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졸업 : 11월 3 일은 학생의 날 입니다 ㅡ김보영
작가 편 ,
" 절차만 잘 지키면 아무 일 없어 . 너희가 정당해야
남에게 뭘 요구할 수 있는 거야 . 그렇지 ? "
" 예 ."
"요새 무슨 학생 자치 시범 학교 선정이다 뭐다 해서 ,
너희가 자율적으로 일하게 해 보겠다고
선생님들이 애써 학생회도 만들어 준거야 . 그 권리를
남용하면 안 되겠지 ? "
" ...... "
" 그래 , 그래서 .
"
강성중은 대자보 기획서를 볼펜으로 쿡쿡 찍었다
.
" 이걸 뭐 하러 붙이려는데 ?
"
나는 어리둥절해하며 답했다
.
" 학생의 날이니까요 ...... ?
"
" 학생의 날 ? "
강성중은 비웃음을 날렸다
.
ㅡ본문 301/ 302 쪽에서
ㅡ
이 책을 보다보면 연혁처럼 작가들의 단편 기록이 몇 년도 졸업을 기점으로
이 글을 기고 했는지가 나온다 . 가장 빠른 2015년 부터 다음
단편이 1990년으로 이번 편은 1992년도 졸업을 기점으로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
내가 한참 중고등 학교의 시기에 있었기에 나는 이 글의 전체적인 년도를
몸으로 체감하는 듯한 기분마저 느꼈는데 , 그건 뒤로 갈수록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았다 .
지금의 윗 글은 1992년이고 나는 막 교복 생활화가 안착된 시점에
가방을 메고 교복을 펄럭이던 어린애 였다 .
우린 땐 학생의 날이라고 딱히 없었는데 , 오빠라면 어쩌면 그런 일들을
겪었겠다 . 오빠는 딱 그 세대에 걸쳐있었으니까 , 교복 자율화의 시기에 , 오빠들 위로는 교복이 아니었고
1학년 들어가서 첨부터 교복을 입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시기 .
나는 사립중 , 고 를 나와서 꽤나 좋은 여건의 학교 분위기를 ,
말그대로 즐기며 졸업하기 싫을 만큼의 적당한 애정을 가지고 졸업도 하고 그랬는데 , 책을 읽으며 내내 이 세상은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닌 듯한 기분을 느껴서 분명 동시대임에도 이게 무슨 말일까 해야했으니 , 얼마나 세상이 변한건지 .
학교만큼 잘 변하지 않는 곳도 없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 고교를
졸업하고도 한동안은 동아리의 후배들을 돌보자고 , 학교를 드나들던 나이니까 , 또 진작 까마득한 국민학교는 어떻구 , 그리움이 짙어서
오래 오래 걸어 옛학교를 찾아 가곤 했던 나는 , 학교의 좋은 모습이란
좋은 해택이랄지를 듬뿍 받은 학생임이 분명했구나 느끼고 말게 된다 .
그만큼 좋은 선생님도 많았다는 얘긴데 , 나중에 아주 나중에야 그것이
온통 차별에서 온 것임을 알았을때 나의 놀람은 소설 속의 학교를 내가 다닌 셈이구나 , 할 만큼 낯선 세상으로 변한 뒤였다 . 그 때 쯤부터 더는 학교를 찾는 일이 나도 없었다 .
내 아이가 이제 딱 그 위치에 서서 학교를 놓고 1지망 2지망을 얘기하는
요즘 , 마음이 착찹하다 .
학생의 날 ㅡ유례는 알고 있는데 , 딱 그 정보가 책으로 전해읽은
수준이란 점에서 놀라고 , 전혀 우리땐 학생의 날 행사 따윈 없었다는 것에 한번 더 놀란다 .
의미가 상당한 우리 역사임에도 , 이렇게나 무지하다니... 머리에 든게
든것이 아니구나 . 서글프게도 ...
이런저런 생각을 한 단편 , 그리고 선생님들이 꽤오랜 시간 교직에 머무는
걸 감안하면 더 놀라운게 생각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고 어쩜 저렇게 구태의연 , 학생의
날 행사는 운동권이나 하는 행사라는 인식였나 ㅡ 하는 점 .
이 부분이 너무나 소름이 돋는 지점에 있다 . 그 많은 선생님들이 다
어디간걸까 ? 그 무서운 절차와 권위주의의 상징이던 선생님들은......
모두 정치권으로 간건 아닌지 , 경제계 쪽을 주무르는 실세는 된게 아닌지
싶을만큼 고루한 선생의 상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 나라가 이토록 기운 이유는 바로 저 무리의 선생 , 강성중 같은 선생의 사람들 탓이 아닌가
하고 ...
* 백과사전에 의하면 학생의 날은 1953년부터 있었다 .
1929년 , 한 일본 학생에게 조선 여학생이 성희롱 당하는 것을 본 다른 조선 학생이 이를 제지하다가 오히려 두들겨 맞고 감옥에 갇혔다 .
11월 3일 ,
전국적으로 학생운동이 일어났다 . 5만 4천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 당시 학생의 숫자는 8만 9천명이었다 . 삼일 운동이후 최대규모의 독립운동이기도 했다 . 이 날을 기념해 만들어진 날이다
.
ㅡ본문 312 /313 쪽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