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최민경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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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는 일 , 또 별 것 아니지만 나에겐 나름의 의미를 지닌 것들을 공유하는 일 ,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때가 되면 들어올 사람이 있어서 시간을 본다는 일에 대해 처음부터 같이 있어서 분리 됨을 모르던 때를 빼고 , 나만의 공간을 갖기 시작하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쑥 불가피한 방법으로 공간을 내주게 될 때가 있곤 했다 .
요 근래의 책에선 신기하게도 말희 =마리를 자주 만나게 된다 . 인연인 모양이다 . 무슨 해엔 어떤 이름들이 유행하고 붐이 일듯이 말희와 마리가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우리 때엔 말자가 들어가는 이름은 거의 없었는데 , 마리아 의 경우는 카톨릭인 경우나 크리스천 집안 일 때 이름자체를 그리 짓는 것을 본 적 있다 . 아 , 얘기가 샛길로 빠졌는데 공간에 대한 얘기였지 ... 고교 졸업 전에 한 일 년을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 본 적 있었다 . 그건 퍽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아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크게 배운 계기랄까 . 그런 일이 되었는데도 독립해 나간 집으로 친구가 무작정 쳐들어와서 꽤 오래 같이 살았었다 . 친구와 나는 신장 차이가 제법 나는 편이었는데도 세탁해 다음 날 입으려 준비해 놓으면 나보다 먼저 나가는 친구가 깍쟁이처럼 입고 뱀허물 벗어 놓듯 자기 옷을 벗어놓고 나가곤 해서 기막히곤 했던 기억 .
물론 먹는 것들은 대게 다 여유있게 사야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로 감정이 상하지는 안았다 . 다만 그때는 삐삐를 썼고 집전화가 있었는데 밤새도록 남친과 통화하는 소리때문에 가뜩이나 예민한 나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는 것과 전화비가 어마어마 했다는 것 .
마리의 사생활을 읽자니 너무나 공감이 갔다 . 왜냐면 윗글과는 반대로 나는 그 친구네서 딱 마리같이 행동하고 지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 원수를(?)갚느라 친구가 나에게 왔을 때 나는 두말 없이 받아 주고 견뎌 줄수 있었다 . 나라면 소중한 가족에 이렇게 함부로 막 대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 생각에서 그런건지 몰라도 붙임성 있다는 말 , 손이 재빠르고 눈치도 빠르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 그런면에서 어쩜 친구는 내심 내가 미웠을 거였다 . 그건 그러니까 그만큼 있어야 할 곳 빠져야 할 곳을 알아 분위기를 살폈다는 거고 일찍 어른들비위를 맞추는 아이가 되었다는 말과 다름없는 서글프다면 서글픈 얘기인 셈이다 .
마리 역시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
하나에게 있어선 그저 하나의 벽과 같았을 뿐이어서 시시콜콜한 얘길 떠들고 나서도 다시는 안 볼 타인처럼 생각했기에 아마도 예감처럼 , 시원하게 이런 저런 집안 의 창피한 얘기일지도 모를 말들을 편지로 써 보내놓고 까맣게 잊었던 건데 십수년이 지나서 그게 마치 북극성 마냥 마리에게 길잡이 별 노릇을 했다는 게 느닷없어 믿어지지 않는 달까 .
그럼에도 불청객처럼 찾아 와 일상에 파문을 일구고 떠난 마리 덕분에 하나는 자신이 오래 잊고 있던 사소하고 소박한 꿈을 기억해 낸다 .
가족들이 모여 같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같이 잠들고 , 같이 TV 를 보며 웃고 떠들고 수다를 떠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바람 말이다 .
이제는 많은 것들을 갖추고 살게 되었는데도 각자의 시간에 바쁘지 같이 뭔가를 한다는 개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지극히 소소한 이 일상을 사생활을 마리의 것으로만이 아닌 모두가 공유하는 그런 시간이 되길 다시 꿈꾸며 ......
하하핫 ~ 정말 ,
내가 그런 삶을 견딜 수나 있을까 ...싶기도 ...일인가구들이 늘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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