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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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9147283

 

 

 

한 자폐성향의 청년이 있다 . 그의 이름은 한두운이다 .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면 조금씩 말문을 열고 , 엄청난 식탐이 있어 주의를 해야하고 , 틱장애처럼 어떤 알지못할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무차별로 반복적인 침을 뱉는다 . 그는 아주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고 가끔씩 자신의 얼굴을 때리기에 상처를 방지하기 위한 헤드기어를 착용해야 한다는 자폐청년 . 일일 아르바이트로 시간당 만원이라는 제안에 솔깃해 자폐청년 돌보미를 나섰다가 그와 함께 선릉을 산책하며 놀라게되는 또 한사람 . 그는 이 한두운이란 존재 때문에 하루종일 인내심을 시험당하기도 하고 악의 심연과도 같은 방관의 마음을 스스로 심판하게 되는 시간을 겪는다 . 

이 얘긴 물론 소설이다 . 정용준작가의 「 선릉산책 」이라는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 를 읽으며 내내 , 우리는 모두 한두운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이 많은 원망의 아우성이 저 광화문의 광장뿐 아니라 sns 의 공간에서도 차고 넘친다는 말엔 한두운이 맘에 안차는 어떤 이유로 자기 머릴 마구 가격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 누군가에게 심각한 절망의 상황임에도 그게 뭐 문제냐라는 듯 드러누워 때를 쓰며 , 누군가의 어떤 말 한마디에 우르르 모여 광기를 부리는 모습은 돌연 침을 뱉는 모습과도 연결이 되서 나는 그 일일 알바생의 심정으로 이 책을 겨우 끝낸 것 같다 .

 

사실 리셋을 외치는 분위기를 나는 극도로 무서워한다 . 잘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또 너무 극단적이기 때문이기도하다 . 가능함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정말 돌이킬 수 없어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하면 돌아오는 말 , 리셋버튼을 눌러 !

해결은 일단 되지만 내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풀지는 못한 채로 그냥 꺼졌다 켜지는 작지만 거대한 세상 .

 

' 판을 갈아 엎어야 돼 .' , ' 전쟁이 일어나서 이런 세상 싸그리 망해야하는건데 . ' 하는 말들을 접하면 정말이지 막장까지 와서 속수무책인건가 ! 나는 이렇게나 무기력한가 ! 체감하게 되니까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 그래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묻고 싶어서 또 대안이 있다면 듣고 싶어서 책을 청해 읽었다 .

왜 이런 사회의 현상이 만연한가를 참 오래 곰곰 살피고 글을 썼구나 하는 마음은 들었다 . 사소하다면 사소한 타인들의 말을 얼마나 살폈다는 건지 알게되기도 하고 , 미쳐 내가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알게도 해주었다 . 하지만 역시 그래도 ! 그래서 ? 하는 내 질문이 아니었다면 나는 끝까지 읽을 수 있었을지 자신이 없다 .

왜냐면 장마다 현재의 불온한 사회가 있고 그게 지금의 이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 지나간 통증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통증이어서 이 책 한 권이 마치 거대한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것만 같았달까 ...... 그래서 나는 밥을 먹었음에도 밥을 더 달라고 내 식탐을 멈추게하는 상대에게 때를 쓰듯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그 알바생이 중도에 포기를 하고 , 내가 책을 읽기를 중도에 멈추고 말았다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어떤 세상 . 알바생은 한두운이 엄청난 복서(?) 라는 걸 알게되고 , 그가 선릉에서 나비와 풀과 자신은 모르는 무수한 나무를 각각 이름 붙여줄 만큼 해박하단 사실을 알게된 건  공간도 공간이지만 , 어쨌든 그와 함께 했기에 가능한 세계였다 . 나는 여기서 우리를 끝없이 대화의 장으로 불러 모으는 엄기호를 만난다 .

비판과 절대적 답을 다른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이 묻고 질문을 되돌려주며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  공동의 노력으로 공통의 것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의지 . 그 것만이 경청의 존중의 자기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이 된다는 것도 읽는다 .

 

이제 멈추지말고 , 지우지 말고 물어야겠다 .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피하지말고 , 같이 도모할 어떤 의미를 찾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겠다는 그런 마음에 책을 덮었다 . 부패는 불평등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것들 속에서 좀더 좋은 쪽으로 움직인 단 한걸음을 무시하는 것이야 말로 리셋이 아니고 뭔가 싶어졌고 , 리셋을 누르기 전 내가 한 이런 저런 손질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 적어도 그 문제를 직접해결은 못했지만 이런 저런 행동이 답은 아니었다는 경험을 알게되는 것 , 그래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이 시스템이 계속 안되네 라고 말할 수 있어 졌다는 것을 잊으면 안되겠다고 말이다 .

 

분노를 막 끓여서 몰아가다가 어느 순간 탁 ,하며 놓게 되는 그런 소설을 읽은 냥 얼얼한 감각의 세계였다고 기억하면서 ...다음 이 작가분의 이야기도 기다려봐야겠다 .

 

" 모욕과 무시가 만연하다보니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 그렇다면 무시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 "

ㅡ본문 115 쪽 에서 ㅡ

 

(이 리뷰는 도서출판 창비에서 제공된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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