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분명 기록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찾아보니 없다 . 노트의 줄 위치까지 기억나는 그 한자의 환영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 또 기억 속의 이 하얀 화면들에 까맣게 점점이 찍혔던 익숙한 문장들은 내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글을 본 것일까 , 오늘로 세번째  읽는 < 다시 한 달을 가서 설 산을 넘으면> .

사실은 읽었던 것이고 , 기억에 썼던 것이라 가볍게 내 리뷰나 읽고 넘어가려고 찾다가 없어 당황을 했다 . 그래서 결국은 기록을 하는중이다. 기억의 소실인지 , 기록의 소실인지 , 아니면 그 모든 것이 그저 나의 환상에 불과했던 것인지......

처음 만난 책은 2009년 김연수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수상하고 그 작품집의 자선작으로였다 . 두번째는 <나는 유령작가 입니다 > 소설집에 수록 되어져 만났다 . 그리곤 이번이 2005년도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 작품집 속에서 다시 만난다 . 연대도 마구 흩어져 엉망이고 들쑥날쑥 하지만 , 책의 질감을 기억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걸까 ?

마치 소설 속의 그가 홀연히 저 낭가프르트에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 내 기억에 뭔가 틈이 생긴 걸까? 크랙이나 크래바스같은 ? 어두운 구멍이 ......

글은 사실 좀 섬세하게 따라가지 않으면 곧 길을 잃게 된다 . 나는~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그는~으로 바뀌어 있고 그 변화는 지극히 미묘한 가르킴이어서 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금새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

큰 줄기를 놓고 보면 산악부에 몸담고 있던 소설가로 가능성 있는 대학4학년 생의 그가 돌연 여자친구의 실연 (자살이지만 그는 실연이 아직 오지 않았다 우기고 있으므로)으로  집에  처박혀 책을 읽으며 소설을 장장 9개월간 쓰고 , 그걸 우연한 기회로 찾은 , 여자친구가 대출해 본 마지막 책으로 짐작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의 주석을 단 나" (그는 교수님이라고 부르며 12 살 연상이다 . 물론 가정도 있고!)에게 보내게되고 , 나는 그의 노트를 출판사에 넘겨서  편집자와 같이 노트를 봐 버린다 .

 

재미있다고 편집자는 말하는데 그는 소설을 낼 생각이 없었으니 돌려 달라고 하고 , 그가 알고 싶었던 건 단지 그 왕오천축국전을 마지막으로 들여다 본 여자친구의 심리에 뭐가 있는지  였다 . 주석을 단 교수는 알거라고 생각한 그가 매달리지만 사실은 알 수 없는 채 잠시 둘의 감정은 부딪히지만 그게 뭔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형태도 못되고 ,  그는 어느새 비행기에 몸을 싣고 88올림픽을 기념하는 낭가파르트 원정대에 있다 .

 

이후의 글 속 기록은 다시 읽어도 거의 영화 "남극 일기" 속의 상황들을 떠올리게 한다 . 고소증세로 , 혹독한 기후로 또 , 척박한 지원금과 무지막지한 계획의 몰아댐으로 그들은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눈 길을 다지지만 결과는 참혹하고 , 그는 나에게 마지막 편지로 " 다시 한달을 가서 설 산을 넘으면..." 이라는 문장을 끝으로 영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다 .

 

본래의 내 기억이 맞다면 내 리뷰는 있어야 하고 , 원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바라는 꿈들을 이뤄간다면 아마도 글 속의 여자친구와 그는 결혼을 했거나 , 혹은 헤어졌거나  그게 아니라면 지지고 볶고  싸우고 남들 다하는 것들을 하고 살았을 것이다 . 평범한 것들을 그저 최선을 다해 소망하면서 , 있을 자리에 있었을 테지 , 그런데 무엇이 그 미세한 틈을 만들어 놓은 걸까 , 80년대 후반이라는 사회적 정서? 아니면 이 글 속의 나는 과 그는 처럼 넘을 수없는 관계 ? 그를 그 고산대 까지 오르게 하고 기어이 미쳐버리게 한 것이 무엇인지 , 한 참의 젊은 여학생이 한강으로 투신하며 세상에 용서를 구한 것이 무엇인지 . 

 

보지 못하고 , 표현 못한 문장들 속  그것들은 과연 무엇이엇을까 ...혜초도 미쳐 모른 왕국이 어딘가 있었을까 ... 그럼 그는 설산을 넘어 그의 나라로 가고 , 내 리뷰는 하얀 이 화면 어딘가에 분명하게 있을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