 은 중요한 오디션을 앞두곤 그 일은 뒤로한 채 사람들 앞에 자신이 경험한 일을 얘기하기 위해 강단에 선다 . 대체 목적이 뭐야 ? 하며 따라가보니 그 날의 일을 공개적으로 괜찮다 (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있는 일이고 그걸 겪었고 빠져나오려 하고있다는 ) 는 이야길 듣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그건 마치 딸은 , 딸이란 어쩌면 자라면서도 내내 딸일 수 밖에 없고 엄마의 영향 (그게 멀었건 가까웠건 ) 은 해가 비치면 그늘이 지듯 숙명같이 따라 붙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 클레멘타인 엄마 ( 펨) 의 직업뿐만이 아닌 싫은 친구와 공유하는 엄마를 둔 입장이라면 , 그러면서도 싫은 티를 내면 안되는 복잡한 감정의 상황을 가진  딸이라면 그렇게 복잡한 성격이 될 수도 있는거지 . 아니 비단 클레멘타인의 얘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거다 . 부모에 영향 받지 않는 자식은 없으니까 .... 전혀 다르면 다른 이유도 , 같으면 같은 이유 역시 그 영향에서 온다는 걸 감안하면 그렇다 .

 

미묘한 감정의 친구 에리카 , 친구 엄마에게 경쟁하듯 사랑 받기위해 나누던 친밀감이라니 ... 참 힘든 친구들이지 뭔가 ?! 외롭고 쓸쓸하고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에리카와 클레멘타인의 우정은 .

가족만 놓고도 사실 벅찬 일을 친구와도 공유하고 나눠야한다면 , 그런게 사회와 삶이 가진 무늬인 거라는 듯 , 관계라는 것이라는 듯 . 

 

도윤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란 국내영화가 생각났다 . 다 같이 잘 나눈 줄로만 안 우정이 나중에 보니 힘든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잘 포장 된 우정이었다는 사실 . 그 영화에서 건들거리는 친구 역의 주지훈 (인철)이  마지막에 지성 (현태) 에게 하는 말 " 너 참 힘들었겠다 ." 가 내내 이 책을 읽는 동안 따라다녔다 . 매운 마늘향 처럼 .

 

그들이 정말 지독한 오후라고 부르는 그날을 기점으로 일상이 균열을 받는 모습이 유리판 위에 놓인 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듯 촛점을 맞추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압력을 가한 유리판처럼 가정의 위기를 모두들 겪는다 . 그건 굴곡이나 왜곡을 판판하게 펴는 일과도 같아서 어떤 부분은 부서지고 이상하며 정상이 아닌 것처럼도 보여지는데 그 과정을 우리에게도 함께 보자며 현미경을 볼 기회를 주는 소설이지 싶었다 .

 

왜들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을 대단하다 하는지 , 알만한 시간였다 . 특히 마지막 장의 비밀은 (준비된) 반전처럼 그러나 , 놀라운 , 그렇지 . 놀라움 그자체였으니까 . 상을 맺은 진실이란 세포를 들여다 보게되니 말이다 . 그렇지 않나 ...왜 그렇게 에리카가 그날 일을  기억해 내려고 애쓰며 해리는 대체 왜 그렇게 언급되는지 알게된다면 , 그 부분이 바로 이 소설의 모든 비밀이랄 수 있는 거니까 ......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겨 배율을 맞추고 보자 숙련된 행동들 덕에 잊힌 사소하고 중요한 일은 , 해리가 떠나고도 (?) 알려지지 않으니까  중요한 거였다고 .

 

지루하던 비가 멎고 해를 보는 시민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날씨가 참 좋다고 인사를 건낸다 . 세 쌍의 부부들 에겐 그야말로 해가 드는 일였고 무른 땅이 마침내 단단해지는 시간였다고 해야겠다 . 읽지 안았다면 몰랐을 모리아티의 세계였다 . 이젠 현미경에서 눈을 들고 , 집중하느라 좁아지고 확대된 시선을 먼 곳을 보기위해 든다 . 아...정말 후련하고 멋진 , 다채로운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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