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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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마에는물결무늬 자국」은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알록달록한' 허기들 ,

삶의 풍경들을 만들어나가는 허기의 정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시집이다 . 그리고 그 제일 앞에 오는 것이 시인 자신의 , 시인으로서의 허기 , 시에 대한 허기이다 .

그런데 내려놓아도 이내 마음속에 되살아나는 그 열망 , 우리가 지상의 가장 낮은 곳을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불쑥 솟아오르는 그 '노래' 를 , 헛것이라고 내칠 수 있을까 . 그런 열망을 우리는 , 은유적으로 , '깊은 오후의 열망' 이라 이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

ㅡ 심재중 해설 중에서 ㅡ

 

 

비에 젖어 , 슬픔에 젖어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 시가

날 찾아왔다 . 난 모른다 . 어디서 왔는지

 

ㅡ 파블로 네루다 , 「시」

 

오래 시를 쓰지 못했다 . 그리고 추석이 왔다 . 추석에는 어

머니 사시는 고덕동에서 대치동 형님 집까지 올림픽대로를 타

고 갔다 . 영동대교를 지날 때 주현미의 ' 비 내리는 영동교 ' 가

생각나 , 그 노래를 부를까 하다가 아내가 한소리 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 그러나 막 영동대교 다리 밑을 지나자마자 , 그

노래의 다음 구절인 ' 비에 젖어 , 슬픔에 젖어 ' 가 입속에서 터

져 나왔다 . 내가 부르지 않아도 노래는 흐르고 있었다 . 비에

젖어 , 슬픔에 젖어 노래는 내가 영동대교 다리 밑을 지나가기

를 , 지나갈 때는 좀더 유치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21쪽 .

 


 

 

밤 비 내리는 영동교 - 주현미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마음
그사람은 모를거야 모르실거야

비에젖어 슬픔에 젖어 눈물에 젖어
하염없이 걷고있네 밤비내리는 영동교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잊는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


밤비내리는 영동교를 헤매도는 이마음
그사람은 모를거야 모르실거야

비에젖어 슬픔에 젖어 아픔에 젖어
하염없이 헤매이네 밤비내리는 영동교

생각말자 하면서도 생각하는건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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