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배반적이다 . 마치 날 좋은 날 예쁘게 입고
애인이라도 기다릴 듯한
오전 풍경을 그려놓고 스무살의 한 자폐청년과의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시급
일만원짜리 알바를 뛰는 이야기인데 꽤 고과의
알바인 셈이지만 그만큼
신경
을 써야하는 정신과 육체적
노동이다.
더구나 아이도
아니고 몸이 다 크고 그안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모를 청년이라니 ,
그에게서 알게 된 것들은 이름이 한두운이라는 것 ,
나무들을 잘 안다는 것 ,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 , 사람들 많은 장소는 기피한다는
것 , 식탐이 제어가 안되며
침을 뱉는다는 것인데 침을 뱉는 행위에 대한 것이 참
궁금하다 .
어떤 기제로 그런 행위가 나오는 걸까 .
아무튼 대게는 말을 다정히 걸면 답은 없어도 듣기는 하는
것 같고
운동신경도 상당한 모양인(?)듯
싶은데
처음엔 어색하고 당황스러웠어도 더듬더듬 미션 수행하듯
시간을 차곡차곡
보내기 시작해서 산책도 하고 선정릉가이드도 하고 그
와중에 복싱 자세를
제대로 구사하는 걸 보기도 한다 . 힘들긴 해도 제법
충실하게 둘의 시간을
잘 쌓았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그건 딱
정해진 시간 그러니까 오후
여섯시까지 였다 .
끝날
시간이 되어서 갑자기 보호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시간연장 통보가 날라오자
어쩐지 울컥하고 친절은 무참한 공격으로 , 돌려받지 못한
어떤 몰이해 랄까...
시간연장의 양해가 좀더 정중하고 제대로 된 것이 었다면
달랐을까 안된다고
전화를 해보지만 전원조차 꺼져 있는 단절이라 깜깜한 절연
앞에 불쑥 화를 내고
그러는 사이 이 자폐청년은 나풀나풀
나비처럼 불편한 자릴 떠나가 버린
걸 모르고 만다.
뒤늦게야
정신 수습 후 찾아다니는데 역시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곳에
그가 웅크리고 있고 침을 뱉어서 생긴 일이란다 . 멀쩡한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 .
아픈 사람이 그럴 거다 . 라는 생각은 안드는 걸까 . 물론 누구나 침세례는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 .
더구나 차림새도 멀쩡하고 다 큰 어른이 아무렇지 않게 그런다면 화가 날거다.
하지만 그게 단체로 몰려서 폭력을 가할 일은 아니다 .
그가 찾아내었을 때 말리고
사과 했지만 또 침을 뱉는 한두운 .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침범이라하나 폭력이라하나 자기
세계에 갇힌 자와의
하루동안 함께한 일 그건 정해진 일정에서는 충분한
인내를 발휘하며 선의를 가지고
호의적 일 수 있었다가 아주 간단한 일로 한계를 넘어 잔인해지는 인간의 모습이랄까 ㅡ
그건 폭력의 세계와 맞닿아 버리는 결과를 낳는데 책임의 세계, 의무가
가진 무게를 인간은
얼마나 간단하게 무너뜨릴 수 있고 허약한지 보여주는
거였다 . 베풀수 있는 이타의 세계가
이렇게나 속절없이 약한 거였다 . 그런 경험과 함께
무수히 잽을 맞고 상처 받고 도망가고
싶었을 보호자의 세계와 한두운의 세계 . 또 그걸 보며
미안한 오늘의 나 ㅡ는 같이 성장 하는
이야기 같아서 예쁘고 고맙고 좋았다.
그리고 , 덧붙여 서번트를
가진 자폐 보단 일반 자폐들이 더 많을 걸로 안다 .
모든 자폐가 특수하지만 뭔가 신기한 능력자인냥
보지는 말기를 바라며 ...