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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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억울하다 느끼지만 그 자리에선 도저히 말이 안나오고 지나간 후에야 복잡하게 그 상황을 곱씹어 볼 뿐인 일들이 있곤하지 .그렇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그때 그랬었다면 하는 가정만 해 볼 뿐 그 상황으론 되돌아 가볼 수도 , 달라진 지금을 다르게 상상해 볼수도 없어서 막막해지는 터라 슬픈 경험들 .

여기의 나는 이미 오래전 제희와 헤어졌고 지금은 그가 아닌 다른사람의 아내로 살고 있는데 때때로 왜 제희의 옆이 아닌가 그들의 가족이 될 수 없었던 것이 마치 그날의 이상한 소풍에서 기인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

부모님의 감당할 수없는 빚으로 기울어버린 부채에 위로 네명의 누나 인생까지 빚을 나누어 갚으며 또 제희 역시 그런 삶을 살고 있고 거기에 이젠 오랜 아버지의 병수발까지 겹쳐 어머니의 피로와 우울까지 가세했는데도 언제나 한결같던 그 집만의 어떤 정서가 나는 꼭 그 안에 함께이고 싶었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거라고 믿었는데 , 그 수목원 소풍을 한 날 이후로 멀어져 버리게 되었다 .

땡볕이 내리쬐는 날의 수목원 , 수목원이니 나무가 많아 시원할 것 같은데 잘 조성된 길은 온통 해가 드는 곳들이고 나무가 있는 곳은 가파르고 환자인 아버지와 연로하고 피곤에 지친 어머니 또 그들이 모처럼 맘먹고 준비한 소풍에 한껏 장만한 음식과 짐들은 깔끔하지 못해서 손수레와 종이봉투와 아이스박스와 물병과 그야말로 바리바리 싸 온 짐 때문에 애를 먹는 제희는 번번히 고생을 하고 그 짐을 쌓고 묶고 하다 기어이 밴드의 쇠고리에 복사뼈를 다치고 아픈 와중에 부모를 실망 시키기 싫어 그 모습을 참고 참는 걸 나는 신경쓰고 , 그들이 점심을 위해 자리잡은 산비탈의 계곡은 너무 내려가기 싫었는데 안된다고 차마 말리지 못하고 사람좋게 웃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습에 아연하게 뒤따르고 마는 제희와 나 .

그 계곡은 알고 보니 계곡이라기보단 어떤 수로였는데 아버진 태연하게 물 좋다며 세수하고 손을 담그고 입을 헹구기 까지 한다 . 돗자릴 깔고 어색하고 불편한 기이한 점심시간이 끝나고 관리인이 와서 거기서 그러면 안된다 하자 아버지는 이것만 먹고 갈거라고 하고 , 관리인은 뭔가 하고픈 말을 다 못한 것처럼 바라보다 간다 . 제희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계곡을 올라와 다시 길에 섰을때 나의 눈에 띈 안내판은 상류엔 맹금류의 축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 그러니까 그 수로는 맹금류 축사에서 버려지는 물인셈 ...나는 똥물였노라고 말을 해버리고 만다 .

이후 돌아오는 길에 제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로부터 이년 정도 후 헤어졌는데 왜 헤어졌는지는 잘 생각안나고 저 소풍만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 , 아마 그 일 이후로 그 집안으로 발을 들이지 않아 그런지도 모르겠다 .

수목원인데 맹금류는 뭐고 열대식물원이니 연못이니 너무 꾸며 놓는 요즘의 형태가 옳은지 나는 모르겠다 . 산림이 몸살을 앓을까 두려워 신원까지 확인해가며 예약을 해야 들어가는 수목원이면서 환경은 이래저래 인공의 것들로 꾸미는 것이 영 이상하다고 느끼는 내가 이상한가?

암튼 그건 다른 얘기이고 , 아니 왜 수목원에 맹금류가 있어야 하는거지? 나는 이상해 . 숲이니까 있어야 한다면 그들은 자유롭게 있어야 맞지... 축사라니 , 더구나 수로를 인공으로 ... 동물원에 간게 아닌 수목원에 간 그들 아니었나? 그러니 애초에 그녀는 잘못된 곳에 너무 철썩같이 순박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이상했던 거라고 . 일테면 그녀 자신이 맹금류 같은 처지인 셈이고 그들은 수목원이랄까? 어울리지 않는 처지의 사람들이란 것이 이 소설에서 하고 픈 말 아닌가 했다 . 그녀는 숲에 있는게 뭐 어때서 하겠지만 그게 무슨 잘못인데 하겠지만 , 종이 다르니까 어울리지 않았다고...... 그들은 그녀가 평소 궁금해 하는 것에 한번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 아버지가 일본에서 일년간 일하고 와서 몹시 상해 왔을때에도 그저 닭발만 먼 시장에서 사다 고아 먹일뿐 그가 무슨일을 어떤일을 겪었나 하는건 알고 싶어하지 않고 , 글쎄 ,그러네 ,하고 만다 . 또 병들어 아픈 아버지로 다같이 고생을 해도 그저 받아들이고 빚으로 가정이 몹시 어려워져도 그저 받아들인다 . 그게 다음으로 어떤 일로 이어질지 그저 순응하는 것으로 대처를하는 이들 , 딱 숲이나 수목같이...... 그런 자세는 늘 동경을 하게된다 . 돌아가고 싶은 곳처럼 . 하지만 두렵고 막막한 곳이고 척박한 곳이라는 것 역시 현실적이란 얘기로 읽혔다 .

그러니까 그녀 맹금류는 어차피 떠날 밖에 없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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