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검은 준열의 시대ㅡ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넘기고 있었다.
준열 의 시대 라...검은 준열의 시
박인환선시집을 다시 정리한 책
옥편부터
끌어당겨 준열을 찾아 페이지를
접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준열-하다
[峻烈--] 발음 : 주ː녈하다
형용사 매우 엄하고 매섭다. 예문 ㅡ검사의 추궁은 준열했다. 峻 ㅡ높을 준 ,
가파를 , 심할 , 엄할 , 烈 ㅡ매울 렬 , 사나울 , 심할 , 절개 , 곧을 , 공 , 아름다울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가 인제태생인데도 객지로만 떠돌아
그럴까
고향에 대한 시는 적은데 시의 흔적은
높고 험한 절해에서 내려다보듯
가파르고
아름답다.
닿을 곳에 닿지 못한 이처럼
그는 떠돌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익숙한
노래들처럼......
그도 떠도는 삶에서 언젠가 닿을 곳을
그리며 노래했을지 ,
편집이 신선하다. 사람의
전부를 다 볼순 없지만 그가 다니던 걸음을 책을 통해서 읽고 본다. 발표순으로 늘어놓은것이 아니고 테마 별로 묶어 내놓은
책 제목부터 넘 맘에 들었었다. 익숙한 시도 있고 아닌것도 대거 쏟아져 나온다. 정말 그를 잘 몰랐구나 싶기도하고 맘에
드는 시들에 북마크를 해놓으니 그새 빼곡하게 많기도하다. 방향을 잡아보려니 제목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말 그대로 생각이
준열해진다. 왜 검은 준열이라 했을까 ㅡ고민 고민 ㅡ어떤 시에서 그의 준열을 찾아야하나 하고, 하나만 고를 수없게 많았던
좋은시들. 노트를 하다보니 두 바닥을 가뿐하게 빨리도 넘어가버리더라는...
ㅡ자본가에게ㅡ 나는 너희들의
매니페스토의 결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모든 자본이 붕괴한 다음 태픙처럼 너희들을 휩쓸어 갈 위험성이 파장 波長 처럼
가까워진다는 것도
옛날 기사 技師 가 도주하였을 때 비행장에 궂은비가 내리고 모두 목메어 부른 노래는 밤의 말로
末路 에 불과하였다 .
그러므로 자본가여 새삼스럽게 문명을 말하지 말라 정신과 함께 태양이 도시를 떠난
오늘 허물어진 인간의 광장에는 비둘기 떼의 시체가 흩어져 있었다 .
신작로를 바람처럼 굴러간 기체 機體 의 증축
中軸 은 어두운 외계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조종자의 얇은 작업복이 하늘의 구름처럼 남아 있었다 .
잃어버린 일월
日月 의 선명한 표정들 인간이 죽은 토지에서 타산치 말라 문명의 모습이숨어 버린 황량한 밤 성안 成案 은 꿈의
호텔처럼 부서지고 생활과 질서의 신조 信條 에서 어긋난 최후의 방랑은 끝났다 .
지금 옛날 촌락을 흘려버린 슬픈
비는 내린다 . p. 42 , 43
*지금 옛날 촌락을 흘려내린 그 비가 이 땅에도 시간을 긋듯이 내림이
여전하다는 말은 얼마나 슬픈가 ... 떠나는건 사람뿐 ...
서적과 풍경은 또 어떤가... 1951년의
풍경 과 자신의 서적들 사이 공간을 멀리 끌어와서 많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너의 구원 久遠 한 이야기와 표정은 너만의 것이 아니다
. (서적과 풍경 중 p. 54) 라고 하는 시인 ...의 자조와 아픔이 섞인 말은 ... 그대로 술취한 거리의 사람이
내지르는 외침이 되어 새벽 귀를 귀기울이게 하는 데가 있다 .
ㅡ 거리
ㅡ 나의 시간에 스콜과 같은 슬픔이 있다 . 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 鄕愁 가 광선을
따라가고 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운하의 물결에 씻겨 갔다 .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나간 날의 동화 童話 를 운율에
맞춰 거리에 화액 花液 을 뿌리자 따듯한 풀잎은 젊은 너의 탄력같이 밤을 지구 밖으로 끌고 간다 .
지금 그곳에는
코코아의 시장 市場 이 있고 과실처럼 기억만을 아는 너의 음향이 들린다 . 소년들은 뒷골목을 지나 교회에 몸을 감춘다
. 아세틸렌 냄새는 내가 가는 곳마다 음영 陰影 같이 따른다 .
거리는 매일 맥박을 닮아 갔다 . 베링 해안 같은
나의 마을이 떨어지는 꽃을 그리워한다 . 황혼처럼 장식한 여인들은 언덕을 지나 바다로 가는 거리를 순백 純白 한 식장 式場 으로
만든다 .
전정 戰庭 의 수목 같은 나의 가슴은 베고니아를 껴안고 기류 氣流 속을 나온다 . 망원경으로 보던 천만 千萬
의 미소를 회색 외투에 싸 언 크리스마스의 밤길로 걸어 보내자 . p . 55 , 56
스콜같은 슬픔
이라니... 전정의 수목 같은 나의 가슴 이라니... 회색 외투를 입고 내가 그 거릴 걷는 소년이 된 기분 ㅡ마저 갖게하는 시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표현을 잡을라치면 이 애쓴 기분은 날아가고 황홀한 미침 만 남을 것 같다. 그가 이상 李箱 에 미친듯이
...
그는 노래하는 시인이 아니다. 절규하고 외치는 시인이지. 스스로를 매섭게 다그치는 사람이기도하고 맨
정신으로 시대를 어찌 보고 살았을까 싶기조차한 뭉크적 시인 ㅡ 젊은 한때에 가서 미쳐 고운 것을 곱게만 표현 못한 안타까운
시인 였겠다는 나이가 들어 쓴 시는 어땠을런지... 절명이 ㅡ이렇게 안쓰러울 수가... 겨우 시대를 읽는 시만으로도 이렇게나
벅찬데, 매일 내 밤은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들로 맥박을 닮아 가겠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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