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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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의 발견 ㅡ전혜진 작가 편

 

여름방학 보충수업 정도는 어지간한 인문계는 다 하는 일인데도 , 엄마는 내가 방학에 학교 가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 그래서 도시락을 싸주는 대신 용돈을 2만원 더 올려 주었다 . 연준이의 용돈은 그 전에 똑같이 올랐다는 사실을 , 생일도 아닌데 연준이에게는 새 워크맨이 생겼다는 사실을 ,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체했다 . 어쩌면 엄마도 내가 학교에서 겪은 일을 다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 그걸 건드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시끄러워질 테니까 , 그저 모르는 척 입을 다물 뿐 . 문득 그런 것을 비겁이라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ㅡ본문292 쪽중에서 ㅡ

 

오늘 우연히 페북의 한 공개 비디오를 본 내용이 떠올랐다 . 정확히 그의 직업은 모르겠는데 , 방송인이라고 하자 . 시민들 앞에서 입담을 펼치며 일종의 세바시(세상이 바뀌는 시간 ?) 쯤 되는 프로처럼 어머니가 대통령 보고 불쌍한 양반이라 하는 말을 듣고 버럭했다며 자신은 우리엄마가 더 불쌍한데 , 동정같은거 함부로 하는거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신도 엄마를 닮아 tv프로를 2평짜리 고시원 방에서 보며 동정하고 있더라는 닮은 꼴의 이야기를 지금의 정권에 빗대서 묘하게 공감가는 그러면서도 웃기게 한마디로 웃픈 얘길 하고 있었다 .

 

이 단편은 읽으며 딱 그장면이 생각났다 . 자신만 살겠다고 특별한 이 학교로 전학까지 와 놓고 교육부방침이 바뀌어 학교의 특례를 볼 수없으니 다시 자퇴를 결정해 어제 나간 학생이 오늘 돌연 삼풍백화점의 희생자가 되었어도 스스로 나가서 죽은 학생과 가족들에 장례식마저 외면하는데 , 짝이었던 이 연희 혼자만 그 책임이 마치 붙잡아 주지 못한 자신의 잘못인냥 외면을 부끄러워 하는 걸 보며 집에서 없는 살림에 배운 것 없어 연희네 엄마는 무식해 좀 그런다 치지만 , 더 배운 사람들의 인정은 대체 어디서 배워먹어야 하는 걸까 하고 , 양심이 있는채로는 온 몸이 남아나질 안게끔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비뚫어진 테두리의 이야기 같다고 ......

 

(yuelb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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