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내겐 기린하면 생각하게 되는 두개의 이미지가  있다 . 하나는 학창시절 쯤 봤을 라이온 킹이라는 영화 속에서 마치 군무처럼 떼지어 맹수들을 피해 가젤들처럼  초원을 겅중겅중 그 긴 다리들로 뛰어 도망가던 장면이고  또 하나는 최근 동화였나에서 읽은 기억인데 아마도 개가 주인공이며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에 잠시 스쳐가는 사랑(?)의 단역으로 , 개는 무척 진지(?)하게 애정을 갈구하지만 이 기린은 관심이 없었다 . 기린에게 관심사는 그저 생명의 양식인 질 좋은 나뭇잎이 적당한 높이에 있고 물좋고 안전한 곳을 찾으러 가는 중에 동행을 할 뿐인, 개의 애정사 따위는 아웃오브 안중에도 없고 , 알지도 못한다는 , 그런 이야길 기억하고 있다 . 그러므로 기린은 내게 어떤 거리의 이미지이다 . 높은 곳을 보기에 그럴지도 모르고 육식동물이 아니기에 그럴지도 모르고 , 그렇습니까 ? 그런 , 기린입니다 . 제가 아는 기린은 ......

 

 

박민규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두 번째 동물 시리즈 랄까 ? 처음엔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가 욕탕에서등을  밀더니 이번엔  지하철 역에서 기린이 살포시 손을 포개 잡으며 은근하고 단호히 그렇습니까 ? 기린입니다 . 하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듣게 된다 .

 

한 쪽에선 고마워 눈물을 글썽이게 하더니 , 한쪽에선 왠지모를 서러움에 (그게 그건가?) 또 눈물을 쏟게 만들고 주절 주절 떠들게 만든다 . 더구나 그 기린을 승일은 아버지! 라고 생각하면서 ...

 

미안하단 말을 하며 한 쪽 다릴 못 쓰게 된 타조 ㅡ 같은 눈빛 , 그 회색의 먹먹한 눈빛을 얘기 할 때 . 젠장...어째서 불안한 얘감은 틀림이 없는건지 , 또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겐 어째서 무거울 뿐인 짐을 이렇게나 마구 어깨고 등이고 머리고 사정없이 짊어지게 하는 건지 ,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

승일은 방학이면 스스로 알바하느라 정신이 없고 , 어떻게든 부모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집 안에 보탬이 되려 , 자기 만의 산수를 , 그러니까 자기 신수를 챙기는 애어른이다 . 이 어린 녀석에게 어머니는 병들어 쓰러지는 걸로 , (얼마나 가혹한 일상이었으면) 아버지는 어른아이처럼  돌연한 가출과 실종으로 보답을 해준다 . 그래도 서로 의지하고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 고등학생인 승일도 이제 진학이냐 , 취업이냐 진로 걱정을 해얄 때인데 , 오히려 생업같은 알바로 바쁘다 .

 

엄마가 쓰러지시곤 오히려 아침 1교시마져 담임이 빼주어 그 시간에 지하철에서 , 방학 내 하던 푸시맨을 한다 . 하아,,난 이런 일이 게임으로만 있는 줄 알았다 . 물론 해본적은 없는데 . 뭐 이런 게임이 다있냐 했었는데 . 게임이 현실이고 현실이 막장보다 더한 환상게임 속 같다 .

 

아버지의 등도 출근하는 온 인류의 몸통들도 사정없이 끊임없이 밀고 밀 뿐인 일 . 시급 3000원 짜리 .

그 걸 믿고 아버진 그냥 내빼신 걸까 ? 이 치열한 삶의 현장따위에서 ... 자신은 풀이나 뜯겠다고?

아 어디서 개 풀뜯어 먹는 소리 들리지 않나? 응?  승일이 우는 소리만 들린다고?  그, 그렇습니까?

아, 예예  ㅡ

밀지 마 , 그만 밀라니까 .  왜 세상은 온통 푸시인가 . 왜 세상엔 '푸시맨' 만 있고 ' 풀맨' 이 없는 것인가 . 그리고 왜 , 이 열차는

삶은 , 세상은 , 언제나 흔들리는가 . 그렇게 (156,7쪽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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