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나요 - 2016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박형서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 여긴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 "

 

독일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는 한국계 프랑스인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나나에겐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 영화 학도인 서영이 그녀의 취재기사를 보곤 이메일을 보내왔고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제안을 해 온 것에 왜 , 떠돌이의 이름같은 것에 관심을 갖게 된거냐는 질문에 서영의 답은 진지했다 .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 , 존재감이 , 정체성이 거주하는 집이 이름이라 ...... 더욱이 한달간의 한국 체류기간동안 숙소도 제공이 가능하단 점에서 나나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을거였다 .

 

나나가 극작가의 길을 걷게 된데엔 그녀를 입양한 양부모들의 이력에 그 까닭이 있다 . 늘 스크린 뒤쪽 세계의 이야기들에 매혹을 느끼던 앙리는 쉰여덟의 나이에 전신에 퍼진 암과의 싸움에서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포기한 후 나나에게 마지막 꿈에 대해 말하길 "나나, 나는 우리가족의 기원에 대해 찍고 싶었어 ."  그랬다 . 그러니 이 한국행에서 서영과의 작업기록은 동시에 앙리와 리사 그리고 나나 자신을 위한 가족의 기원을 담는 일이기도 한 의미있는 일인것이다 .

 

한국에서의 이름이었던 문주 역시  그녀의 본명인 것은 아닌데 , 그녀가 6살 무렵 철로에서 배회하는 걸 기관사가 운행중에 놀라 급정거를 한 후 실종아동의 신고가 있는지를 계속 찾고 고아원의 안전성을 확인하기까지 한달이나 임시로 자신의 집에 보호를 하고 있었던 건데 근 한 달간의 이름이 기관사가 지어준 문주였던 것 .이후 카톨릭재단의 고아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 나나는 그때의 그 기관사의 마음이 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찾고 싶은 모양이다 . 그전의 기억 , 그러니까 왜 철로에 서 있었나 하는 것들은 물론 전혀 알수 없는채 ...

 

서영은 적극적으로 철도청의 나이와 연대를 추정해 추적을 해가고 지루한 볏집에서 바늘찾기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단서는 찾게된다 .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서 알수 없는 것들만 남았다고 하며 이 소설도 끝이 나는데 , 알고 싶지 않은 건지 , 독자에게 턴을 넘기고 상상하고 픈데로 재회를 맡기겠단건지 모르게

끝이 난다 . 다만 나나가 임시숙소로 머무는 서영이 제공한 곳의 일층에 위치한 복희가게에 할머니가 마

지막날 상을 당한다 .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간 할머니에겐 아무도 없었는지 가게 살림살이가 마구 드러난 상처들 처럼 벌려놔져 있는 상태 . 그 와중에 거울을 보며 왠지모를 위안을 받는 나나를 그린 엔딩이 힌트일까나......,

 

앙리는 영화의 주인공이름에서 나나를 따왔지만 , 영화주인공이란 설정도 그렇고 , 한자에서나 , 우리 말에서도 나는 나 (我 ) 자기가 넘치고 넘친다 . 스스로를 잃을 일은 없어보인다는 얘기랄까 . 그러니 그녀가

글 속에서처럼 먼지 같은 이름일까 괜한 생각은 안해도 될 것만 같다는 희망적인 생각 , 또 , 먼지같다는

이름이라고 하더라도 어디든 있는 먼지 , 그 조차 의미를 갖기 나름같아 나는 나쁘지 않았다 . 이름이 없어 무명 (無名) 이란 설정의 주인공도 더러 만나곤 하는데 , 물 컵의 반이나 남았네 ! 처럼 좋은 것들로 해석을 한다. 한데 나나의 경우는 어디가든 끝까지 그녀를 잡고 놓지 않으려던 사람들이 있어주었으니까 ,

그 기억이면 문주라는 이름을 주었었다는 기억이면 이미 된게 아닐까 ,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 그래도 성인이 된 후 태어나 자랐던 나랄 한번 찾는다는데 의미있었을 거라고 등을 다독여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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