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 시골에서 책을 고르고.읽고.쓴다는 것
최종규 지음 / 스토리닷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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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제가 자란 마을은 눈을 들면 바로 앞에 커다란 미루나무 숲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 철철이 명아주며 쇠비름이며 바랭이가 지천이고 밤엔 먼 하늘 별빛 같은 달맞이 꽃이 환하게 피었더랬죠 .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말리려고 널어둔 붉은고추들을 뒤엎어 놓고 , 아침엔 뒷꼍의 냇가때문에 안개가 얼굴을 세수시키는 그런 곳이요 . 철철이 나는 건 잡초 뿐아니라 산나물도 산열매도 있었습니다 . 산딸기가 떨어질 무렵엔 찔레를 꺽어 먹고 , 으름열매를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는 , 냇가는 물도 깊어 여름이면 겨운 땀에 전 몸을 언제든 받아주었습니다 . 그 시절의 자연이 어쩌면 저를 지금도 책을 읽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이 책을 읽으며 기억해 내게 되었습니다 . 천천한 독서의 즐거움이 뭔지 말입니다 .

뒤늦게 시작한 블로그에 어색한 수줍음이 가실 무렵 , 이웃의 서재에서 엄청난 포스팅들을 보게 되고 했습니다 . 어느때는 순우리말의 어원을 쫓아가고 , 어느 땐 [향수 ]의 가삿말에 나올 법한 ‘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 계집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달리며 즐거워하고 , 또 기다렸다는듯 밥상을 차려 맛나게 한끼 식사로 저를 초대하곤 했습니다 . 저도 숲노래님도 잊었을지 모르는 첫인사는 어디에서 시작한 건지 , 어느 포스팅에 붙어있는 건지 , 자신할 수 없게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수의 포스팅이 올라오곤 하는 이웃님인 숲노래 .

확실하지 않지만 , 어떤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곳에서 인사를 나누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그리곤 종종 숲노래님이 올려주는 ‘ 흙에서 자란 내마음 ‘ 같은 사진이 담긴 포스팅에 간간히 안부를 전하곤 했고요 . 사실 이 책을 제가 보는건 민폐가 아닐까도 싶어 수초간 망설였는데 , 그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을 걸 상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냉큼 ˝하우애˝ 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 책이 오고 일주일을 그야말로 돌아서면 밥때가 되고 밥상을 차리듯 곁에두고 그렇게 천천히 읽었습니다 . 꼬박 일주일을요 .
그건 책이 안 읽혀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추억들을 부르는 탓이었습니다 .

고흥은 가본 기억이 없어서 (아마도) 잘 모르지만 , 숲노래님의 이야기로 시골도서관이 알차지는 것들을 마치 곁에서 보듯 실시간으로 본 듯한 기분입니다 .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시골이웃‘ 과 ‘도시이웃‘이 서로 어깨동무 하듯 즐기며 생각을 되뇌이는 많은 책들의 이야기가 이 한권에 그야말로 고요한 등불을 밝히듯 차곡차곡 담아져 있었습니다 .

제가 작가님들에 노고에 미안해하면서도 한 작가의 책을 읽고 거기서 다른 작품을 들어 책을 되새김하는 것을 멈출수 없듯이 , 가장 좋은 책은 호기심과 다른 탐독들을 부르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 그런데 이 책 역시나 그랬습니다 . 한 장을 넘기면 또 다른 이야기로 살림의 이야기 뒤로 이어지는 책이야기가 잔뜩 잔뜩 있었습니다 . 아이들의 놀이들 갈피에도 조근조근 이어지는 책에 대한 이야기 .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곁에 두어야 맘이 편한 독자들에겐 이만한 선물이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 특히 저와 같이 시골의 향수를 잊을 수없는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되겠다는 그런 믿음도요 .

빠르게 많이도 , 천천히 하나 하나 생각하며 찾아 읽기에도 분명 도움이 될 ˝ 시골에서 책읽는 즐거움 ˝
추억과 함께 현재의 삶도 동시에 열어볼 수있는 마법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
좋은 책을 보내 주신 ‘ 하우애님 ‘ 그리고 멋진 시간을 만들어주신 숲노래 최종규 작가님 .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 곳 고흥의 시간들을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도시에서도 시골을 품을 수있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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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4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14 23:02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많은 걸 다보진 못하고 , 눈에뜨이는 것만 일단 보는쪽 입니다. 엄청난 성실과 애씀 이 보이는 분이예요.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오는 포스팅은 말그대로 존경스러울지경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