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ㅡ검은 준열의 시대ㅡ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넘기고 있었다.

준열 의 시대 라...검은 준열의 시

박인환선시집을 다시 정리한 책

옥편부터 끌어당겨 준열을 찾아 페이지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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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열-하다 [峻烈--]
발음 : 주ː녈하다

형용사
매우 엄하고 매섭다.
예문 ㅡ검사의 추궁은 준열했다.
峻 ㅡ높을 준 , 가파를 , 심할 , 엄할 ,
烈 ㅡ매울 렬 , 사나울 , 심할 ,
절개 , 곧을 ,
공 ,
아름다울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가 인제태생인데도 객지로만 떠돌아 그럴까

고향에 대한 시는 적은데 시의 흔적은

높고 험한 절해에서 내려다보듯

가파르고 아름답다.

닿을 곳에 닿지 못한 이처럼

그는 떠돌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익숙한 노래들처럼......

그도 떠도는 삶에서 언젠가 닿을 곳을

그리며 노래했을지 ,

편집이 신선하다. 사람의 전부를 다 볼순 없지만
그가 다니던 걸음을 책을 통해서 읽고 본다.
발표순으로 늘어놓은것이 아니고 테마 별로 묶어 내놓은 책
제목부터 넘 맘에 들었었다.
익숙한 시도 있고 아닌것도 대거 쏟아져 나온다.
정말 그를 잘 몰랐구나 싶기도하고
맘에 드는 시들에 북마크를 해놓으니 그새 빼곡하게 많기도하다.
방향을 잡아보려니 제목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말 그대로 생각이 준열해진다.
왜 검은 준열이라 했을까 ㅡ고민 고민 ㅡ어떤 시에서
그의 준열을 찾아야하나 하고,
하나만 고를 수없게 많았던 좋은시들.
노트를 하다보니 두 바닥을 가뿐하게 빨리도 넘어가버리더라는...

ㅡ자본가에게ㅡ


나는 너희들의 매니페스토의 결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모든 자본이 붕괴한 다음
태픙처럼 너희들을 휩쓸어 갈
위험성이
파장 波長 처럼 가까워진다는 것도

옛날 기사 技師 가 도주하였을 때
비행장에 궂은비가 내리고
모두 목메어 부른 노래는
밤의 말로 末路 에 불과하였다 .

그러므로 자본가여
새삼스럽게 문명을 말하지 말라
정신과 함께 태양이 도시를 떠난 오늘
허물어진 인간의 광장에는
비둘기 떼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

신작로를 바람처럼 굴러간
기체 機體 의 증축 中軸 은
어두운 외계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조종자의 얇은 작업복이
하늘의 구름처럼 남아 있었다 .

잃어버린 일월 日月 의 선명한 표정들
인간이 죽은 토지에서
타산치 말라
문명의 모습이숨어 버린 황량한 밤
성안 成案 은
꿈의 호텔처럼 부서지고
생활과 질서의 신조 信條 에서 어긋난
최후의 방랑은 끝났다 .

지금 옛날 촌락을 흘려버린
슬픈 비는 내린다 .
p. 42 , 43

*지금 옛날 촌락을 흘려내린
그 비가 이 땅에도 시간을 긋듯이
내림이 여전하다는 말은
얼마나
슬픈가 ...
떠나는건 사람뿐 ...

서적과 풍경은 또 어떤가...
1951년의 풍경 과 자신의 서적들 사이
공간을 멀리 끌어와서 많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너의 구원 久遠 한 이야기와 표정은 너만의 것이 아니다 .
(서적과 풍경 중 p. 54)
라고 하는 시인 ...의 자조와 아픔이 섞인 말은 ...
그대로 술취한 거리의 사람이 내지르는
외침이 되어 새벽 귀를 귀기울이게 하는 데가 있다 .

ㅡ 거리 ㅡ
나의 시간에 스콜과 같은 슬픔이 있다 .
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 鄕愁 가 광선을 따라가고
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운하의 물결에 씻겨 갔다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나간 날의 동화 童話 를 운율에 맞춰
거리에 화액 花液 을 뿌리자
따듯한 풀잎은 젊은 너의 탄력같이
밤을 지구 밖으로 끌고 간다 .

지금 그곳에는 코코아의 시장 市場 이 있고
과실처럼 기억만을 아는 너의 음향이 들린다 .
소년들은 뒷골목을 지나 교회에 몸을 감춘다 .
아세틸렌 냄새는 내가 가는 곳마다
음영 陰影 같이 따른다 .

거리는 매일 맥박을 닮아 갔다 .
베링 해안 같은 나의 마을이
떨어지는 꽃을 그리워한다 .
황혼처럼 장식한 여인들은 언덕을 지나
바다로 가는 거리를 순백 純白 한 식장 式場 으로 만든다 .

전정 戰庭 의 수목 같은 나의 가슴은
베고니아를 껴안고 기류 氣流 속을 나온다 .
망원경으로 보던 천만 千萬 의 미소를 회색 외투에 싸
언 크리스마스의 밤길로 걸어 보내자 .
p . 55 , 56

스콜같은 슬픔 이라니...
전정의 수목 같은 나의 가슴 이라니...
회색 외투를 입고 내가 그 거릴 걷는 소년이 된
기분 ㅡ마저 갖게하는 시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표현을 잡을라치면
이 애쓴 기분은 날아가고 황홀한 미침 만 남을 것 같다.
그가 이상 李箱 에 미친듯이 ...

그는 노래하는 시인이 아니다.
절규하고 외치는 시인이지.
스스로를 매섭게 다그치는 사람이기도하고
맨 정신으로 시대를 어찌 보고 살았을까 싶기조차한
뭉크적 시인 ㅡ
젊은 한때에 가서 미쳐 고운 것을 곱게만 표현 못한
안타까운 시인 였겠다는
나이가 들어 쓴 시는 어땠을런지...
절명이 ㅡ이렇게 안쓰러울 수가...
겨우 시대를 읽는 시만으로도 이렇게나 벅찬데,
매일 내 밤은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들로 맥박을 닮아 가겠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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