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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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자기를 돌볼 수 없는 나

 

[ 끊임없는 자책의 이유 ]

 

   그는 이 시공간이 매우 깨지기 쉬운 곳이라는 걸 안다 . 무엇보다 벽장 안은 어린아이에게는 비밀의 공간이지만 부모는 아이가 그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 안다 ' . 어린아이일 때 그는  부모가 그 공간에 숨어 있다는 것을 ' 모른다 ' 고 생각했지만 , 이미 어른이 된 그는 다른 어른들이 그 공간에 자신이 숨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척하는 것뿐이며 사실은 ' 알고 있다 ' 는 것을 ' 안다 ' . 그렇기에 양말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안과 밖을 뒤집어 세계를 밖으로 만들어놓긴 했지만 다시 그 양말을 뒤집는 순간 그는 세계 ' 안 ' 으로 뱉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그는 결국 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 그 결과 그는 그 안에 숨어서 '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 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 . 그에게 후회와 자책은 필연이다 .

 

바깥에 믿고 의지할 수있는 것이 사라진 시대에 남은 것은 이 두가지뿐이다 . 하나는 화를 내면서 소진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책하면서 후회하는 것이다 . 전자는 신뢰할 수 있는 바깥이 없는 상태에서 신뢰를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전환한 사람이며 , 후자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상실한 사람이다 .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바깥의 붕괴와 자기파괴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일은 자기를 잃는 것이고 , 가장 피곤한 일은 자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

 

ㅡ본문 50 / 51 쪽에서 ㅡ

엄기호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 창비

 

 


 

 

쉽게 말하면 산타의 존재가 벽장인거고 , 세상의 신뢰인 셈이랄까 ...

아직은 계속 어떤 이유에 대한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 성급히

결론을 말할 순 없지만 , 지독한 회색주의자의 자아 성찰 일기를

몰래 (공공연히) 읽는 듯해서 , 뜨끔했었다 .

 

이렇게 많은 관심과 공감은 , 우리 사회가 어떤 과부하로 부팅이나

버퍼링이 심각한 상태임을 , 그걸 보는 컴퓨터의 주인으로 더는 이

상황을 기다릴 수 없어 전원의 리셋버튼을 누르고 초기화를 바란다는

심정을 절절하게 (도는 냉정을 가장한 채) 읽는다 .

 

사실 수두룩하게 많은 내가 페이지 마다 있어서 , 내 일기를 누가 본

거니 ? 묻고 싶었다 . 명쾌 , 유쾌 , 통쾌 할 수 없을 게 분명한 이 글

의 끝 , 왜 ? 자기가  결국은 스스로 답을 찾고 내야할 테니까 ......

사회적 모색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내 안의 벽장을 해제하는 일이될것

같아서 ...무너지고 , 바닥을 다시 치고 딛어야 할 것이니까......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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