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달에는 물로 된 돌이
있는가?
금으로 된 물이
있는가?
ㅡ파블로 네루다,
「遊星」
불 끄고 자리에 누우면 달은 머리맡에 있다 . 깊은 밤 하늘
호수에는 물이 없고 , 엎드려 자다가 고개 든 아이처럼 달의
이마엔 물결무늬 자국 . 노를 저을 수 없는 달은 수심 없는 호
수를 미끌어져 가고 , 불러 세울 수 없는 달의 배를 탈 것도 아
닌데 나는 잠들기가 무섭다 .
유난히 달 밝은 밤이면 내 딸은 나보고 달보기라 한다 . 내
이름이 성복이니까 , 별 성 자 별보기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
그럼 나는 그애보고 메뚜기라 한다 . 기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
을 걸치면 , 영락없이 아파트 12층에 날아든 눈 큰 메뚜기다 .
그러면 호호부인은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는다 . 벼랑의 붉은
꽃 꺽어 달라던 水路夫人보다 내 아내 못할 것 없지만 , 내게
는 고삐 놓아줄 암소가 없다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오를 수 없는 벼랑의 붉은 꽃처럼 , 절
해고도의 섬처럼 , 파도 많이 지는 밤에는 섬도 보이지 않는 ,
절해처럼 .
(26쪽)
이성복 시집 ㅡ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ㅡ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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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돌아가는 드뷔시의
달빛.
혹시나 보일까 나가본
베란다로는
오늘의 달빛이 미치지
못한다 .
안보인다고 없는 것이
아닐테니
내일의 소원 중에서 하나를
미리 당겨 빌어보는 밤
.
아 , 아 , 딱 그만
사는 것도 좋겠어.
내가 없어도 이야기들은
어차피 계속일텐데
그 호기심에 하루하룰
미루며 연명하는게
그래, 무슨 의미가 있지
?
널 낳고 죽을 수 있어서
기뻐 울었다는
영화 속 어미처럼 , 내
마음도 그리 흥건한가?
차갑게 느껴지는 달일때도
살아와 놓고
새삼 온기가 느껴지는
드뷔시의 달빛에
이상토록 마음은 차게
식는다 .
의미따윈 모르고 돌고 있을
달 .
이러고도 살아야하나 의미를
괜히 달에
물어보는 오늘의 하찮음
.
사는게 무료한 모양이다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표시는 이성복 시인의
싯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